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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편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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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편이다 (2)

김시원의 뉴질랜드 이민일기 <34>

어디나 그런 애들은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우리 애가 마주치면 괴로워하는 애가 포니 클럽에 있었다. 그 아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처음 느낌 감정이 인종차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일 정도로. 처음 말을 사서 방학이면 하루 종일 포니 클럽에 가서 살 때였다.

짧으면 두세 시간에서 반나절, 길게는 하루 종일 포니 클럽에 모여서 말을 타며 노는데, 우리 애는 몇 년을 기다려 산 말이라 한달 여를 거의 매일 하루종일 클럽에서 살았다. 그 때는 말이랑 있는 것이 좋아서, 또 내가 걱정할까 하여 말을 하지 않았다는데, 나중에 하는 말이 리사라고 하는 두 살이나 많은 애가 우리 애를 내내 괴롭혔다고 한다. 다른 애들이 없어서 심심할 때는 우리 아이하고 말을 같이 타자고 하다가도 다른 아이들이 오면 따돌리고 우리 애가 먼저 다른 아이와 말을 타고 있으면 끼어 들어 훼방하는 등. 심지어는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그 클럽에서 나이가 제일 어린 데다가 제일 신참인 우리 아이는 나이가 위인 자기보다 고참인 아이가 그러니까 고스란히 당하기만 했다. 나한테도 말을 안하고.

그 아이는 고등학생이고 우리 아이는 중학생이었다. 한 해가 지나가고 우리 아이도 고등학생이 되었다. 중학생이 고등학생 되는 것은 한국이나 여기나 다 겁나는 일이다. 아이 친구들이 처음 학교 가는 날 학교 앞 맥도널드에서 만나서 다 같이 가자고 약속할 정도로. 숫자라도 많아야 안심이 될 것처럼 그렇게 모였다. 그런데다 교실을 대학생처럼 이리 저리 과목 따라 옮겨다녀야 한다는 것에 겁들을 잔뜩 먹었다. 학교가 큰데 제 시간에 못 찾아가면 어쩌나 하고. 학교에서도 신입생들은 일주일 봐준다고 했다, 수업시간에 지각을 해도. 처음에는 다 그렇게 어릿비릿 하니까.

우리 아이는 클럽에서 리사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운데 학교에서도 마주칠까봐 걱정을 했다. 여기서도 상급생이 하급생을 우습게 보니까 리사가 학교에서도 우리 아이를 괴롭게 만들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에 나도 염려되었다, 그런데.

드디어 어느 날 리사가 우리 아이를 학교에서 보았단다. 멀리서 지나치다가 우리 아이를 발견한 리사가 뜻밖에도 반가와 하며 손을 흔들고 다가와서는 아주 친절하게 말하면서 학교에서 어려운 일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하더란다. 내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잘 되었네, 너를 잘 봐줄 선배가 생겨서 라고 말했더니. 우리 아이 하는 말, 아니 언제 변덕부릴지 볼라, 친절하게 구는 것도 무섭고, 그냥 되도록이면 안 마주치는 게 좋아. 그렇게 아이는 말했지만 나는 트루스 할머니와 함께 연합성가대 하면서 느꼈던 우리는 한편이다 라는 것이 리사의 태도에도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클럽에서는 텃세를 부릴지라도 나와서 더 큰 집단 안에서는 같은 편이라는 느낌 말이다, 무의식적으로라도.

낯선 집단에 처음 속하게 되었을 때의 소외감은 우리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같은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있다는 것을 키위 친구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발견하게 된다. 영국에서 이민 온, 나의 카운슬링 코스의 선생님 이야기. 아이가 속한 운동 클럽 부모 모임에 갔는데, 아무도 아는 체를 안 하더란다. 기존의 멤버들 엄마들끼리 이야기하는 속에 혼자 있었을 때의 그 외로움과 소외감을 이야기하면서 친구의 후원과 지지의 중요성을 설명해주는데, 나는 공부 내용보다는 그 분이 겪은 소외감이 반가왔다. 영어가 내 말이 아니어서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기쁘기까지 했다. 내가 서양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에 끼어 사는 동양인이라는 것을 너무 예민하게 의식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다고 이야기한다면 너무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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