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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제국주의의 세계전략, 그 모순과 극복의 지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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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제국주의의 세계전략, 그 모순과 극복의 지점 (3)

'김민웅의 반전평화주장' <19> 이행기의 모순과 한계

***3. 세계적 이행기에 처한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모순과 그 한계**

지금까지 논의해왔던 바를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부시 정권 아래 미국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자본축적 위기를 돌파해나가면서 제국주의 국가의 세계적 완성을 마무리 짓기 위해 항구적 전쟁국가의 강화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역사 속에서 진행되어왔던 팽창주의의 완결이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제국주의 확대 재생산의 과정은 오늘날 세계적 비판과 저항에 직면함으로써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다시 말해서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주도권 지속에 위기를 느낀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핵심세력들은 <반 테러리즘>이라는 명분 아래 인류의 공적(公敵)을 허구적으로 설정, 합리화한 폭력체제를 고도로 강화함으로써 미국의 위력을 압도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미국의 이와 같은 국가적 역량을 추월할 수 있는 나라는 없으며 그런 점에서 아메리카 제국주의는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성채로 보인다. 테러리즘의 공격이라고 규정한 9.11 사태를 공세적 대응의 기회로 삼아 제국의 위기를 관리, 전쟁국가 강화로 활용해나간 부시 정권 내의 소위 신보수주의자(Neo-conservatist)들은 21세기야말로 “미국의 세기(American Century)”가 확고하게 다져지는 단계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의 초제국주의적 위상과 역량은 심각한 역풍에 직면해 있다.19) 9.11 직후 방향을 잡지 못했던 반세계화 운동의 저항전선이 전열을 정비했고 제국주의 동맹체제 내부에서 미국의 일방적 선제전략에 대한 심각한 이의제기가 지속되고 있으며 미국의 주도권 아래 있던 제3세계권의 반격이 확대되고 있다. 제국주의적 위계질서의 동요가 명확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와 함께 미국 내부에서 폭력적인 제국주의 체제 건설에 대한 비판과 저항 운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 이라크 침략전쟁과 관련한 허구와 기만이 계속 드러남으로써 오는 2004년 11월 대선을 앞둔 부시정권의 장래는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20)

이라크 침략의 근거로 삼았던 대량살상무기(WMDs: Weapons of Mass Destruction)의 존재가 증명되지 못했고 이와 관련한 정보자체도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쟁국가 강화를 위한 선제공격 전략 전체의 기본 전제가 허물어지고 있으며, 대외정책 전반에 걸친 수정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부시 정권은 자신의 전쟁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를 하고 있으나 가령 파웰 국무장관의 경우 대량살상 무기에 관한 정보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이라크 공격은 재고될 수도 있었다고 함으로써, 정보의 내용과 무관하게 사담 후세인 체제 붕괴를 전과로 삼고 있는 부시 정권의 수세적인 입장을 드러내 내부적 갈등을 격화시키기도 하였다. 이러한 현실들은 아메리카 제국주의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재생산하고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이 자신의 생존 방식을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세계적 저항의 목표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로써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폭력체제를 강화하면 할수록 그 안전이 도리어 위험해지는 모순에 빠지고 있는 셈이다. 세계제국 건설의 목표가 완성의 단계에 이르고 있다고 여기고 그에 필요한 전쟁정책의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역설적으로는 장기적 관점에서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해체과정에 진입하는 것이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하겠다.

돌아보면, 1492년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유럽 자본주의의 정복 체제 건설 이후 진행되어왔던 전지구적 차원의 폭력적 수탈체제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출현과 그 성장과정에서 그 본질이 압축된다.21) 19세기 말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패권쟁탈전은 20세기 초반의 1차대전으로 그 주도권을 미국에게 서서히 넘겨가는 과도기적 단계에 들어서게 되며, 2차대전은 이러한 이행이 완료되는 시기로 규정될 수 있다. 미국의 생산력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그 자원의 풍요함으로 인해 <아메리카>는 인류적 복지의 정답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그러나 1917년 러시아 혁명이라는 대안체제의 성립과 1945년 이후 중국의 마오 혁명을 비롯하여 제3세계권의 민족해방전선의 확산은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주도권 장악이 안정적일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이들 세계사적 반체제 혁명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체제의 변화를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미국 자신에게 위협적이었다. 바로 이러한 정세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 곧 미국의 지난 시기 냉전체제 하의 세계전략이 주력했던 바였으며 그로써 미국이 곧 세계사의 완성된 대안임을, 그래서 더 이상 역사는 새로운 선택을 따로 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논리로 자신의 제국주의를 정당화해왔다. 냉전이 끝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승리를 내세운 후쿠야마류의 <역사의 종말>은 그러한 논리의 결산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 1970년대, 보편적 세계통화의 발권국가라는 지위를 남용한 달라화의 과잉에 따른 금 태환 체제의 유지가 불가능해진 것과 베트남 전쟁의 패퇴로 인한 미국의 위상 변화는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절정기가 지나고 있음을 의미하는 역사적 신호였다.22) 이러한 시기를 거치면서 2차대전 이후 급격하게 약화되었던 유럽 자본주의와 일본,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이 미국의 경쟁세력으로 성장했고 제3세계권의 대미 관계 역시 미국의 일방적 주도권 범위 내에 관리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 형성됨으로써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세계체제는 그 일극적 위계질서에 변화가 오는 일정한 이행기에 들어서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냉전의 종식은 사회주의 체제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일대 재점검과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에 대한 보다 전반적이고 근원적인 비판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가져온 것이었다. 역사의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 주목되어야 했던 것이다.

