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개혁입법' 가운데 하나인 '언론법' 제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본격적 설전에 돌입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위원장 우상호)는 3일 오전 국회 문광위 소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각 당이 제출한 언론법에 대해 병합 심리에 들어갔다. 열린우리당 소속의 우상호 위원장은 언론법과 관련한 각 당의 안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해 토론에 앞서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은 자제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은 시종일관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대립하는 구도로 진행됐다. 김재홍 우리당의원은 민주노동당 법안심사소위 위원인 천영세 의원이 같은 당 권영길 의원의 단식농성과 관련한 중재 때문에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자, 대신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의 안을 소개해 주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두 당은 현행 정기간행물을 대체해 신문법을 제정해야 하는 이유에서부터 부딪히기 시작했다.
***박형준 "내가 만난 조선일보 기자들 사주 의지대로 기사 안써"**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은 "우리당, 민주노동당,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신문법은 기본적으로 '국가주의적 사고'를 밑바탕에 깔고 있고, 더군다나 '조중동'에 대한 적개심과 미움을 품고 있다"며 "언론사들이 가진 특권과 불공정성 등은 기존의 법체계 안에서도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는 것인데도 새로운 신문법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조중동'을 벌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미국, 스웨덴,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은 국가영역 밖에서 언론자유를 신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굳이 한국에서는 성스러운 민주화 투쟁을 통해 얻어낸 언론자유를 거꾸로 규제하려 드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는 결국 (조중동)신문사들의 경향성(논조)을 제재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 "여당은 언론 현업 종사자들이 마치 양심에 반해 사주의 의지대로 기사를 쓰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내가 만나본 조선일보 기자들은 그런 이들이 전혀 없었다"며 "언론개혁은 언론사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지 여당처럼 법을 만들어 강제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다른 의도가 있다는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홍 "소유분산, 언론자유 신장"**
이에 대해 김재홍 우리당 의원은 "특정언론을 겨냥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언론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다른 견해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신문법이 제정되면 마치 신문 논조를 위축시킬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여당과 시민단체들의 안은 내부 토론과 합의를 거치지 않은 부당한 논조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또 "그런 의미에서 여당 안에도 빠져 있는 소유집중 분산 조항은 야당이 제기하는 것과는 달리 오히려 언론자유를 신장시키고, 역사발전 단계에서 검증된 (수정)자본주의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조항"이라며 "독과점 규제에 대해서도 과점신문에 대한 인센티브 축소를 자꾸 강제 처벌조항인 것처럼 묘사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정종복 "소주도 점유율 규제 못해", 이경숙 "어찌 신문을 소주에…"**
여-야의 '언론법'에 대한 시각차이는 세부 항목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간극이 커졌다.
검사출신인 정종복 한나라당 의원은 시장점유율 제한과 관련해 지난 94년 국회에 상정됐던 주세법개정안을 예로 들며 "당시 진로소주가 소주시장을 독과점하게 되자 1개사 33%, 2개사 50% 시장점유 때 국세청이 이를 규제토록 하는 법안이 재무위를 통과하기도 했지만 결국 법사위에서 평등·시장원칙에 위배된다고 해서 법안 통과가 무산된 바 있다"며 "95년에는 지방 주류 도매상들이 각종 소주를 섞어 취급토록 한 것도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해서 위헌 결정이 났던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정 의원은 이어 "신문은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과는 달리 엄연히 사기업으로서 만약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분명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날 것"이라며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고, '조중동'을 표적으로 삼는 신문법은 '족쇄 입법'이자 '재갈물리기 입법'에 다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경숙 우리당 의원은 "국민 여론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신문을 소주와 비교해 시장점유율을 논하는 것이 과연 이치에 맞는 비유인지 모르겠다"며 "신문사가 사기업이고, 신문이 일반 상품이라면 현행 부가가치세 면제 등 각종 면세혜택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또 토론 내내 박형준 의원이 외국의 언론사례를 든 것을 겨냥해 "언론자유 국가로 소개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했다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느냐"며 "그 나라 전체의 상황을 보면서 외국사례를 들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박형준 "정부, 신문법 통해 내부분란 일으키려 해"**
한편 이날 신문법 토론 막바지에는 박형준 의원에 의해 "정부가 신문법을 제정하려는 이유가 노조 키우기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김재홍 의원이 "방송사의 경우 노조가 공영성 신장과 민주화에 기여한 것을 고려해 볼 때 족벌신문사들은 노조조차 재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기사 양심을 제한하고 있다"고 발언하자, 박 의원은 "결국 정부가 신문법을 만들어 노조를 키운 뒤 언론의 내적 자유를 만들려는 의도가 드러났다"며 "이는 제3자 개입이 아니냐"고 말꼬리를 붙잡았다.
국회 문광위 법안심사소위는 오는 6일 오전 다시 회의를 열어 언론법과 관련한 각 당의 안을 세부적으로 분류해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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