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가 언론사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의 특정 정당 가입을 막지 않으면서도 각 언론사가 사규(취업규칙)에 따라 정당 활동을 한 조합원들에게 징계를 내릴 경우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토록 하는 이중적 결정을 내려 언론노동계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5개월여 전인 지난해 8월 “언론인들의 정당 가입과 활동을 제한하는 사규(취업규칙)는 잘못된 것”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중노위 “정당가입 막는 것은 부당하나 징계는 가능”**
중노위는 28일 강봉균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전 제주MBC 지부장)과 제주MBC 회사측이 각각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정직구제 재심신청 병합사건에 대해 “제주MBC가 정당 활동을 이유로 강 본부장을 정직 6개월에 처한 것은 부당징계에 해당한다”며 이를 적시한 결정문을 당사자들에게 공식 통보했다.
그러나 중노위는 “강 본부장이 보도업무 종사자 등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 지부의 전임자인 점에 비추어 보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취업규칙에 따라 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노위는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및노동관계법’과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공선법)에 따라 언론사에 근무하는 강 본부장이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으로서 지난해 4월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당연직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는 이유로 회사측이 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공선법에 비록 ‘방송사업에 상시 고용돼 편집·제작·취재·집필 또는 보도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대해 선거운동을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어도 방송사 기술직인 강 본부장에게 이를 적용하는 것은 공선법 규정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중노위는 ‘방송사노조 전임자’라는 대목에서는 또다른 해석을 내렸다. 중앙노동위는 “강 본부장이 보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공선법과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태도에 따라 이와 관련한 취업규칙에 적용을 받아야 된다”며 “따라서 강 본부장이 주장하는 회사측에 의한 부당노동행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다시 말해 회사측이 강 본부장에게 ‘해고’ 다음으로 무거운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린 것은 사규위반의 구체적인 내용과 경위에 비추어 징계양정이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지만 만약 회사측이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수위를 낮춘다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계 반발, “행정소송 검토”**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노동계는 즉각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사자인 강 본부장은 28일 오후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는 한마디로 앞뒤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론적으로 각 언론사에 있는 노조를 해체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언론노조 등과 연대해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조직쟁의실 김영 차장(공인노무사)은 “중노위의 이번 결정은 구법을 기초로 해 만들어진 낡은 사규를 21세기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다른 언론사에서 이를 빌미로 노조활동을 제약하거나 또는 노사대립 국면에서 노조 전임자들에 대한 탄압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 우려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한 관계자도 “국민들은 언론과 언론종사자들에게 공정언론을 구현하는 한편 기계적 중립성에서도 탈피해 줄 것을 계속 주문하고 있지만 중노위는 거꾸로 이를 부채질하는 듯한 결정을 내렸다”며 “이 문제는 조직적인 대응을 통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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