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 1위로 꼽히고 있는 고건 전총리(67)가 최근 지인들과 만나 "역사의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며 차기 대통령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고 전총리가 '대선기획단' 구성에 착수했다는 설까지 흘러나오며, 민주당 의원들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건 "역사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고 전총리는 지난달 24일 민주당 이낙연, 최인기 의원과 강운태 전의원 등과 만난 자리에서 "역사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대선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한 의원은 이같은 고 전총리의 발언을 전하면서 "고 전총리가 최근 주변의 권유로 대선 기획단 구성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근 고 전총리는 친분이 있는 기자들이나 지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비슷한 뉘앙스의 발언을 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24일 모임 참석자였던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는 그러나 2일 기자들과 만나 "'역사의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말은 고 전총리가 다른 자리에서 한 말"이라며 24일 모임의 성격이 확대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모임의 성격에 대해서도 "건강 등을 화제로 올린 편안한 식사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날 나온 정치적 대화라면 고 전총리가 민주당 입당 전인 최 의원에게 "(입당) 설이 있더라"고 물었고, 이 대표가 대신 "설만은 아닌 것 같다"며 나눈 선문답 정도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낙연 대표는 또 "대선기획단 역시 다른 자리에서 다른 사람이 고 전총리에게 제안한 것이지 그 자리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며 "내가 아는 고 전총리의 성품상 누가 그런 말을 하면 가타부타 대답 않고 그저 듣고 계셨을 테니 얘기가 전해지는 과정에서 늘어났을 것"이라고 대신 해명하기도 했다.
민주당 인사 외에도 비정치인 3명과 함께 한 이날 모임은 고 전총리와 친분이 있는 비정치인의 초청으로 성사돼 시내 모처에서 2시간여정도 저녁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 "출마선언후 검증 받으면 '거품' 꺼질 것"**
이같은 전언을 접한 정가는 고 전총리가 사실상 차기 대선출마 결심을 굳히고 본격적 정치행보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 전총리는 그동안 서울 종로구 연지동의 여전도회관내에 있는 사무실을 근거로 지인들을 접촉하며 자신의 차기 행보를 모색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정가 일각에서는 고 전총리가 민주당 현역의원들과 자리를 함께 한 대목을 놓고, 그가 민주당을 우선적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가 호남 출신으로 전남도지사 등을 지낸 이력과, 현재 초미니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이 극적 돌파구를 필요로 한다는 점 등을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그동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 전총리 영입 가능성과 관련, 당에 온다면 환영하되 대통령후보는 당규에 정해진 절차를 밟아 선출해야 한다는 미온적 태도를 보여와 고 전총리 영입에 대해 일정한 경계심을 피력해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또한 고 전총리가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을 경우 검증과정을 거치면서 그의 인기가 거품으로 판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그가 전두환정권 시절 교통부-농수산부-내무장관 및 민정당의원을 지낸 전력 및 행적이 큰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언이 당시 민정당시절의 정부여권 인사들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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