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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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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천국

김시원의 뉴질랜드 이민일기 <16>

도서관에서 편지가 날아왔다. 내가 기한이 지난 책을 아직 반납 안했는데, 빨리 반납하지 않으면 연체료를 2불까지 물게 될 수도 있고 계속 반납 안하면 도서관 이용에 지장이 있으리라는 경고장이었다. 내가 지난 금요일에 다 돌려주었는데, 이게 웬 홍두깨같은 말이냐 기분이 나빠져서 도서관에 전화를 걸었다. 내 말을 들은 도서관 사서는 혹시 착오였는지 자기가 다시 서가를 뒤져보겠다고 하면서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잠시 후, 아직도 그 책이 서가에는 없는데,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내가 반납한 것으로 컴퓨터 기록을 바꾸었으니 안심하라고 하면서도 혹시 우리 집에서 책을 찾게 되어 돌려주면 고맙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며칠 후 아이 방 침대 시트를 갈아주느라 매트를 들썩이는데 침대와 붙은 벽 쪽에서 뭔가 툭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매트를 들추니 침대 밑으로 책이 한 권 떨어져 있었다. 아이가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가 놔둔 것이 매트와 벽 사이에 끼어 있었다고 짐작이 되었다. 집어보니 얼굴 뜨겁게도 며칠 전 너무나도 당당하게 돌려주었다고 항의했던 그 책이었다. 어쩔 것인가 가서 미안하다고 할 수밖에... 그런데, 그 날 내 전화를 받은 직원이 누군지나 알면 좋겠는데 얼굴도 이름도 모르니.

그 책을 들고서 장황하게 설명을 했다. 내가 기한 지난 책에 관한 경고장을 받았다. 나는 책을 다 돌려주었다고 생각을 하고 며칠 전 전화로 말해서 너희가 반납된 것으로 처리를 했는데, 오늘 청소하다가 침대 사이에 끼어있던 걸 발견했다, 미안하다, 그 동안의 연체료를 다 물겠다 등등. 그랬더니 그 사서 하는 말, 이미 반납처리 되었으니 되었다. 그리고 책을 돌려주어서 아주 고맙다, 연체료는 낼 필요 없다고. 그래서 나도 대단히 고맙다는 말만 하면 되었다. 정말로 미안하고 또 내 잘못에 대한 너그러움에 고마와서.

다시 몇 년 후 도서관에서 똑같은 편지가 날아왔다. 이번에는 남편에게. 그런데 그 책이 분류된 종류가 남편이 읽는 종류의 책이 아니었다. 그래도 확인을 했다. 남편은 당연히 제목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다시 나는 당당하게 항의 전화를 했다. 그 사서도 마찬가지로 확인해보겠다고 하면서 서가와 컴퓨터를 확인하고 그 책이 없는데 혹시 아이나 누구 집안 식구 중에 남편의 카드로 대출했을 가능성은 없겠는지를 물었다. 나는 우리 식구는 모두 다 자기 도서관 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하면서 그 사서는 어쨋거나 반납한 것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오늘 내가 이러저러 해서 도서관에 전화를 했었다고 말했더니 우리 아이가 그 책을 자기가 빌렸다는 것이다. “너 그런 책 읽지 않잖아?” “읽을라고 빌린 것 아니야. 그냥 숙제 하는 데 필요해서 빌렸던 거야.” “언제?” 그러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이가 영어 숙제 때문에 도서관 가야 한다고 남편보고 데려다 달라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남편은 데려다 주고 대출해주는 일만 했으니 그 책 제목도 들어본 적이 없었을 밖에. 사실 아이는 카드만 있지 자기 카드는 한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다. 어차피 우리가 차로 데려다 주어야 하니까 지갑 가지고 가는 우리가 빌리게 되고. 아이가 혼자서 책을 빌리러 가는 일은 한번도 없었다. 또 아이 책을 빌려오는 것은 주로 내 담당이기 때문에 남편이 어쩌다 데리고 갔던 일은 까맣게 잃어버린 것이지만 내가 또 한번 너무 당당했다 싶었다.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책을 들고 갔다. 내 설명을 들은 사서는 자기가 전화를 받지는 않았지만 어디 보자고 하면서 컴퓨터 기록을 보더니 연체료를 얼마 내면 되겠다고 말해주었다. 연체료를 내니 처음보다 덜 미안해서 좋았지만 이제 이런 실수는 두번으로 족하다고 생각이 들어 그 다음부터는 경고장이 날아오면 어쨋거나 우리 집 안에 있다고 믿고 뒤진다.

첫번 도서관과 두번째 도서관은 다른 도서관이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하나는 우리 집에서 차로 5분, 다른 하나는 10분 거리 안에 있다. 이 도서관들 말고도 나의 대출카드로 책을 빌릴 수 있는 도서관이 4개 더 있다, 내가 사는 지역에. 다른 지역에 가서는 내 대출카드로 책을 빌릴 수 없다, 물론 개가식이라 누구나 들어가 책을 읽을 수는 있지만. 시내에 있는 오클랜드에서 제일 큰 도서관은 만원 정도 내고 일년 회원이 되면 그곳에서도 책을 빌려올 수 있다. 그러나 그럴 필요를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내가 사는 곳 6개 도서관을 뒤지면 엔간한 것이 다 있으니까.

한 번은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시리즈물 중에서 이미 대출되어 사이사이 빠진 것을 다 찾아내어 빌려오느라 도서관 4군데를 순회한 적이 있다. 아이는 내게 좀 미안해했지만 나는 오히려 신이 났다. 한 시간 돌아 예닐 곱권의 시리즈물을 다 채워서 빌려올 때의 기분은 보물섬 지도 조각들을 맞추어 보물섬으로 향하는 기분 못지 않기 때문이다, 진짜 보물섬 지도 맞추기 해본 적은 없지만.

한번에 몇 권씩 빌려주는지는 한번도 너무 많이 대출해서 안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내가 많이 빌려올 때는 20권 정도까지 빌려오고 기한은 석 주, 만일 연장하고 싶으면 기한 내에 전화 걸어 연장하고 싶다고 말하고 내 카드 번호만 불러주면 다시 석주간 오케이다. 그리고 이 도서관에서 빌려온 것을 저 도서관에 돌려주어도 그만이다, 물론 권장사항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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