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재단의 이사장직을 놓고 임명권을 갖고 있는 문화관광부와 한국언론재단 이사진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동채 문화관광부장관의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박기정 이사장은 노사협의회에서 자진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최종 통보했기 때문이다. 언론재단 노조는 이에 28일부터 박 이사장에 대한 퇴진 투쟁에 들어가기로 하는 등 갈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노조 “자진사퇴” 권고, 박 이사장 “못 물러난다”**
한국언론재단 노사는 27일 오후 노사협의회를 열어 박 이사장의 연임에 대한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서 노조측은 “현 시점에서 박 이사장의 연임은 언론재단의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하며 자진 사퇴를 권고했다.
그러나 박 이사장은 “내가 연임하게 된 것은 이사진의 뜻”이라며 “이를 존중해 이사장직을 계속 수행해 나가겠다”고 거부했다. 이에 앞서 박 이사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에 열린 팀장급 이상 간부 회의에도 이례적으로 참석해 “일단 노사협의회에서 노조측의 입장을 들은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이미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 이사장이 자진사퇴를 거부하게 되면서 언론재단은 당분간 무정부상태에 돌입할 전망이다. 박 이사장은 오는 31일 임기가 끝난 뒤 문광부의 승인여부와는 상관없이 계속 출근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문광부는 “임명장을 수여받지 못한 이사장은 아무런 권한을 갖지 못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광부는 이미 언론재단 이사장직의 임명권한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 분석까지 마쳐 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은 27일 오전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산하단체나 기관의 임원은 경영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연임을 승인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며 “만약 언론재단에서 임명제청이 들어오면 빠른 시간 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박 이사장 연임 거부입장을 분명히 했다.
***언론재단노조 “28일부터 무기한 퇴진투쟁 돌입”**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언론계에서는 박 이사장의 ‘버티기’가 오래 갈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이다. 무엇보다도 언론재단 내부 구성원들이 박 이사장직의 퇴진을 정면으로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조 한국언론재단지부(위원장 정민)는 노사협의회 직후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박 이사장에 대한 퇴진투쟁 여부를 놓고 내부 논의에 들어갔으나 큰 이견 없이 28일부터 무기한 퇴진투쟁에 들어가기로 결의를 모았다. 노조측은 일단 매일 오전 출근 시간에 1층 로비에서 퇴진투쟁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기로 했다.
노조측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박 이사장은 조직의 분열과 갈등의 중심에 서 있었고, 또한 신문법 개정과 지역신문법 등의 현안과제에도 뒷짐만 지고 해외순방에만 열중해 왔다”며 “박 이사장이 진정으로 재단을 위한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박 이사장은 언론플레이를 통해 마치 자신이 청와대 사퇴 압력의 희생양인양 상황을 몰아가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박 이사장을 포함한 전·현직 임원의 취임반대는 청와대도, 문화관광부도 아닌 노조의 의지”라며 “박 이사장은 더 이상 ‘이사회 결정 존중’을 운운하며 조합과 직원들을 기만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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