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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론 공직자 재산형성과정 모두 공개"

우리당, "떳떳한 재산이 아니면 공식 나서지말고 조용히 살라"

'이헌재 사태'를 계기로 '공직자윤리법' 개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고위공직자의 '재산형성과정'까지 공개 **

먼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 쪽은 열린우리당이다. 이헌재 전부총리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던 당시에는 '여당노릇'을 하느라 입장표명을 아꼈던 열린우리당이었던 만큼 열세를 만회하려는 듯 우리당은 이 전부총리의 사퇴 직후부터 "시스템을 통한 공직자의 도덕성 검증이 필요하다"며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의원은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재산공개시 재산형성과정까지 소명토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개정 법안의 내용은 한마디로 떳떳치 못한 재산을 갖고 있다면 공직에 나와 잘난 척 하지 말고 조용히 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재산 목록과 가액만을 등록토록 돼 있는 현행법에다가 재산의 형성과정까지 공개토록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빙자료도 제출하게 했다. 제출된 소명자료는 재산목록과 함께 소속 부처 공직자윤리위에서 심사하고, 허위로 등록하거나 불성실하게 소명할 경우에는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법안 추진과 관련해 정세균 원내대표, 원혜영 정책위의장과 이미 논의를 마쳤고 빠른 시간 내에 당론화 절차를 밟아 입법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언론까지 찬성, 법안 개정 환경은 갖춰져" **

비슷한 시각, 반부패사회투명협약 체결식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도 "고위공직자 재산등록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공직자윤리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해, 공직자의 '재산 이력' 공개를 위한 정부여권 움직임을 급류를 탈 전망이다.

민주노동당 역시 이헌재 전부총리의 사퇴 직후부터 '재산형성과정 공개'를 공직자 검증 시스템의 일환으로 제안해 왔고, 이날 우리당의 개정안 추진 방침에도 적극 환영 의사를 밝혔다.

아직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않은 한나라당의 태도가 변수이나, 한나라당 역시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을 표한 상태라 공직자 윤리법 개정을 위한 정치권 전반의 공감대도 형성됐다 할 수 있다.

이에 공직자 윤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 법안 개정에 가장 반대해 왔던 보수언론에서도 '이헌재 사태' 이후 사설을 통해 '철저한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며 "이제 정치, 사회적 환경이 모두 갖춰졌으니 법안 개정은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이지만 '추진의지' 부족 **

그러나 김한길 의원이 "최근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관련 논란도 취임시 재산형성과정을 소명토록 했다면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듯, 이번 개정안의 추진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공직자의 재산 형성과정을 소명토록 하고 공직자 윤리위의 조사권을 강화토록 하겠다"는 것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공약 사항이었고, 열린우리당도 같은 내용을 17대 총선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천정배 전 원내대표는 작년 7월 17대 개원 국회 대표 연설을 통해 "고위공직자의 등록재산 취득경위, 소득원 등의 등록을 의무화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이같은 공약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해 "작년엔 4대 개혁입법들이 이보다 더 중요하다고 해서 묻혀버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작년 7월 간담회를 통해 개정 추진 의사를 밝힌 후 당내 논의조차도 유야무야됐던 바, 여당의 추진 의지가 부족했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에는 과연 '제대로'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될 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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