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정부가 주한미군 지역역할에 찬성해놓고 미국에 '주변국과 국민여론을 감안해 당분간 비공개를 유지하자'고 제안했다"며 제4차 FOTA(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 사전준비회의자료와 회의록등 추가자료를 공개했다.
이같은 자료 공개는 노 의원의 지난번 폭로때 국방부와 외교통상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그런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력부인한 데 따른 것이어서, 앞으로 커다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노 의원이 3일 공개한 제4차 FOTA(2003.9.3~4) 사전준비회의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주한미군의 지역안정에 대한 기여 증대를 환영하나, 현 단계에서 변화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밝히면 득보다 실이 많다"고 비공개를 제안하며 그 이유로 ▲북한의 오판가능성 등 대북억지력에 부정적 영향 ▲주변국의 불필요한 오해 ▲국민공감대 불충분 등을 꼽고 있다.
노 의원은 "사전준비회의자료는 한글본과 영문본이 함께 작성돼 있으며 FOTA에서 그대로 언급할 수 있도록 '구어체'로 협상전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이러한 전략에 따라 협상팀은 실제 FOTA회의에서 동일한 내용의 발언을 했고, 주변국 설득을 위해 '지역역할(regional mission)' 대신 '지역안정(regional stability)'이라는 완화된 표현을 쓰자는 제안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회찬 "협상팀의 월권행위라면 반드시 책임물어야"**
노 의원이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우리측 협상대표인 차영구 당시 국방부 정책실장은 "주한미군 지역역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님. 이것이 우리의 기본입장임. 다만 현재 지역역할을 부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에 우려를 말한 것임. 유사시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in and out'하는 문제는 연합사령관의 권한사항임. 그 과정에서 한국 합참의장과 협의할 것으로 기대함"이라고 발언했고, 이에 미국측 전담대사는 "한국측 설명에 감사드림. 양측 의도가 같음을 확인하게 되었음. 한반도 내외 전력이동에 대해 미측이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함"이라고 답했다.
노 의원은 "제8차 FOTA(2004.5.6~8) 사전준비회의자료를 보면, 정부는 '주한미군 지역역할이 용산기지 이전과 맞물리면 반대여론이 증폭될테니 이 문제는 용산기지 이전 협의가 완료된 후 논의하자'는 내부전략까지 세웠다"며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몰래 주한미군 지역역할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주한미군 지역역할을 인정'하는 것이 정부의 공식입장인지 협상팀의 월권행위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협상팀의 월권행위라면 이는 한반도 평화를 팔아먹는 매국행위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원론적 대응이었을 뿐"**
이같은 노 의원 폭로에 대해 국방부는 이날 국회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노 의원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미 측이 FOTA회의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간헐적으로 제기했으나 구체적인 협의나 합의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FOTA회의의 주된 이슈는 미2사단 재배치 및 용산기지 이전이었고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서는 한미양측간에 사전탐색차원의 문제제기와 원론적 대응이 있었을 뿐"이라며 "정부는 이 문제를 한미동맹의 장기적 발전과 주변국과의 우호협력관계 등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노 의원의 자료 공개를 비난했다.
다음은 노회찬 의원이 공개한 제4차 FOTA 사전준비회의 자료다.
***제4차 FOTA 사전준비회의 자료 中**
<지역역할>
□ 미 입장
o 주한미군의 지역임무 수행 희망
-현 한미상호방위조약 의거 가능한 것으로 판단
-SCM (한미연례안보협의회. 매년 10~11월 경 열림) 공동성명에 포함 희망
□ 주한미군 지역역할 수행에 대한 기본입장 설명
o 새로운 안보위협에 따른 주한미군 지역역할 수행에 대한 미측 입장 이해. 다만 한미 한반도안보 기초로서 북한 위협에 대비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왔음. 주한미군 지역역할 수행이 이러한 인식에 흔들림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
o 주한미군이 지역안정에 대한 기여 증대를 지지하며 환영하는 입장. 다만, 현 단계에서 그러한 변화방향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공론화하는 것은 다음 이유로 양국 공동이익에 득보다 실이 많다고 생각하며, 당분간 이 사안에 대해 Low Key를 유지할 것. 이유1. 북한의 오판가능성 등 대북억지력에 부정적 영향, 2. 주변국 불필요한 오해, 3.국민공감대 불충분
□ 향후 추진방향
o 국민 주변국 설득 위해 '지역안정' 등으로 완화된 표현 사용(regional mission → regional stability)
* Low Key(비공개)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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