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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민을 왔냐고ㆍㆍ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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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민을 왔냐고ㆍㆍㆍ

김시원의 뉴질랜드 이민일기 <1>

뉴질랜드 이민생활 11년째를 맞고 있는 김시원씨(46)의 수기를 오늘부터 연재한다. 이민 문호가 활짝 열리기 시작한 지난 1993년 남편 및 외동딸과 함께 뉴질랜드 행을 택했던 김씨는 최근 1,2년간 틈틈이 쓴 이 수기에서 자녀 교육, 영어 익히기, 현지인과의 사귐 등 타국 생활의 애환을 말하고 있다. 김씨는 현재 오클랜드에 거주하고 있으며 고등학교 상담교사로 일하고 있다. 편집자

***왜 이민을 왔냐고···**

이민 오면 누구나 받는 질문이 있다. 왜 이민 왔느냐는 거다. 이 질문은 키위도 하고 같은 이민자끼리도 한다. 말이 옆으로 새는 거지만 이 나라에는 세 종류의 키위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입되어 팔리는 과일, 요새는 제주도에서 재배한다고 하는, 중국이 원산인 다래종류의 과일 키위가 그 하나다. 그리고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적수가 없어 날 이유를 잃어버리고 날개가 퇴화해버려 걸어다녔는데, 그나마도 멸종 위기에 있어 이 나라에서 보물 취급받는 새 키위가 다른 하나고, 그리고 사람 키위가 있다. 미국 사람을 양키라고 하면 그들을 비하시키는 말이지만 이 말은 그와는 다르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스로를 배달민족이라고 일컫듯이, 이 나라 사람들이 스스로를 일컫는 말이다.

각설하고, 새 키위와 인사하게 되면 왜 이민 왔느냐는 질문을 통과의례처럼 거쳐야 한다. 한국 사회는 경쟁이 심하고, 교통체증도 심하고, 환경도 오염이 되어 있고 등으로 이야기 하다 보면 내 나라를 흉보는 것 같아 기분이 슬그머니 나빠진다. 그래서 새로운 생활에 도전하고 싶어서라고 언젠가 대답했더니 넌 참 용감하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들었다. 이 대답이 그래서 나의 정답이 되었다.

이민자들끼리도 왜 이민왔느냐고 묻는다. 이민자들끼리는 키위에게 하는 대답과 내용이 달라진다. 이 때의 정답은 아이들 교육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키위에게도 아이들 교육 때문이라는 대답을 하기도 하지만 이민자들끼리는 거의 100% 이 대답이 나온다. 20세기가 될 때까지, 흉년이 들어 굶어죽을지언정 두만강에 있는 비옥한 사잇섬에 월경해 농사를 짓는 것은 사형에 해당되는 죄가 되었던, 또 내가 떠날 당시를 기준으로 해서 그보다 불과 10년 전 만하여도 외국에 나가는 것은 여행조차도 일반인에게 허락이 되지 않았던 고국을 등지고 부모 형제를 떠나 이 곳에 살러온 것이 뭔가 떳떳치 못한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뉴질랜드로의 이민이 나의 이기심이 아니라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걸로 말하게 만드는 걸까. 눈물짓는 부모님과 형제들, 친구를 등 뒤로 하고 출국장을 나설 때 우리의 젊은 시절 금지된 책만 들고 있어도 잡혀가던 숨 못쉬게 답답한 나라를 떠난다는 속시원함을 내색도 못하고 숨죽여 비행기에 올랐기 때문일까,

어쨋거나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와 환경은 공식적으로(?) 이민자들끼리 말하는 이민의 주된 요인이고,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식교육 때문에 이민가는 걸 탓하거나 비난하는 분위기는 거의 사라지고 너남없이 이민은 아니더라도 아이를 유학보내거나, 유학은 아니더라도 어학연수라도 보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들었다. 7-8년 전에 올 때만해도 주위의 눈총을 받으며 이민을 왔는데, 이제는 어쩌면 그리 선견지명이 있었냐고 주변에서 부러워한다는 말을 듣고 왔다고 서울 다녀온 어떤 친구가 말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국의 교육제도와 환경이 싫어서, 아이가 그 안에서 못견뎌 해서 이곳에 왔는데, 이곳에서도 여전히 우리는 한국식으로 과외를 시킨다. 과외를 시키는 것이 한국식이란 말인가 아니면 과외를 한국 식으로 시킨다는 말인가. 둘 다이다. 불과 수십년 안에 눈부신 경제 성장을 위해 숨가쁘게 달려온 나라에서 온 민족답게 우리는 여기서도 아이가 빨리 영어를 좔좔 말하고 반에서 수학은 물론 1등을 하여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아이에게 과외를 시킨다. 영어로 듣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한국 말로 설명을 듣는 것이 확실할 것 같아 수학 과학은 물론이고 영어까지도 한국 사람 영어선생님에게 과외를 시킨다.

학교도 우리나라처럼 공부를 잘 가르친다고 소문난 곳이 인기가 있다. 우리에게는 이곳에서도 그런 학교가 좋은 학교로 여겨진다. 그래서 그렇다고 소문난 학교에 한국아이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그런 학교에 가면 한국 아이들이 전체 학생수의 10%를 오르락 내리락한다. 아이들을 위하여 이 먼 곳까지 왔는데 학교 하나 좋은 데 못보내겠느냐 싶어서이다. 이렇게 우리는 여기서도 변함없이 우리의 뜨거운 교육열을 과외와 학군 좋다는 학교 선호로 과시하고 있다.

그러면 이 나라 사람들은 아이에는 과외를 시키지 않는가. 아니다. 이 나라에도 과외가 있다. 동네 신문 광고란을 보면 과외교습란이 있고 광고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수학 가르친다는 광고가 한 두개 늘 있는 걸 보면 학과목 과외도 있기는 분명히 있다. 그것이 키위 아이들을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때로 키위에게 과외를 하는 한국 사람이나 중국 사람을 겨냥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어도. 어쨋거나 내 주변에서 학과목 과외시키는 키위를 10년 동안 하나도 보지를 못했다.

그런데 키위 부모도 아이들 과외시키는데 극성인 사람들이 많다. 아니 우리나라 부모보다 훨씬 더 극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껏해야 과외 선생을 쪽집게 선생으로 잘 골라주고, 과외비 잘 대주고, 과외에 아이들 모시고 다니면 과외에 극성인 부모가 될 수 있지만 여기 키위 부모가 과외에 극성부모가 되려면 해야 할 것이 더 많다. 시간도 들여야 하고 노동도 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가 두 셋 정도 되면 부모가 자기의 취미 생활을 몇 년간 포기해야 할 정도이다. 어른도 놀 거리가 많은 이 나라에서.

이곳의 과외는 엄격히 말해서 우리나라처럼 공부하는 과외가 아니라 과외로 하는 활동이다. 물론 실내에서 하는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 악기 연주, 드라마와 연설 등도 있지만 작은 돛단배 타는 보트 클럽, 말타는 승마클럽, 럭비나 크리켓 클럽 등 옥외 활동을 하는 클럽에 속해서 활동한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아이가 적어도 한가지 많으면 두세가지의 클럽활동을 한다. 그러니 아이가 셋 정도 되면 그 부모가 주말에도 주중보다 더 바빠질 수 밖에 없다, 차로 아이들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 일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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