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은 사과도 아니다. 형식도 아니고. 사과하려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하나."
어제의 분이 안 풀린 듯 1일 기자의 질문에 대한 권영길 의원의 답은 냉랭했다.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30일 밤 10시경 예결특위 전체회의가 밤늦도록 계속되는 가운데 잠시 회의장을 빠져나와 노상 철야농성중인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을 찾았었다.
허 행자부 장관은 "죄송하다. 어서 농성을 푸시라"며 "의원님과 민노당을 폄훼할 의도는 없었고, 지휘 과정상의 문제가 있었다면 적정조치를 취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표했다.
그러자 권 의원은 "총리가 지나가도 기자들이 안 보이던데 우리 장관은 총리보다 더 대단하시다.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허 장관의 '언론플레이'를 꼬집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허 장관이 예결특위장에서 열린우리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 형식으로 사과를 표한 후, 이 내용을 사전에 보도자료로 내고 기자들을 대동하고 나타난 대목을 꼬집은 것이었다.
권 의원은 "진심으로 사과하려면 아무도 없는 아침에 와야지, 이런 것이 사과냐. 사과의 방법과 형식을 제대로 갖추라"고 질타했다.
이에 머쓱해진 허 장관은 "제가 미숙했다"며 거듭 사과하다 "다시 찾아뵙겠다"고 말한 뒤 10분만에 자리를 떴다.
이를 지켜본 민노당 관계자들은 "민주노동당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냐"며 "심지어 허 장관은 어제 아침에 예결특위장에 들어가면서 '저는 권 의원님이 다이어트 하시는 줄 알았다'는 말을 농담이랍시고 하더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도 1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허성관 행자부 장관이 아무런 통보도 없이 기자들을 대동하고 기습 방문하여 권영길 의원에게 한 가식적인 사과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또 한번의 모독"이라며 "권영길 의원은 지금 허장관의 농처럼 다이어트 하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가 사태를 대충 얼버무리려고 시도하는 것을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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