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내년도 입시에서 예·체능 교과목의 내신 반영비율을 크게 줄이려 하자 해당 교과 교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대 "예·체능 과목 사실상 내신에 반영 않겠다"**
서울대는 최근 발간한 '2005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안내' 자료에서 "학생부 교과목 성적을 반영할 때 일반 교과는 예년과 같이 석차배분율에 따라 0∼10%(1등급)는 5점, 10.01∼30%(2등급)는 4점 등 5개 등급으로 나눠 내신 성적을 산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대는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교과의 경우 평어(수우미양가)를 기준으로 일정한 수준에 미달했을 때만 감점처리하기로 했다. 따라서 '수' 또는 '우'를 받은 학생은 감점을 받지 않지만 '미'는 1점, '양'은 2점, '가'는 3점의 감점을 받게 된다.
서울대는 당장 오는 2학기 수시모집 때부터 이와 비슷한 감점 방식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최종근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전문위원은 지난 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예·체능 과목 평가에서 석차를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 평어에 따라 감점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예·체능 과목의 내신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교사들 "학교 인성교육 포기하라는 소리인가"**
이에 대해 해당 교과 교사들은 "이같은 서울대의 내신 산출방식은 결국 고교 교육에서 예·체능 과목을 없애자고 하는 것과 같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사들은 "고교마다 '성적 부풀리기' 현상이 심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예·체능 교과에서 '수' 또는 '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서울대가 이러한 내신 산출방식을 선택하게 되면 다른 대학에도 파급효과를 미치게 될 뿐만 아니라 전국 고교에서 예·체능을 경시하는 풍조로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전국음악교과모임 소속 한 교사는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핑계로 예·체능 과목을 내신에서 제외하려다가 교사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이를 철회한 바 있다"며 "결국 교육부는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자 이번에는 서울대를 앞세워 고교 인성교육의 마지막 보루인 예·체능 교육을 또다시 뒤흔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전국미술교과모임의 한 교사는 "틈만 나면 예·체능 과목을 없애려는 교육부를 등에 업고 내신성적 반영비율을 갈수록 낮추고 있는 다른 대학들도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실제로 교육부는 수능시험에 고1 과정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예·체능을 포함한 고1 과목들을 내신에 전면 반영시키겠다고 호언했지만 내년도 입시에서 이를 따르고 있는 대학은 전국 196개 대학 가운데 71개 대학에 불과한 실정이고, 더군다나 고교 2·3학년 과정의 예·체능 과목을 내신성적에 반영하고 있는 대학은 41개 대학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허탈해 했다.
이 교사는 "이같은 현상은 수시 모집에 이르면 예·체능 과목의 성적을 반영하고 있는 대학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고, 심지어 미술대학들도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미술교과를 입시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체능 내신 퇴출, 편법 특혜 정책 아닌가"**
교육계 일부에서는 서울대의 예·체능 과목 내신 반영 무력화의 이면을 일부 부유층 자녀를 위한 '편법적 특혜'가 아니냐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과연합은 7일 발표한 성명에서 "서울대의 이러한 방침은 가뜩이나 국·영·수 중심의 수능 문제풀이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고등학교에서, 그나마 인성교육의 기초가 되는 미적 감수성과 창의력 교육 등을 포기함으로서 사실상 학교교육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이같은 현상이 머지않아 초·중학교까지 파급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교과연합은 또 "우리는 이번 일이 지난 해 교육부가 사교육비 경감방안의 하나로 음악·미술·체육교과의 내신 성적 제외를 추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강남 등 소위 부유층 자녀 가운데 다른 교과목은 우수하지만 음악·미술·체육과목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위한 편법적 특혜가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서울대는 잘못된 입시 요강을 즉각 수정해야할 것이고, 더불어 '입시 자율'이라는 명목 아래 이를 방치하거나 조장하고 있는 교육부 또한 즉각 각 대학의 입시요강에 대해 강력한 지도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문화연대는 6일 발표한 성명에서 "2003년 문화예술향유 실태 결과 발표에서도 드러나듯이 청소년의 문화예술교육과 문화예술에 대한 참여도가 갈수록 떨어졌던 것은 지식편향적인 정부의 교육정책에서 연유하고 있고, 공교육의 황폐화와 각종 사회적 양극화와 위험이 갈수록 확대되는 것도 균형적인 발달을 저해하여 왔던 교육정책에서 비롯한다"며 "일부 엘리트만을 양성하고자 하는 현재의 지식편향적인 정책은 우리 사회를 파국으로밖에 이끌지 못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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