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23일 KBS 공영성강화소위원회 구성과 방송법정개정법률안 대안에 대한 심의를 하려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KBS 수신료 관련 법안과 기타 방송법에 대한 처리는 또다시 연기됐다.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 배기선 문광위 위원장이 제안한 KBS 공영성강화소위를 문광위 산하에 두는 것에 대해 논의해보겠다는 전향적 입장을 밝혀, 사실상 KBS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이 백지화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한나라, “공영성강화소위 논의해보겠다”**
한나라당은 3년여에 걸쳐 각 당간 합의가 끝난 방송법 개정안에 KBS 수신료 관련법안을 첨부한 수정안을 지난 15일 제출했다. 다른 당의 반발로 수정안과 대안이 모두 처리되지 못하자, 한나라당은 수정안에 대한 표결 강행처리 방침을 밝혔었다.
그러나 문광위에서 공영성강화소위 구성이 통과되면 한나라당이 제출한 KBS 수신료 관련법안을 포함한 수정안은 자동 폐기된다.
열린우리당 배기선 문광위 위원장은 23일 문광위 산회 직후 “29일 전체회의에서 제1안으로 KBS 공영성강화소위 구성안을 상정하고, 제2안으로 방송법중개정법률안 대안을 상정할 것”이라며 “KBS 공영성강화소위가 통과되면 한나라당이 제출한 수정안은 자동 폐기된다”고 밝혔다.
배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표결처리 방침을 접은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확실치는 않다”면서 “공영성 강화 소위를 논의하겠다고 나선 것은 한나라당 기존 입장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고흥길 문광위 간사는 “KBS 공영성강화소위 내용이 맘에 들지 않으면 표결처리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겨두면서도 “저쪽(다른 당)에서 제안을 해왔으니 논의는 해보겠다”고 말했다.
***비난 여론에 한나라당 의원들도 몸 사려**
한나라당의 이같은 입장 선회는 비난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KBS를 탄압하려 한다는 비난여론이 나날이 커지면서 수신료 분리를 강행처리할 경우 한나라당이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5일 강원용 전 방송위원장과 최창봉 전 MBC 사장 등 방송계 원로 10여명은 한나라당의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조찬모임을 열어 “수신료 분리 추진은 공영방송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기 때문에 법안 추진을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도 연일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으며,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도 2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수신료를 분리징수하면 재벌이 방송을 장악하게 된다”며 한나라당에 수신료 분리징수 철회를 요청했다.
이러한 비난 여론은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 의원들조차도 몸을 사리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문광위 한나라당 소속 의원 10명만 참석해도 회의가 개회될 수 있음에도, 23일 회의에는 한나라당 의원이 5명밖에 참석하지 않아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KBS 출신의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도 지난 16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KBS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법안이 표결 처리될 경우 기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 입장에선 표결 처리 통과마저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마당에 다른 정당들이 'KBS 공영성강화소위'라는 대안을 내놓았고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사실상 수신료 분리 징수 방침에서 후퇴한 게 아니냐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KBS 등 방송가에서도 수신료 분리가 백지화된 것으로 해석하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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