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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김시원의 뉴질랜드 이민일기 <35>

봉급을 받는 사람의 경우 작년부터 세금신고를 직접 하지 않고 고용주가 하게 되었다.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세금신고 마감일이 4월 7일 1학기 중간 한참 공부할 때라 이곳에 오자마자 대학을 다닌 남편 대신 세금신고는 꼬박 나의 몫이었다. 세금 신고서와 함께 안내서가 동봉되어 몇 달 전에 날아온다. 그 안내서를 따라 더하기 빼기만 할 줄 알면 세금신고를 혼자서 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지만 내가 첫 해에는 남편 것의 계산이 틀렸고, 두번 째 해는 내 것을 잘못 계산하여 신고했다, 나중에 보니까.

그러나 세무서에서는 신통하게도 바로 잡아 많이 낸 세금은 돌려주고 덜 낸 것은 받아내었다. 그 안내서에서 재미있는 말이 있다. 세금공제 받는 부분에 있는 말인데, 탈세는 불법이지만 절세는 합법적이니까 절세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적으라는 것이다. 자선단체나 공공기관에 기부한 것, 직업을 가지느라 아이를 돌볼 수 없는 경우 아이를 맡기는 데 들어간 비용, 그리고 세금신고를 나처럼 직접하지 않고 세무사가 대신 할 경우 그 비용 등을 수입에서 공제하거나 아니면 세금에서 공제할 수 있었다.

잠시 오클랜드 대학에 파트 타임 학생이었던 적이 있다, 6,7년 전에. 어느 날 학교 건물 여기 저기에 대자보가 붙었다. 플레쳐 라는 회사 그룹이 있는데 그 회사에서 그 전 해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회사는 그 때까지 뉴질랜드에 아직 몇 년 살지 않은 나까지도 이름을 알고 있는 회사였다. 뉴스 시간에 매일 주가의 등락을 보도할 때 나오는 회사 이름이기 때문에. 어떻게 그렇게 큰 회사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나 놀라는 나에게 남편의 설명은 순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절세를 하기 위하여 부자일수록 회계사와 변호사를 동원해서까지 절세를 한다. 회계사와 변호사에게 지불하는 비용보다 세금 줄이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변호사 중에 세무관계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받는 시간 당 비용이 제일 높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이 대자보 몇 장 붙어있는 일로 끝나다니, 데모많은 세상에서, 조그만 비리도 못 봐주는 세상에서 살다온 나에게는 큰 회사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대자보 몇 장으로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일이 더 놀라왔다.

바람이 세게 불던 날 창문을 열어둔 것은 내 잘못이었다. 챙 하는 소리에 놀라 방에 들어가보니 유리창이 바람에 밀려 닫히면서 유리가 깨져 방에 흩어져 있었다. 깨진 유리창을 놔둔 채 밤을 지낼 수는 없으니 급하게 되었다, 이미 저녁 무렵인데. 서울서는 웬만한 것은 저녁 늦은 시간이라 할지라도 다 해결할 수 있다. 아파트단지가 아니더라도 문만 나서면 온갖 가게가 다 있어 필요한 것을 거의 해결할 수 있지만 이 나라에서는 상가가 아니면 동네에 가게가 없다. 그나마 생필품 가게가 아니면 어디에 가야 필요한 가게가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전화번호부가 최고다. 우리 동네에서 가까운 데 있는 곳부터 전화걸기 시작했다. 그 날 당장은 시간이 없어서 못 오겠다고 하는 대답을 몇 군데서 듣고 보니 한심했다. 전화번호부를 계속 들여다보며 24시간 서비스한다고 광고하는 데를 찾다가 재미있는 광고를 보았다. 현금으로 비용을 지불하면 10% 디스카운트해준다는 광고였다.

서양에서는 물건 값을 깎는다는 것이 없는 줄 알았다.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동대문 시장이나 남대문 시장에서나 깎아달라고 조르면서 상인들과 싱갱이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나라에 처음 와서 가전제품을 살 때였다. 먼저 이민 온 친구가 우리를 안내 해주었는데, 현금으로 지불하겠다고 말하면서 디스카운트 하자고 말하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 말대로 했더니 정말 디스카운트를 해주었다. 현금으로 지불할 테니 디스카운트 하자는 말은 그 이후에 어디서도 통했다. 처음에는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른 채, 이 나라에서도 가격을 깎지 않으면 바가지 쓸지 모른다고까지 생각을 했다. 서울서도 상인들의 공격적인 태도가 무서워 물건 값을 깎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던 우리가 이곳에서는 영어 연습삼아 흥정을 했다.

잔디깎는 기계가 고장이 나서 동네 수리점에 맡기고 그것을 찾으러 들어간 남편이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왜 그렇게 시간이 걸렸냐고 했더니 비용을 너무 많이 청구해서 비싸다고 깎자고 했더니 안된다고 하면서 어떤 부품을 갈았는지 일일이 설명을 해주더란다. 그래서 알았다고 다 지불하면서 그런데 때로는 너희가 아시아인이라 잘 모를 것이라 생각하고 바가지 씌우는 일은 없냐고 물어보았단다. 그랬더니 그 주인 말이 솔직하게 동양인에게는 조금 더 붙여서 가격을 부른다고 했다나, 그 이유는 홍콩 사람들이 이민오면서 무엇이든지 깎아달라고 하는 바람에 아예 깎아줄 요량으로 그런다고, 전에는 안 그랬는데. 그 말 들은 후에는 공연히 중국 사람 때문에 뉴질랜드에도 바가지 요금이 생긴 줄 알았다.

살아가면서 점차 알게 된 것은 모든 유형 무형의 거래에는 그것이 물건이든 서비스든 12.5%의 소비세가 붙는다는 것이었다. 물건을 사고 현금으로 지불하면 깎아주는 이유는 그 물건 판 것은 수표처럼 추적이 되지 않으니 신고 안 해도 되고(?) 그래서 소비세에 해당하는 10% 정도를 감해주어 소비자도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말이 이런 경우에 해당될 거다. 남편이 그 수리점에서 현금으로 지불하겠다고 말을 했었는데도 깎아주지 않았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 때는 이런 줄 몰랐으니 내가 물어보지 않았었고 지금은 남편이 기억을 못할테고. 어쨌거나 현금 지불이면 디스카운트해준다고 전화번호부에 버젓이 광고로 낸 그 유리상은 세무서를 아주 무시하고 있다가 혼나지 않았을까 내가 다 걱정이 되었었는데. 이 글을 쓰면서 아직도 그렇게 광고를 하나 다시 찾아보니 안 보이는 걸로 보아 탈세를 안 하기로 한 것인지 아니면 세무서에 걸려 사업을 접은 건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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