미국 부시정권의 전쟁국가 강화와 파시즘 동맹은 다름 아닌 바로 이러한 “이행기의 역전(逆轉)을 시도하려는 반동적 위기 대응의 소산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전전략은 단기적 위력을 나타내는 일에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성공하기가 어렵게 보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아메리카 제국의 모순과 한계의 지점을 목격하게 된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우선, 부시의 전쟁국가 전략은 제국주의 동맹내부에 심각한 균열을 가져왔다. 차등이 있는 불평등한 배분구조로 그나마 지탱해왔던 서구 제국주의 동맹은 배분구조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독점체제 강화에 반발과 저항을 하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독점적 군정체제의 성립에 대한 프랑스와 독일의 반격은 그 예이다. 또한 라틴 아메리카의 전반적인 좌선회에서 볼 수 있듯이 반미(反美)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제3세계권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으며, 서구 제국주의 동맹의 기획회의인 다보스와 포르토 알레그로의 세계사회 포럼의 대립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아메리카 제국주의가 현재 선도하고 있는 세계체제 자체의 향방을 놓고 대안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는 재론컨대, 아메리카 제국주의가 기반을 둔 세계체제의 위계질서에 중대한 변동이 벌어지고 있음을 말한다. 제국주의적 세계화를 유지해온 기존의 토대가 해체의 양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현재로서는 당장의 제국 해체라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대세적인 경향으로 점차 힘을 얻어갈 때 미국은 보다 강력한 대응으로 저지전략을 세운다 하더라도 그러한 움직임에 협력하는 국가의 수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그렇다고 독자적으로 이를 관철해내기에는 이미 상황이 여의치 않음이 여러 가지 경우를 통해서 입증이 되고 있다. 당장에 이라크 식민정부 수립에 대한 계획이 순조롭지 않다. 게다가 이라크 주둔 미군의 희생은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으며23) 게릴라 저항 지역의 군사적 관할이 어려워짐에 따라 제3국의 군사적 대리행위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은 이라크 침략전쟁 수행 과정에서 잠시 활용하다가 용도폐기 해버린 유엔의 역할을 재강조하면서 역량부족의 공간을 채우려 하고 있으나 현실이 녹녹치 않고 이 문제와 관련한 군사/경제적 지원을 다국적화하려는 기도 역시 별반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즉, 미국자신의 국가적 내지는 초국적 독점자본의 위력은 군사/경제 양면에서 단일국가로서는 여전히 세계 최강이나 세계적 대세의 변화에 독자적으로 맞서서 일방주의적 지배전략을 관철해나가기에는 점차적으로 난관에 봉착해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선의 시기에 들어선 미국 내부의 사정도 유동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제국 유지의 재원 마련의 한계와 반전평화 운동의 확산, 미군 희생자의 증가에 따른 전쟁반대라는 이른바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베트남 증후군 (Vietnam Syndrome)>의 재등장으로 부시정권 내의 파시스트 삼각편대가 수세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인 영국 블레어 총리 체제가 이라크 침략에 대한 여론의 비판으로 난국에 처해 있는 것과 결합되어 전쟁국가 정책의 전면적인 퇴장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제국이 각종 수치로는 객관화할 수 없는 오만과 허구, 기만과 폭력으로 유지되어왔음을 드러내는 일이다. 말하자면 통계적 자료로 실증될 수 있는 미국의 군사력/경제력이 아무리 강대하다해도 그것이 감당해야 할 도전이 결코 가볍지 않고 그 도전의 무게는 날이 갈수록 무거워져 감을 확인해주는 사태이다.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독점구조에 대한 반발과 저항으로 인한 세계체제의 이행기에 대한 미국의 대응과 선택이 심각한 모순과 한계에 처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자멸적 붕괴의 긴 과정으로 결론지어질 것이다.24)

