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왜 교수는 되고, 교사는 시국선언 안되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왜 교수는 되고, 교사는 시국선언 안되나"

[기자의 눈] 교사 시국선언 징계 움직임을 보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원영만) 소속 교사 1만5천여명이 지난 23일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하자 교육계가 또 한번 들썩이고 있다.

시국선언에서 이들 교사들은 "수구 부패집단이 국회를 장악하고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다수결이 민주주의'라고 배우고 있는 아이들에게 참다운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일이 아니기에 분연히 일어섰다"고 했다.

이러한 선언에 대해 보수적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들은 "교육의 정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의 주장은 보수신문에 의해 다시 확대재생산 됐다.

사안이 확대될 기미를 보이자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은 24일 "교사 선언 행위가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법을 위반하는지를 조속히 판단해 법령에 위반되면 법에 따라 징계하는 등 엄정 조치하라"고 안병영 교육부총리에게 지시했다. 이에 교육인적자원부는 25일 오전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브리핑을 갖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일체의 관련 활동을 자제토록 당부했다"고 호응했다.

***'맥 빠진' 교육부의 지시**

교육부는 이날 '시국관련 교사선언 자제 및 복무관리 철저 지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교원이 '국가공무원' '정치자금법' 등의 실정법에 저촉되는 집단행동이나 정치활동을 할 경우 위법 정도에 따라 고발 및 징계 등 엄정 조치할 것을 시도교육감에게 시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교육부의 브리핑은 한마디로 '김 빠진 맥주'였다. 발표문은 마치 엄포로 가득한 듯 보였으나 찬찬히 뜯어보면 '~할 경우'처럼 가정법으로 일관돼 있었다.

교육부가 이렇듯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데에는 노동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문의한 결과, 교사 선언만 가지고는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는 유권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라는 후문도 돌았다.

실제로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문제를 삼는다면 '집단행동' 조항이나 '정치활동' 조항을 전면에 내세워야 하는데, 교원노조 출범 이후 현실적으로 이미 무력화된 조항들인 데다가 그렇다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가입한 것도 아니어서 무리수를 둘 수는 없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술자리 농담까지 못하게 하려나"**

교육부의 고민은 25일 88명의 서울대 교수들이 탄핵반대 시국선언을 하면서 한층 깊어졌다. 서울대 교수들도 엄밀히 따지고 보면 교사와 마찬가지로 '국가공무원법'에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 한 관계자는 "교수들은 학문의 자유가 있고, 더군다나 정당법이나 선거법 등에 교수를 제외하는 조항이 있어 크게 법 적용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교사는 국가의 공익 교육과정을 맡아 아직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교수와는 다르다"며 "사실 교육부가 하지 말라고 해서 교수들이 말을 듣겠느냐"고 덧붙였다.

논란의 와중에 때마침 헌법재판소가 25일 "교원의 정당가입과 정치활동은 금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합헌 판결을 내렸다. 일부 언론들은 벌써부터 이를 이번 교사들의 시국선언까지 연결하려드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국선언과 정치활동은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는 "이번 헌재의 판결은 교육의 가치중립성을 고려한다면 상당부분 타당한 측면이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이를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정치활동 모두를 금지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특히 교사들의 시국선언은 학교 안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정치적 표현의 일부로 볼 수 있다"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교사에게 투표권이나 술자리에서의 정치적 발언까지 제약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