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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피아 수장'의 화려한 금의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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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피아 수장'의 화려한 금의환향

[기자의 눈] 이기우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컴백'을 보고

참여정부가 출범했던 지난해 2월27일 첫 조각이 단행됐음에도 유독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만이 임명되지 않자 이를 둘러싸고 각종 하마평이 떠돌기 시작했다. 일부 교육·시민단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비교적 보수적인 인사를 후임으로 앉힐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즉각 공개 반박 성명서를 냈다. 그러자 일부 보수신문들은 “시민단체들이 장관 인선에 간여하고 있다”며 반격을 가했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외부의 소란에도 교육부 내부는 잠잠했다. 누가 장관으로 임명되든 임기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히려 차관 인사에 더 촉각을 곤두세웠다. 시쳇말로 ‘누구와 더 오래 근무할 것인가’가 중요했던 셈이다.

논란은 길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교육부내 관료집단을 쥐락펴락해온 이기우 기획관리실장이라는 큰 기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이에 앞서 지난 2002년 봄, 최희선 당시 교육부 차관이 경기도교육감 출마를 위해 사퇴하자, 관료집단에 의해 차관으로 ‘옹립’됐던 전력도 갖고 있었다. 이 실장의 득세는 정치권 출신으로 차관 승진의 경쟁자였던 고재방 차관보에게 교육부내 ‘왕따’라는 수모까지 안겨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실장은 결국‘꿈’을 이루지 못했다. 장고 끝에 교육부 장관에 임명된 서울대 사대 출신의 윤덕홍 교수가 사흘 뒤 같은 대학 출신인 서범석 서울시부교육감을 차관으로 임명했던 것이다.

***윤덕홍의 일갈 "진주 마피아, 서울사대 마피아 분란 그만둬야"**

지난해 3월7일 윤덕홍 신임 교육부 장관은 자신의 취임사에서 교육관료들을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

윤 장관은 “교육부에서 '진주 마피아'니, '서울사대 마피아'니 서로 편을 갈라 싸우는 일을 이제 관둬야 한다”고 질타하더니 급기야는 “모 인사는 '교육관료들이 6개월 동안 장관을 뺑뺑이 돌리고 나면 또다시 장관이 바뀐다'고 조언하던데 여러분은 저를 뺑뺑이 돌리지 말라”고까지 했다.

한 주간지 기자는 당시 상황을 묘사한 글에서 “윤 장관의 폭탄발언으로 모두가 숙연해진 사이 '진주 마피아'의 좌장인 이 실장은 얼굴이 굳어지는가 싶더니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윤 장관은 취임한 지 1주일만에 국회 교육상임위원회에 불려나갔다. 당시 교육부가 추진하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가 교육계 전체를 뒤흔드는 갈등양상으로 번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윤 장관은 쇄도하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윽고 장관 뒤에 배석하고 앉아 있던 이 실장이 참을 수 없다는 듯 연신 일어나 장관에게 귓엣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 실장이 계속 윤 장관을 ‘코치’하자 이를 지켜보던 한 의원은 “이 실장, 자꾸 왔다갔다 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 있어요. 부총리가 소신껏 얘기를 해야지. 그럴 거면 장관이 왜 있어요”라며 역정을 냈다.

이 실장은 결국 윤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교육부를 떠나겠다고 했다. 그에 앞서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은 “조직의 인사 숨통을 터주기 위해 고참 공직자들이 대거 물러나주어야 한다”는 요지의 인사방안을 제시해 놓은 상태였다.

오랫동안 교육부의 터줏대감이었던 그에게 교육부는 한국교원공제회 이사장 자리를 ‘배려’해 주었다.

***“입지전적 인물” “처세술 능한 관료” 엇갈리는 평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2일 차관급인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이기우 한국교원공제회 이사장을 임명했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특유의 친화력과 균형감각으로 업무를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다방면에 신망이 두터워 각 부처, 청와대, 국회·시민사회 등과의 가교역할은 물론 업무 전반에 걸쳐 국무총리를 효과적으로 보좌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탁배경을 설명했다.

신임 이 실장은 교육부 차관승진에서 두 번의 고배를 마셔야 했고, 끝내 오랫동안 누려온 기득권마저 빼앗겨야 했지만 1년4개월여 만에 차관급이 돼 정부종합청사에 ‘금의환향’ 했다. 대다수 언론은 23일자에서 지난 67년 9급 교육공무원으로 공직에 들어와 차관까지 오른 그에게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후한 평가를 내려주었다.

하지만 교육·시민단체들은 이번 인사를 두고 청와대·언론과는 사뭇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실장은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에게 역사교과서의 역대 정권 기술내용이 편파적으로 돼 있다고 정보를 제공했다가 물러난 김성동 전 교육과정평가원장과 함께 여전히 교육계의 가장 큰 기득권세력인 ‘진주 마피아’의 좌장으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서울시교육위원은 23일 모든 신문에 실린 이 실장의 ‘컴백’ 기사를 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실장은 지난 98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들어가 이해찬 당시 민주당 의원을 국민의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으로 만드는데 기여했고, 그 스스로는 교육환경개선국장과 교육공무원 인사위원회 위원을 지내며 이 장관의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참여정부 때는 자신의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교육부 관료들을 인수위원회에 깊숙이 배치해 기득권을 유지해 왔다. 그의 국무총리실 입성으로 노무현 정부는 교육개혁과 관료조직 개혁 모두에 있어 교육·시민단체로부터 따가운 논총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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