바로 이와 같은 점을 주목하고 이행기의 과정을 촉진 강화할 수 있는 고리를 찾아 우리의 행동반경을 넓혀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거대한 제국의 압박과 지배 앞에서 패배주의적 투항이나 또는 구호 만으로의 저항이 아니라, 장단기적 전략에 따른 반전평화의 공간을 확보해내는 동시에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틀에서부터 이탈하는 돌파구를 마련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이 지향하는 세계적 독재체제의 하부구조로 우리의 처지가 전락해가는 것을 저지하면서 오늘날 새로운 유형의 세계체제 이행의 동력을 우리 자신이 창출해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한반도의 현실은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직접적인 지배력이 행사되고 있는 조건을 정면으로 마주하면 이 지역이 새로운 반제국주의 세계화/반전평화운동의 요충지로 부상할 수 있으며 이에 더하여 민족내부의 결속과 단결을 기반으로 한 자주적 공간 확대의 노력이 이루어질 때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기반은 이 지역에서 타격을 입게 될 수 있음을 주목하게 된다. 이는 세계 체제적 이행기의 주도적 요소로 우리 자신의 인류사적 역할을 관철해나가는 문제이며 그로써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해체와 전환에 중대한 역량이 추가되는 것을 뜻한다.

***각주**

19) 임마뉴엘 월러스틴(Immanuel Wallerstein)은 미국의 세기는 이제 쇠퇴기에 진입하고 있으며 아메리카 제국이 취해야 할 자세는 연착륙을 대비하는 일이라고 갈파했다. 그는 미국의 내부적 동력과 외부적 환경의 변화가 가져온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이전의 관성을 유지하려 할 경우 미국은 심각한 난관과 도전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The Decline of American Power (New York: New Press, 2003)

20) 미국의 제국주의적 팽창정책이 가져온 역풍에 대한 경고를 한 바 있는 찰머스 존슨(Charlmers Johnson)은 미국이 전 지구를 자신의 병영으로 요새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제국주의에 관해 미국인들이 인식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비극적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The Sorrows of Empire: Militarism, Secrecy and the End of the Republic (New York: Metropolitan Books, 2004) 이른바 <제국의 비극>을 의미하는 것인데 이는 Scott Nearing의 Tragedy of Empire (New York: Island Press, 1945)에 이어 윌리암 애플만 윌리암즈(William Appleman Williams)의 The Tragedy of American Diplomacy (New York: Delta Books, 1959)이 밝히고 있는 제국주의 팽창사의 궁극적 한계와 비극의 의미와 통해 있다고 하겠다. 반세기나 지난 오늘날 이들의 경고는 다시 되풀이 되어 미국의 현실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21) 에드아르도 갈레아노(Eduardo Galeano)가 정리한 라틴 아메리카 약탈사는 1492년 체제의 야만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Open Veins of Latin America: Five Centuries of the Pillage of a Continent (New York: Monthly Review, 1997)

22) 폴 스위지(Paul Sweezy)와 해리 매그도프(Harry Magdoff)는 이러한 미국 자본주의 내부의 동력 약화가 1980년대 투기자본의 과잉과 부채경제의 심화로 인한 금융시장의 폭발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았는데 이는 1990년대에 이르러 그 예상이 적중함으로써 미국 자본주의 체제 내부의 구조적 모순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게 해주었다. Stagnation and the Financial Explosion (New York: Monthly Review, 1982)

23) 미 육군은 이라크 주둔군의 사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게릴라의 저항으로 병참지원이 난관에 직면한 경우가 적지 않아 전쟁의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New York Times, "Army Study of Iraq War Details a 'Morass' of Supply Shortage" by Eric Schmitt

24) 군사주의 팽창을 위한 적자재정의 편성과 독점적 자본주의 주도권의 약화는 미국 경제에 중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임을 해리 매그도프(Harry Magdoff)는 예견했으며 이는 결국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자멸적 과정이 된다는 것을 주목했다. The Age of Imperialism: The Economics of U.S. Foreign Policy (New York: Monthly Review, 1969), Imperialism without colonies (New York: Monthly Review,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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