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한나라 서로, "검찰, 몸통 철저히 수사하라"

"청계천 비리의혹 철저 수사" vs "오일게이트 몸통 나와"

러시아 유전개발사업과 청계천 복원사업에 대한 비리 조사로 검찰의 칼끝이 각각 여야의 핵심부로 파고들자, 정치권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각각 상대 당 진영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도, 자당에 대한 수사에는 불쾌함을 토로하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을 보였다.

***우리당 "소개료가 14억이면 몸통은 얼마냐"**

열린우리당 염동연 상임중앙위원은 1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청계천 복원 사업 비리 수사를 보면 이명박 서울 시장 소개료만 14억인 것 같다"며 "소개료가 14억이면 몸통은 과연 얼마일지가 궁금하니 검찰은 수사를 적극적으로 해서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염 위원은 "소개료 14억은 가히 차떼기 정당인 한나라당 수준에 걸맞는 액수"라고 비꼬며 "서울시의 독점권력이 낳은 결과이자 의회권력까지 차지한 한나라당의 한계"라며 이 시장과 한나라당 전체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처럼 이 시장의 수사에 쾌재를 부르는 우리당이지만, 유전비리 의혹 수사 중 검찰이 이광재 의원의 자택과 의원회관을 수색한 데 대해서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의원의 의원회관까지 압수수색을 당해 당혹스러웠다"며 마뜩찮은 심경의 일단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청계천 비리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 대해서는 "보도된 것 외에 아는 것이 없다"면서도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한나라당에서 '공정하게만 수사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마치 수사가 공정치 않다는 인상을 주는 것 같아 적절치 않다"며 한나라당의 '자중'을 요청했다.

***한나라 "정권, 야당 대통령 후보 거세작전 시작"**

반면 한나라당은 서울시의 청계천 비리 수사와 첨단기업 유치를 둘러싼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이해찬 총리간 마찰을 지적하며 "현정권의 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 거세작전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규택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에서 "오비이락(烏飛梨落)인지 모르겠지만, 현 정권이 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을 겨냥한 거세 작전을 시작한 것 아닌가"며 "솔직히 말해 과거사법은 박근혜 대표를 흠집내는 법이고, 최근에는 청계천 비리를 수사해서, 이 시장 거세 작전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어 "손학규 지사에 대한 거세작전과 함께 1천만 경기도민을 죽이는 작전이 시행되고 있다"며 "현 정부는 경제가 죽든 말든 오직 유력한 대통령 후보를 거세작전하는 정치적 오류를 범하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는 13일 경기도 국회의원들과 함께 국무총리실을 항의방문할 계획이다.

김영선 최고위원 역시 양윤재 서울시부시장의 구속을 "정치탄압, 인권유린"이라고 원색적으로 성토했다. 그는 "양 부시장이 돈을 받은 적이 없고 사실무근이라고 말하는데도, 혐의가 있다고 고발하는 사람은 '양 부시장이 60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면서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개발업자 길모씨의 주장을 허위로 몰아붙였다.

김 의원은 "상황이 이런데도 대도시 부시장을 혐의가 있는 것처럼 흘리는 것은 명백한 정치탄압이고 인권유린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무죄 주장하는 부시장이 60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씌워 구속하는 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야만적인 나라"라고 맹성토했다.

그는 손학규 지사에 대해서도 "지난 7일 회의에서 국무총리가 앞장서서 수도권 규제완화를 배타시한 것은 집권여당의 폐쇄적인 정치를 노출시킨 것"이라며 "특히 노 대통령이 균형발전과 동북아 경제중심을 말하면서 단지 야당 도지사라는 이유만으로 막고 있으면 스스로의 동북아 일자리 창출을 부정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무엇을 하는 대통령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관계 장관이 모두 찬성했는데, 이해찬 총리가 손 지사가 대선후보라는 이유로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한 것"이라며 "총리가 경제문제를 정치적인 색채로 덧칠하고 있다. 동북아 허브에 걸림돌이 되는 이해찬 정치 총리는 물러나야 한다"고 가세했다.

***"검찰 조사를 보니 오일게이트 몸통이 나오고 있다" **

한나라당은 이처럼 청계천 사건 등을 지적하며 검찰과 정권 성토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광재 의원을 정조준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철도청의 유전개발 사업에 대해선 수사를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당 도지사 탄압을 중단하라'며 격분했던 이규택 최고위원은 "지난 회의에서 감사원이 유전게이트 관련자를 고발할 때 몸통은 버리고 깃털만 고발한다고 비판을 했다"며 "지금의 검찰조사를 보니 몸통이 하나씩 나오고 있다"고 검찰 수사를 추켜세웠다.

그는 "검찰은 진실된 규명을 위해서 몸통중의 몸통인 대통령을 서면이나 구두로라도 조사해야 한다"며 "검찰이 성역을 남겨두면 특검을 도입해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