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2일 문희상 후보를 임기 2년의 당 의장으로 선출했다. 문 후보는 이날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 2차 대의원대회에서 4천2백66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안정권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던 김두관 후보는 5위로 고배를 마셨다.
***문희상 당선, 김두관 고배**
1만3천4백61명의 대의원가운데 1만4백78명(투표율 78%)이 참여한 당의장 선거에서 문 의장은 전체 유효투표수의 43%를 얻어 3천3백87표를 얻어 2위를 차지한 염동연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2위 염 후보에 이어 장영달 후보가 3천92표로 3위, 유시민 후보가 2천8백38표로 4위를 기록하며 지도부에 입성했다. 1천58표를 얻은 한명숙 후보는 최하위였지만 무조건 여성에게 상임중앙위원자리 1석을 배당키로 한 당헌에 따라 지도부에 입성했다.
반면 김두관 후보는 2천6백87표로 5위로 밀려나 고배를 마셨다. 이날 오전까지만해도 김 후보는 안정권으로 분류된 반면, 장영달 염동연 후보의 턱걸이 경쟁설이 파다했던 점에 비춰 이변이 아닐 수 없다. 송영길 김원웅 후보도 각각 6~7위를 기록해 탈락했다.
***"정파와 이념 아울러 지방선거-대선 승리하겠다"**
문 신임의장은 수락연설을 통해 "당을 통합해서 그 힘으로 정파와 이념, 지역과 세대, 계층을 아울러서 여러분의 요구에 하나하나 화답하겠다"고 '통합'을 강조했다.
문 의장은 또 "당을 국정중심에 내세워 주도적으로 민생을 챙기겠다"며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과제를 적극 뒷받침해 참여정부를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이어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4.15총선에서 과반수 차지를 현대사의 세가지 기적"이라며 "내년 지방선거 압승으로 기적을 창출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또한번의 정권재창출을 이룩하자"고 호소했다.
문 의장은 "국민속으로, 민생정치, 생활정치를 실현하고 당원 속으로 들어가겠다"며 "이 순간부터 당원속으로 국민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민주적 절차 따른다면 대체입법도 가능" **
문 의장은 이날 대회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민생과 개혁의 동반성공을 주창한 사람이 나란히 1,2등을 한 것은 당원의 의견이 하나로 수렴된 것으로 본다"고 밝혀 향후 당 운영에 있어 민생에 강조점을 둘 것을 예고했다.
문 의장은 "개혁과 민생의 동반성장을 주장한다고 해서 개혁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지만, 당장 4월국회에서 부터 논의가 시작될 국가보안법 처리 문제를 두고서부터 "대체입법 쪽으로 합의를 했다면 민주적 절차에 따른 것인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말해 대체입법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 의장은 또 "연대에는 정책연대, 선거연대, 공천연대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투명한 절차에 의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고 나는 연대를 겁내지 않겠다"고 말해 '제정파 연대'에 대해서도 긍정론을 피력했다.
다만 문 의장은 민주당과의 합당 문제에 대해서는 "저쪽(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합당을 하지 않기로 의결했으니 이쪽에서 일방적으로 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단시일내 간단하게 이뤄지긴 어렵다고 본다"고 답했다.
문 의장은 지명직 상임중앙위원에 대해서 "마음 속에 구상은 있는데 대체로 생각했던 기준보다 오늘 결과가 다르게 나와 조정할 일이 생긴 듯 하다"며 "다른 상임위원들과 상의를 거쳐 빠르면 2,3일 내에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을 나서던 기자들은 "내일 신임 지도부 일정은 7시 30분 청진동 해장국 집에서 시작합니다"라는 낭랑한 목소리에 가던 발길을 잠시 멈췄다. 새 지도부는 첫 일정으로 현충원과 4.19 묘역을 참배하고 종로소방서를 방문할 예정이다.
***문 의장,'겉은 장비, 속은 조조'평**
신임 문 의장은 1년여간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 당내 친노직계 좌장으로 꼽힌다. 17대 총선에 출마 의정부에서 당선된 직후에는 당내에 노심(盧心)을 전달하는 채널로 '정무특보'에 임명됐지만, '차기총리의 조건' 등을 언론에 흘리며 김혁규 의원을 지원사격한 것이 소장파 의원들의 반발을 사 중도하차했다.
비서실장 시절에는 뛰어난 전략 마인드로 '정치형 비서실장' 혹은 '실세 비서실장'으로 분류됐다. 국회에 들어와서는 당과 청와대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자임하며 기자들에게 '국정 강의'를 하기도 해 '봉숭아학당' 선생님으로도 통한다.
지난 80년 '서울의 봄'때 김대중 대통령 진영에 합류, 정계에 진출했고 민주당 당 청년외곽 조직인 연청 중앙회장을 3차례 역임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도 가까운 사이로 노 대통령의 후보 시절에는 대선기획단장을 맡아 당시 한 대표와 노 후보 사이의 매개역할을 하기도 했다.
부인 김양수(58)씨 사이에 1남2녀.▲경기 의정부(57) ▲서울대 법대졸 ▲14,16,17대의원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대통령 비서실장
***유시민 "돌팔매 맞으며 여기까지 왔다", 열띤 유세 **
한편 이날 체조경기장에 모인 1만여명의 대의원들은 노란 점퍼, 노란 머플러 등 저마다 소지품을 준비해 대회장을 열린우리당의 상징인 노란색으로 물들였다. 후보들의 연설 중간중간에는 박수 대신 미리 나눠준 노란 응원봉을 두드리며 호응해 분위기를 달궜다.
부동표를 겨냥한 후보들의 막바지 표몰이도 뜨거웠다.
선거전 초반부터 '대세론'을 굳혔던 문희상 후보는 "'문희상은 어짜피 된다'고 하면서 야금야금 표를 가져가는 곳이 있어 곳간이 바닥날 판이다. 이제 떨어질 지도 모르겠다"며 '엄살전략'으로 표심을 다잡았다.
선거전 중반부터 논란의 중심이 된 유시민 후보는 예의 냉정한 이미지를 깨고 '온 몸으로 연설을 했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열띤 연설을 보여줬다. 유 후보는 타후보 진영의 배타적인 태도를 의식한 듯 "당원동지가 계시기에 모함을 당해도, 왕따를 당해도 즐거운 유시민"이라며 입을 뗐고, "무시무시한 역풍 뚫었다, 돌팔매 맞으면 여기까지 왔다. 울고 가지 않겠다"며 연설을 매듭지었다.
유 의원이 단상을 내려올 때에는 대의원석 뒷자리에서 유 후보의 상징색인 핑크색 셔츠를 입은 30여명이 "유시민"을 연호하며 기립해 온라인상의 소위 '유빠파워'를 현장에서도 실감케 했다.
비록 낙선했지만 김원웅 후보도 조선일보가 제기한 '땅 투기 의혹'을 역이용, '안티조선' 분위기가 강한 대의원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김 후보는 선거전 피로로 잔뜩 잠긴 목소리로 "'조선일보가 죽느냐, 이 김원웅이 죽느냐'는 기로에서 비장한 각오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단상에는 전당대회 사회자로 알려졌던 임종석 대변인 대신, 오영식 공보담당부대표가 마이크를 잡아 눈길을 샀다. 이는 임 대변인이 선거 과정에서 '유시민 불가론'을 펼친 것을 이유로 유 후보 진영에서 문제를 제기해, 대회 전날 갑작스레 사회자가 변경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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