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96년 유인종 전 교육감 시절 폐지됐던 초등학교 일제고사를 사실상 부활하겠다고 선언해 교육계가 또 한 차례 술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 교육감은 중학교 1학년도 일제고사 형태의 진단평가를 실시하는 한편 평어(수우미양가) 방식을 변형한 학업성취 결과 통지방법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서울시교육청 방침에 대해 전교조가 강력반발하고 있고, 교육계에서도 논술과외가 초등학교로까지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앞으로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변형된 '평어'방식 성적표도 부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31일 오전 시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초등 일제고사 부활 △중1 진단평가 실시 △수준별 이동수업 확대 △서술·논술형 평가 확대 △영재교육 확대 △학습 부진학생 담임교사 책임지도제 도입 등을 주요골자로 하는 '서울학생 학력신장 방안'(학력신장 방안)을 발표했다.
공 교육감은 "일제고사는 현재까지는 금지돼 왔지만 앞으로 같은 시간에, 같은 문제로 시험을 보는 것은 가능하게 할 계획"이라며 "이는 일부에서 우려하는 '줄 세우기'는 아니며, 시험의 결과도 학력평가가 아니라 학업성취도 평가로 활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학력신장 방안에 따르면, 초등 일제고사는 대상 학년이나 시기·평가방법 모두를 학교 자율에 맡기 돼 반드시 학부모·교사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실시하고, 시험 성적은 학부모가 알아보기 쉽도록 구체적 수준을 명시하거나 상세하게 서술해 주는 '서술식 단계형' 성적통지 방식을 허용토록 했다.
중학교 1학년의 경우에는 입학 초기 국어·수학·영어 시험을 치러 학업성취 수준을 진단한 뒤 교수·학습방법을 개선하고 학습부진 학생의 지도를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중·고교에서는 각각 1학년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서술·논술형 시험비율을 30% 이상 실시하고, 연차적으로 10%씩 올려 2007년까지 5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학습부진 학생은 초등학교는 학급 담임교사가, 중·고교는 교과 담임교사가 책임지고 지도해야 한다.
이밖에 영재교육도 확대해 지난해 1만4천2백명(0.9%) 수준이었던 영재교육 대상자를 올해에는 1만4천명(1.0%)으로 늘리고, 2006년에는 1만6천5백명(1.1%), 2007년 1만8천명(1.2%)으로 늘려나가게 된다.
공 교육감은 이같은 학력신장 방안에 대해 31일 오후 서울 정동 이화여고 내 류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초등학교 교장단 연수장에도 참석해 "어떠한 역경이 있어도 이를 반드시 실천해 나가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공 교육감은 애초 지난 10일쯤 학력신장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파동이후 교육부총리 인선이 늦어지면서 3주 동안 이의 발표를 미뤄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 교육감은 지난해 7월 중순 교육감 당선 직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도 "초등학교에 일제고사와 평어제도를 부활시키겠다"고 발언해 교육·시민단체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전교조 "학력신장 아닌 학력이데올로기 부추기기"**
서울시교육청이 이같은 학력신장 방안을 발표하자 교육·시민단체들은 예상했던 대로 강하게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지부장 정진화)는 31일 오후 성명을 내어 "학력신장 방안은 학교현장에서 묵묵히 아이들과 함께 교육의 희망을 만들고 있는 교사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그릇된 학력이데올로기가 학교현장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평가'를 중심으로 한 학력신장 방안을 내놓은 것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지부는 "전인적 인간육성, 칭의력과 사고력 중심의 교육 틀을 마련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며, 점수화시킬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며 "시교육청이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고 성안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저버린다면 서울 교육은 교육과정의 파행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지부는 보다 구체적으로, △중1 진단평가는 학교간 과열경쟁 뿐 아니라 초등교육과정마저 왜곡시킬 것이며 △초등학교 학교단위 성취도 평가는 일제고사의 부활로 연결될 것이 불을 보듯 뻔 하고 △학업성취 결과 통지방법은 개선돼야 하나 단계형 통지는 일부 학부모의 요구 때문에 전체를 흔드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며 △수준별 이동수업 확대는 '소외된 보통학생'을 울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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