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사퇴로 공석 중이었던 정수장학회 새 이사장에 최필립 전 한나라당 국책자문위원(현 대현농수산 대표)이 선임됐다. 부산일보 노조와 지역 시민단체들은 빠르면 28일쯤 이에 항의하는 상경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정수장학회 이사진은 지난 24일 서울 모처에서 네 번째 이사회를 개최하고 새 이사장에 전 한나라당 국책자문위원을 지낸 최필립 씨를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최 이사장은 올해 78세로, 57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을 졸업한 뒤 60년 외무부 대변인을 시작으로 관계에 진출해 74년 대통령 의전비서관, 79년 대통령 공보비서관을 지냈다. 또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는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 뉴질랜드, 스웨덴, 리비아 대사 등을 역임하는 등 주로 외교라인 쪽에서 활동해 왔다.
최 이사장은 지난 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하자 이를 도와 운영위원을 맡기도 했으며, 이후 박 대표가 한나라당에 복당해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자 다시 한나라당 국책자문위원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최 이사장의 선임 소식이 알려지자 정수장학회가 최대주주로 있는 부산일보 노조와 지역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새 이사장은 재단 개혁의 의지와 더불어 박 대표와도 연관이 없는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고 촉구해 왔으나 결국 재단측은 이러한 요구를 철저히 묵살하고 밀실 인사를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김승일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 위원장은 25일 오전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노조와 지역시민단체들이 성명 등을 통해 ‘그때 그사람들’ 가운데 새 이사장을 선출할 경우 강력한 반대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경고했음에도 재단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결국 군부독재에 복무해온 최 씨를 이사장으로 선출했다”며 “이는 박 대표가 안팎의 압력에 밀려 재단 이사장직을 사퇴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배후에서 재단을 조종하고, 한편으로 언론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성토했다.
김 위원장은 또 “정수장학회가 개혁의 물줄기를 거스르고 있는 이상 이제 노조와 지역 시민단체들도 모든 역량을 동원해 재단개혁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빠르면 오는 28일쯤 서울 중구에 있는 정수장학회 사무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이러한 의지를 안팎에 천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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