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전총재는 21일 "한나라당 의원 전원이 사퇴한다는 결연한 자세로 국보법 폐지를 저지해야 한다"고 국보법 존치를 위한 당의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다.
***"반국가단체 조항 완화는 국보법 본질 훼손하는 일"**
이 전총재는 이날 옥인동 자택에서 박근혜 대표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소위 만고불변의 법이란 없고 필요 시 개정 또는 폐지하는 게 법인데, 국보법은 아직 폐지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은 평화 통일을 추구하기 위해 대화와 협력을 해야 할 상대인 동시에 휴전선에 엄청난 병력과 화력으로 대치하면서 핵을 가지고 있고 대남적화통일전선전략도 그대로 갖고 있는 적대 관계의 상대방이기도 한 양면성을 띄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 전총재는 "박 대표가 모든 것을 걸고 막겠다는 말을 했을 때, 마음으로 좀 안됐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며 "국가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들은 박 대표 개인이 책임질 문제를 넘어서서 보다 큰 문제이니 제대로 안됐을 경우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1백21명 전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국회를 떠나는 결연한 의지와 각오를 국민에게 보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총재는 박 대표가 유연한 모습을 보인 2조 '정부참칭' 조항에 대해서도 "국보법은 대치 상황에서 적대 관계의 상대방으로서 북한을 대상으로 한 법"이라며 "반국가단체 등에 북한을 포함시키지 않거나 또는 완화함으로써 하겠다는 것은 국보법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으로 이 부분은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밝혀 박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전총재는 이어 "그 동안 언론을 통해 보니 폐지를 주장하는 분들은 과거 국보법이 남용돼 인권유린된 사례들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본말을 전도시킨 것"이라며 "국보법이 남용ㆍ악용돼 인권이 유린당한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국보법 자체는 인권유린의 목적 아니라 체제와 기본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법이므로 남용ㆍ악용한 사람이 나쁘지, 남용된 법 자체를 폐지하자는 것은 법의 본질을 모르는 소리"라고 폐지론자들을 비판했다.
이 전총재는 "내가 법조인이라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는가"라며 "남용도 해석과 적용이 잘못돼서 하는 것이다. 이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총재는 "당에서 잘 대처하고 있지만 밖에서 보면 한나라당이 좀 더 분명하고 결단력 있게 대처해서 국민을 안심시켜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국보법이나 과거사문제, 수도이전문제 등에 있어서 분명하고 확고하고 결연한 자세를 취해 주면서 경제와 대외 문제는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비판할 때는 비판하면서 잘 해달라"고 한나라당의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한편, 이 전총재는 친일문제와 관련해 "친일 과거사 문제는 몇몇 특정인들의 문제가 아니"라며 "과거 친일 역사 바로잡는 일은 옳은 일이나 현재의 방향은 1948년 건국의 정통성과 이후 국가 발전의 가치를 부정하려는 의도하에 추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많은 이들이 제기하고 나도 그런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총재는 이어 "수도이전 문제도 사실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국보법이나 과거사문제와 함께 과거 역사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판갈이하는 그림하에 진행되는 것 아닌가하는데 대해 많은 국민들과 내가 걱정한다"고 밝히자 박 대표도 "노 대통령도 목적이 지배세력 교체라고 했다"고 화답했다.
***박근혜, "어디까지나 개정을 전제로 논의하자는 것"**
박 대표는 전날 정부참칭 조항과 국보법 명칭에 유연한 입장을 밝힌 자신의 발언을 여당에서 대체입법 추진가능성으로 해석하는 것에 "아전인수"라고 비판하고 보수진영의 극심한 반발을 의식한 듯 전날의 발언을 부연하는데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표는 "폐지는 절대 안 되지만 문제 되는 부분은 고칠 수 있다는 게 변함없는 입장"이라며 "여야가 계속 대치 상태이고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대통령이 폐지를 발표해 국론 분열과 사회 혼란이 심해지니 정치권이 극으로만 달리지 말고 폐지가 아니라는 조건 하에 개정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전날 발언에 대해 설명했다.
박 대표는 "반 국가단체, 정부 참칭 부분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찬반이 있어 그게 체제 수호에 지장 주느냐 아니냐를 당내와 여야간에 논의해 보자고 했다"며 "그게(참칭 조항 개정이) 체제 수호에 지장이 있으면 (개정은) 안된다는 말"이라고 부연했다.
박 대표는 "보안이라는 말이 '기분 나쁘다', '그게 싫다'는 얘기를 정부여당에서 많이 하는데 기분이 나쁘다고 법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접점을 찾기 위해서 논의해 볼 수 있다"면서도 "어디까지나 개정을 전제로 해서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우리가 이렇게까지 마음을 열고 전향적으로 이것저것 다 논의해보자고 하는데 (여당은) 폐지 방침을 고수하면서 대체입법이니 형법이니 고집하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내 발언이 대체입법을 밝힌 것이라는 등 이용을 하는데,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측에선 박 대표의 이날 방문에 대해 추석을 앞두고 전임 총재에게 인사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국보법 폐지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일환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23일 추석 귀성객들을 상대로 거리에서 특별 제작한 당보도 배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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