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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한 NASA의 핵추진 로켓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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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한 NASA의 핵추진 로켓 계획

Citisci의 '과학기술@사회' <7>

40여년에 걸친 미국 우주계획의 역사를 돌아보면 그간 우주비행사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참사는 모두 세 번 있었다. 그 중 첫 번째는 1967년에 일어난 아폴로 우주선 발사대에서의 화재 사고이고, 두 번째는 가장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1986년 챌린저호의 공중폭발 사고이며, 지난 2월 1일에 일어난 컬럼비아호 사고가 그 세 번째이다.

그런데 세 번의 사고가 이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혹은 미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이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번에 일어난 컬럼비아호 사고는 한 가지 점에서 이전의 사고들과 크게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번 사고는 그것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가 하는 일차적인 문제를 넘어 유인우주비행의 필요성과 NASA의 역할에 관한 훨씬 더 광범한 토론을 촉발시키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런 차이가 빚어진 이유는 사고가 일어난 타이밍이 서로 달랐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아폴로 우주선 화재와 챌린저호 폭발은 모두 해당 프로그램(달 착륙 계획과 우주왕복선 계획)의 초기에 일어난 사고였기 때문에 애초의 목표 그 자체가 문제시되지는 않았고, 따라서 원인이 규명되고 개선책이 마련되자 프로그램은 원래 예정대로 이내 재개되었다. 반면 컬럼비아호 사고는 우주왕복선이 이미 20년 이상 운행되어 문제제기와 대안 모색이 활발하던 시점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우주왕복선과 유인우주비행의 의미에 대해 좀더 근본적인 반성을 해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컬럼비아호 사고 후 많은 과학자들은 지금 건설중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포함한 유인우주비행 프로그램 전체가 이미 목표를 잃은 공허한 실체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인 비판을 가했다. 그들은 현재 우주왕복선에 의해 수행되고 있는 과학 실험 대부분이 지상에서도 수행될 수 있거나 무인우주선을 이용해 오히려 더 잘 수행될 수 있는 것임을 지적하면서, 우주왕복선이 과학 연구에 크게 기여해 왔다는 주장은 NASA의 유인우주 프로그램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들은 우주비행사가 탑승하는 유인우주비행이 중단될 경우 일반대중이 우주계획에 관심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 역시 근거가 없다고 일축하고, ‘우주 식민화’라는 꿈이 당장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현재 상황에서 우주비행사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유인우주비행을 계속할 이유가 과연 있는지를 심각하게 묻고 나섰다.

<그림 1> 현재 건설중인 국제우주정거장 (출처: http://spaceflight.nasa.gov/gallery/)

그러나 이러한 반성과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고로 인해 유인우주비행 프로그램이 갑작스런 종말을 맞게 될 성싶지는 않다. 이는 사고가 일어난 후 부시 대통령과 미 의회의 상ㆍ하원 지도자들이 즉각 우주비행사들에 대한 애도와 함께 유인우주비행과 NASA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다짐했고, 미국 국민들의 과반수 이상이 유인우주비행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건설중인 국제우주정거장에는 러시아, 일본, 캐나다 등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미국이 (설사 원한다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이를 중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 역시 그런 판단을 뒷받침한다.

또한 현재 수십 개에 달하는 민간 업체들이 우주여행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로켓형 비행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는 유인우주비행이 구체적인 실현가능성 여부를 떠나 강력한 문화적 상상력의 차원에서 작동하고 있는 기획임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우주여행 지지자들의 후원을 받고 있는 미국의 한 재단은 자신들이 정한 기준을 충족시키는 유인비행 로켓을 만들어낸 민간 업체에 대해 1천만 달러의 현상금까지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4일 NASA가 공표한 2004년 예산안은 NASA가 그동안의 소극적인 자세를 넘어 장기적인 우주 개발을 내다본 보다 더 ‘원대한’ 계획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 계획은 앞으로 5년 동안 NASA의 연간 예산을 2003년의 150억 달러에서 2008년에는 178억 달러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증가된 액수 대부분은 새로운 추진 기술과 통신 기술, 그리고 장기간의 우주공간 체류에 대비한 건강 관련 연구 등에 배정되어 있다. 말하자면 유인우주비행의 타당성에 관한 비판에 맞서기 위해 NASA가 짜낸 나름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과연 인간의 우주 진출이 엄청난 돈을 들여 계속해서 추구할 만한 과제인가 하는 문제를 제쳐 두더라도 당장 논란거리가 될 만한 내용들을 여럿 포함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NASA가 향후 5년간 30억 달러를 들여 새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핵추진 로켓 계획이다. ‘프로메테우스 프로젝트(Project Prometheus)’라는 이름이 붙은 이 프로그램은 소형 원자로를 우주선에 탑재해 동력으로 이용함으로써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겠다는 야심적인 계획으로, 원거리 유인 우주탐사를 위한 사전단계로 구상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핵추진 로켓은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를 탐사할 무인우주선인 목성 얼음위성 탐사선(Jupiter Icy Moon Orbiter)에 우선 채용될 예정인데, 한 NASA 관리의 말에 따르면 발사 예정 목표를 2011년경으로 잡고 있다고 한다.

<그림 2> 핵추진 방식을 채택할 목성 얼음위성 탐사선의 상상도 (사진출처: http://www.nuclearspace.com/)

이 계획은 원거리 우주탐사를 위해 현재로서는 핵추진 방식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항공우주업계의 주류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핵을 추진력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실상 이는 1950-60년대의 냉전기에 플루토 프로젝트(Project Pluto), 오리온 프로젝트(Project Orion) 등의 이름으로 추진되었다가 엄청난 예산만 소요한 채 방사능 오염을 이유로 폐기된 바 있는 핵추진 로켓 계획의 재탕에 불과하다. 게다가 챌린저호 사고 이후 우주선 발사 과정에서의 안전성이 근본적으로 의심받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해 볼 때, 만의 하나 대기권 내에서의 폭발사고가 일어난다면 그로 인한 오염은 상상하기조차 끔찍할 정도이다.

이번에 공표된 예산안을 포함해 NASA의 앞으로의 진로가 어떻게 결정될 것인지는 현재 진행중인 컬럼비아호 사고원인에 관한 공식 조사결과에 의해 크게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번 글에서 이미 밝혔듯, 컬럼비아호 사고의 원인이 기체의 구조적 결함, 우발적 요인, 혹은 NASA의 관리 소홀 중 어떤 것으로 밝혀지는가와 무관하게,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거대복합기술체계의 확실성을 과신하지 말라’는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을 것으로 필자는 생각한다.

이에 비추어 볼 때, NASA가 ‘우주왕복선 이후’를 대비해 내놓은 여러 계획들은 NASA가 과연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고 있는지를 의심하게 하는 구석이 많다. 컬럼비아호의 사고원인 조사와 함께 구체화되어 갈 NASA의 중ㆍ단기 계획이 과연 현재와 같이 ‘막나가는’ 모양새를 계속 띠게 될지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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