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철도청 내부 문서 공개로 인해 11일 정치권은 오전부터 '오일게이트'를 둘러싼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반드시 특검을 추진할 것"이라고 열린우리당을 압박했고, 그동안 수세적이던 열린우리당은 "선거용 정치공세"로 규정하며 반격에 나섰다.
***우리당 "선거 앞둔 정치 공세 중단하라" **
열린우리당 문희상 당의장은 이날 오전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참여정부 하에서는 어떠한 비리나 의혹도 감추거나 엄호하지 않지만 이광재 의원은 자신과 관련한 의혹과 비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이 의원의 입장을 엄호하며, "과거를 돌이켜 보면 이같은 정치공세를 선거에 이용하던 관행이 있는데 한나라당이 이런 의도를 갖고 있다면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의장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감사원의 감사를 지켜보다가 검찰 조사를 의뢰할 만하면 검찰에서 조사하고 안 되면 특검이나 국정조사도 물론 할 수 있지만 선거가 코앞이고 본인은 의혹을 부인하는 이런 상황에서 그런 것들을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한나라당 공세를 '선거용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문 의장은 "이 의원이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아무 비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소중하게 여겨져야 한다"며 "나는 정치공세, 이념공세 같은 것들은 백해무익하고 척결해 내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바 있다"며 한나라당의 공세에 적극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이에 정세균 원내대표도 "원칙적으로는 진상규명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면서도, 특검에 대해선 "검찰 수사의 보충적 성격"이라는 이유에서, 국정조사에 대해선 "국회에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입장을 밝혔했다.
염동연 상임중앙위원도 지난 2002년 대선 직전에 자신이 연루됐던 '나라종금사건'을 거론하며 "결국 검찰수사 결과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며 "선거 앞두고 터지는 아니면 말고 식의 공세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 "왕본부장이 도마뺌 꼬리인가"**
그그러나 전날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철도청에 유전사업 참여를 제의했다'는 내용이 담긴 철도청 내부문서를 폭로한 한나라당도 이날도 '오일게이트' 공세를 이어갔다.
박근혜 대표는 상임운영위회의에서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사업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문제의 핵심은 국가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의 결정이 너무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서 정책결정의 왜곡이 있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철도청의 유전사업은 엄청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던 사업"이라며 "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혈세 낭비를 초동단계에서 막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지 실세 한명 건드리는 차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 대표는 이광재 의원이 박근혜 대표를 향해 '일요일까지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책임을 져라'고 한 말을 지적하며 "박 대표가 '드러난 것 이상의 것이 있다'고 한 말을 그 사람은 자기 때문에 그런 줄 알고 착각하는 모양"이라면서 "우리는 어제 증거를 댔다. 이제 반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선 최고위원은 "철도청만큼 정직하고 고지식한 부처가 없다"면서 "일개 본부장의 황당한 생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 오히려 왕영용 본부장은 절차를 밟으려고 애썼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기부처의 업무가 아닌 일을 절차를 어겨가며 진행한 점과, 결정권자가 사인(私人)에 의해 이뤄진 점 등을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3급 공무원인 왕영용 본부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했다고는 아무 국민도 믿지 않을 것"이라며 "왕 본부장이 혼자 책임을 덮어 쓰려는 것인지, 이 정권이 왕 본부장을 도마뱀 꼬리로 생각하고 자르려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권영세 실태조사단 단장은 "북한 건자재 사업으로 이슈가 번질 것 같다"며 "실체가 있는 것 같으니 더 깊이 파고들어 가겠다"고 확전을 예고했다. 전날 한나라당이 공개한 철도청 내부 문건에는 왕 본부장이 "(석유 사업에서 빚어질 우려가 있는) 리스크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북한 건자재 채취 사업 참여를 역제의한 상태"라고 언급한 것으로 적혀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