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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여의도는 전쟁터, 1만5천 농민 격렬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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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여의도는 전쟁터, 1만5천 농민 격렬시위

[현장]"FTA 통과되면 농민 다 죽는다"

9일 오후 내내 국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표결방식을 둘러싼 논란으로 처리가 무산됐다. 이는 동의안이 지난 해 7월 8일 제출된 뒤 2003년 12월 29일과 지난달 8일에 이어 세번째 처리 시도 무산이다.

***비준안 통과 무산 소식에 일제히 환호성**

<사진 1>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여의도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특히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오후 8시 이후부터는 팽팽한 긴장속에 경찰과 대치했던 농민-학생 시위대들은 밤 11시께 들려온 비준안 통과 무산 소식에 일제히 환호하며 집회대오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위로 다소 지친 모습인 춘천 농민 권 모씨(50)는 "끝난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다행스럽다"며 "오늘 열심히 싸운 성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1시반께부터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1만5천여 명의 농민들과, 대학생,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한-칠레 FTA 국회비준 규탄대회를 열고 국회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농민연대 송남수 상임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식량 주권을 팔아넘기는 비준 찬성 의원은 매국노이고, 농업을 지키려는 농민들은 애국자"라면서 FTA 반대투쟁의 전면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송남수 상임대표도 "400만 농민 형제 투쟁을 멈출 수 없어 이 자리에 모였다"며 "노무현 정부와 언론이 나서서 한-칠레 협정을 비준하려고 하는데, 이는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 2 + 사진 2>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도 연대투쟁사를 통해 "생명 산업인 농업을 팔아먹으려는 싸움에 노동자 농민이 따로 없다"면서 "비준 찬성과 반대를 감시해서 누가 우리 농업을 팔아먹는지 지켜보자. 4·15 총선에는 농민 노동자의 대표가 직접 국회에 가야 한다. 차떼기 정당 모리배에 우리 삶을 맡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4시께부터 농민들의 대열이 이에 앞서 오전 11시부터 국회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던 이라크 파병반대 대오와 결합하면서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었다.

***격렬시위, 물대포와 투석전... 여의도 아수라장**

중앙 무대에서 연사의 발언이 계속되는 가운데 집회 현장 곳곳에서는 지도부에 통제되지 않는 성난 농민들과 흥분한 경찰들의 충돌이 재연됐다. 국회진입을 막기 위해 3백여대의 전경버스가 이중 삼중으로 시위대를 둘러싼 상태였으며 골목골목마다 87개 중대 9천여명의 경찰병력이 배치되었다.

일부 농민들은 시위 과정에 전경버스를 전복시키기 위해 흔들거나 불을 붙이려 했으며, 전경버스 위로 공사장 집기와 돌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고압의 물대포와 소화가루 분말, 최루가루 등으로 추정되는 매운 분말을 뿌리며 전경버스로 농민이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경찰들은 집회장 안으로 기습적으로 들어왔다 빠졌다를 반복하며 강제 진압에 나섰으며 이에 시위대는 2~3m 길이의 대나무나 공사장 집기를 들고 곳곳에서 보도블럭을 깨 격렬한 투석전을 벌이며 경찰에 맞섰다.

<사진 3>

<사진 4>

철원에서 온 유영창씨(43)는 "내가 50마지기 벼농사를 지면서 부채만 2-3억"이라며 "대책을 세워놓고 개방을 하라고 해야지 우리 농민 다 죽으라는 거냐"라고 분노를 참지 못했다.

전북 익산에서 벼농사를 한다는 김태운씨(46)는 "집회장에만 오면 죽고 싶다" 고 울먹였다. 김씨는 "생명을 지켜내고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정당한 요구에 정부는 곤봉과 물대포로 대응한다"며 "이 나라 정부는 누구의 정부인가"라며 개탄했다.

전남 무안에서 올라온 김 모씨(66)는 "(정부가) 국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FTA를 추진했다고 주장하지만, 믿을 수 없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말을 바꾸는 차떼기 국회의원 말을 어떻게 믿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국회가 농민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생명의 근간인 농업에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무안에서 여의도까지 올라올 필요도 없다"며 "제발 조용히 농사짓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사진 5>

<사진 6>

***아수라장 속 고공 크레인 시위 벌이기도**

오후 6시경부터 한나라당 당사 앞 지하철 9호선 909공구 건설현장 앞 15m 높이의 크레인 위에서 3명의 농민이 'FTA 비준 반대'를 외치며 고공농성을 벌이다가 119 구조대원과 농민들에 의해 구조되어 내려왔다.

박장순(47)씨는 "박관용 국회의장이 FTA 비준을 통과시키면 내려오지 않겠다"며 굴착기에 먼저 올라갔고 박씨를 보호하기 위해 이어 농민 2명이 크레인으로 올라갔다.

이들이 구조되는 동안 농민들은 농민가를 부르며 이들의 고공농성에 환호했다. 김미자(43)씨는 박씨가 왜 크레인 위에 올라갔냐는 질문에 "죽을려고 올라갔지. FTA 통과되면 콱 죽어뿔라고"라며 "내가 꼭 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어둠 속에 계속된 대치, 부상자와 연행자 속출**

저녁 6시를 넘기며 어둑어둑 해진 가운데 계속된 강제진압과 투석전으로 부상자와 연행자가 속출했다. 일부 흥분한 경찰들은 아무 보호 장구가 없는 시위대오에 돌을 던지고 곤봉으로 촬영기자를 위협하고 발길질하는 등 자제력을 잃고 규정에 어긋난 행동을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사진 7>

이 모습을 지켜본 익명을 요구한 시민은 "시위 도중 불의의 사고가 나지 않기 위해서는 경찰의 절제된 자세가 중요한데 경찰이 오히려 시위대를 자극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방패에 찢겨 흐르는 피를 닦고 있던 지 모씨(30)는 "저녁식사를 하러가는 와중에 경찰이 덮쳐 마구잡이로 폭행을 당했다"며 "집회참가자가 아니라고 항변해도 소용없었다"고 분노했다.

대열에서 이탈된 채 경찰들로부터 집단폭행 당해 귀와 얼굴이 찢긴 강영욱(60)씨는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어차피 죽기는 매한가지"라며 흥분을 참지 못했다.

하나은행 사거리에서는 여기저기서 타오르는 불과 자욱한 연기 속에 경찰-시위대가 밀고 밀리는 백병전을 벌였으며 이 와중에 대열에서 이탈한 경찰이 농민들에게 구타당한 후 대오로 되돌려지는 풍경도 벌어졌다.

국민은행 옆 시위 현장 밖에서는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대부분 머리와 이마를 찍힌 농민과 학생들이 거리에 앉아 둘둘 말은 휴지로 임시 지혈을 하다 경찰의 협조하에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부상자들은 이대목동병원, 성모병원, 경찰병원등으로 옮겨졌다.

유경수(김포 농민회)씨는 "언제까지 아무 관계도 없는 젊은 전의경들과 농민들이 피흘리며 싸워야 하는지 정말
안타깝다"며 "국회가 농민들의 뜻을 잘 반영해 이런 상황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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