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머물렀던 매 순간이 행복했습니다. "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핌 베어벡 수석코치에게 물려준 아드보카트 감독은 27일 오전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고별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국제경기를 많이 치르고 유소년 축구를 활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앞으로 러시아 프로축구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팀의 감독으로 부임하게 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금 소감이 어떤가?
"한국에 있던 매 순간이 행복했다. 지도자로서 모든 여건이 좋았고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어서 감사드린다. 제니트와 1년 반 계약을 했다. 이제는 59세로 지도자로서 적은 나이는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인생에 있어 지도자로서는 마지막 시기다. 이 시기를 클럽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그런 선택을 했다."
- 빔 베어백 신임 감독 등 새로운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축구협회가 베어벡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정했다. 베어벡 감독은 세계적인 지도자이고 뛰어난 자질과 능력을 가졌다. 그런 점들이 한국 축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코트비와 홍명보 코치 등도 뛰어난 지도력과 자질을 가졌다."
- 이호, 김동진도 러시아 제니트 팀으로 가는가?
"김동진과 이호 선수는 나와 함께 제니트에 간다. 두 선수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나한테도 좋은 일이다."
"대표팀 선수들 기량에 만족…스위스戰 불운은 아쉽다"
- 한국 대표팀을 9개월 동안 맡으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9개월은 짧았다.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선수들이 후반에 적응하면서 편해지기 시작해 경기가 살아났다. 그러면서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고 16강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결과를 놓고 볼 때 토고를 이기고 프랑스에 비기면서 좋았는데 스위스에 졌다. 지기는 했지만 후반 경기는 최고의 경기 중 하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스위스전에는 운이 따르지 못했다. 오프사이드와 핸들링 등 이상한 판정도 있었다. 2002년만큼 운이 따르지 못해 아쉬웠다. 한편으로 실망스러웠지만 우리 팀 구성원이 열심히 해줬다는 것에 만족스럽다. 대표팀이 한 단계 전진하기 위해선 더 많은 국제 경험이 필요하다."
- 대표팀 선수들의 기본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나?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향상하는 좋은 방법은 더 나은 팀하고 경기를 하는 것이다. 좋은 선수들과 경기를 했을 때 기본 능력이 발전한다. 한국 대표팀 선수 대부분은 국내 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스위스는 18~19명이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고 토고 선수 대부분도 프랑스에서 활약하고 있다. 우리 대표팀의 선수 4~5명은 정말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에서 뛰었던 선수들의 실력이 많이 향상되지 못한 것이 의아스러웠다. 한국은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고 팀 정신도 대단하다. 조국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고 빠른 시간에 많은 것을 배우려는 의지가 있었다. 홈에서 치른 6~7경기는 한 번도 안 졌는데 원정에 나가면 그렇지 못했던 점은 지적할 만 하다. 원정 경기 운영에서는 개선할 부분이 있다."
- 스위스와의 3라운드 경기에서 베어벡 코치의 의견은 얼마나 반영됐나?
"최종 결정은 감독인 내가 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나 일에 대해 코칭스태프와 토론했다. 최고의 코칭스태프와 일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 있던 시간이 즐거웠다."
"유소년 축구는 축구발전의 근본"
- 한국의 축구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어린이들이 축구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들이 제대로 축구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우수한 지도자와 잔디 등 인프라가 구축되어야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 축구의 방향은 긍정적이다. 한국 국민은 축구를 사랑하고 있으며 협회도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유소년 축구가 중요하다는 것은 네덜란드를 보면 알 수 있다. 네델란드는 작은 나라지만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유소년 축구가 발전했기 때문에 좋은 대표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
- 한국의 어떤 점이 기억에 남나?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많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처음 와서는 서울이 또 다른 뉴욕이란 인상을 받았고 한국에 있는 동안 너무 즐거웠다. 더 자세히 보려면 한국에 휴가를 오는 편이 낫다. 주변의 얘기를 들으면 한국이 많이 발전했다고 한다. 축구 경기장과 팬들이 기억에 남는다."
- 네덜란드 출신이 잇따라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됐는데….
"네 명의 네덜란드 감독이 나왔다. 대표팀의 지도자를 뽑을 때 단지 국적만을 보겠는가. 좋은 지도들이기 때문에 선택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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