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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등 구세대 2월 25일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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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등 구세대 2월 25일 퇴진"

<조선일보 중견기자가 주장하는 조선의 변화>

최근 지면 개편, 인사 등을 통해 변화를 도모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조선일보가 언론계 안팎의 관심거리다. 과연 조선일보는 변화하고 있나.

조선일보측은 변화가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24일 조선일보의 한 간부급 기자는 자신들의 최근 변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변화의 지향점은 '사회 소수자인 마이너리티도 배려하는 신문' '연봉 7-8천만원 받는 조선일보 기자가 보는 시각이 아니라 5-10년차 평교사의 눈높이에 맞춘 신문' '변화를 수용하는 신문'이다.

<사진 지면개편을 단행한 후 처음 선보인 조선일보 사회면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그는 '변화'의 대표적 예로 다음과 같은 기사를 들었다.

조선일보 24일자 A7면에는 '마이너리티 리포트-性的소수자 <1>동성애'라는 기사가 실렸다. 주주와 대표, 직원 6명이 모두 동성애자들로 구성된 인터넷 벤처업체 '딴생각(www.ddan.co.kr)'의 방문취재를 바탕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상의 동성애자 모임에 대한 르포기사다. 조선일보는 또 '동성애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이트'라며 10개 사이트의 주소와 성격을 표로 제시했다.

그동안 조선일보에서는 거의 찾아 보기 어려웠던 기사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조선일보가 '마이너리티 리포트' 1탄의 결론으로 인용한 발언은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의 고민을 넘어 취업ㆍ결혼ㆍ표현의 자유 등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변화의 역설적 발단은 12월 19일자 親이회창 사설**

과연 그가 예로 든 기사가 조선일보의 변화를 말하는 충분한 증거인지는 의문이다. 동성애자들을 다룬 기사 하나가 조선일보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볼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변하고 있다며 그 정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조선일보의 변화를 가져온 발단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던 지난해 12월 19일자 '정몽준, 노무현을 버렸다'는 사설이다. 이 사설은 시민단체들과 네티즌은 물론, 조선일보 독자들까지도 지나치게 노골적인 이회창 지지선언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제의 사설이 실리게 된 계기는 12월 18일 늦은 밤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의 갑작스런 노무현 당선자 지지철회 선언. 이 소식을 접한 조선일보 논설위원실에는 비상이 걸렸고 류근일 주필은 가장 젊은 논설위원 한 명을 급히 불러 문제의 사설을 쓰라 지시했다. 이 논설위원이 급히 쓴 사설을 넘기자 류 주필은 이게 뭐냐며 다시 쓰라고 지시했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문제의 편파적 사설이 탄생했다.

12월 19일 저녁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이 확정됐다. 조선일보 내부는 젊은 기자들을 주축으로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동요가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급기야 21일 20여명의 기자들이 노조사무실에 모여 조선일보가 대선과정에서 보여준 편파보도에 대한 비판적 난상토론을 시작했다.

한 기자는 "공식적인 모임은 아니었으나 상당히 격렬한 비판이 오고갔다. 어떤 기자는 '우리가 정당에 취직한 것도 아닌데 너무한 것 아니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친위쿠데타가 일어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에 변화의 불길이 붙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이 때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의견들은 노조집행부를 통해 방상훈 사장에게 전달됐고 방 사장은 소장파 기자들을 중심으로 '회사발전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사내 의견을 수렴해 조선일보가 나아갈 방향을 논의해보라고 지시했다."

***"류근일 등 25일 퇴진"**

그는 그후 회사발전위원회의 사내 발언권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그후 지면개편은 물론, 조선일보의 편집방향과 기사다양화, 편집국 구조개편 등 전반적인 문제를 점검했다. '조선일보 인수위원회'라는 별칭까지 얻은 위원회는 이미 몇 차례 보고서를 통해 미디어면 정기화 등을 제안해 통과시켰으며 24일자로 단행된 지면개편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0일 조선일보의 전면적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대규모 정기인사가 실시됐다. 조선일보의 세대교체는 오는 2월 25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류근일 주필과 안병훈 부사장, 그리고 일부 노장들의 완전 퇴진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조선일보의 세대교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한 변화가 읽힌다. 이미 11명으로 구성된 조선일보 논설위원실은 평균 연령이 40대 중반으로 낮춰져 10개 종합일간지 가운데 가장 젊은 논설위원들로 채워졌다."

그는 대표적 변화로 여성 논설위원 발령을 예로 들었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실은 1920년 창간 이후 83년동안 금녀의 지역이었다. 이 논설위원실에 지난 10일 인사를 통해 박선이 문화부 차장을 논설위원으로 발령내며 여성 논설위원 시대를 열었다."

실제로 그동안 종합일간지 가운데 가장 낮은 여성 구성원 비율을 보여온 조선일보의 여성 파워 급신장은 지난해 말 수습기자 공채와 새로 출범한 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채용에서도 드러난다. 수습기자 공채 합격자 12명중 6명이 여성이며 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3명도 모두 여성 연구자로 선임한 것이다.

***"일부 보수독자층 이탈 감수하고 변화 추진하겠다"**

그는 조선일보의 논조가 앞으로 상당히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변해야 한다는 말은 그동안 수없이 제기됐으나 세무조사 과정에서 사장이 구속되며 시기가 늦어졌다. 그러다가 지난달 19일자 사설 파동과 노무현 후보의 당선으로 역설적으로 변화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물론 변화의 과정에서 과거 조선일보식 논조와 지면에 익숙해있던 일부 독자들은 떨어져나갈 것이나 그래도 지금 변화해야 한다는 게 다수 조선일보 기자들의 생각이다.

일부 보수 독자층이 이탈하더라도 조선일보가 제대로 된 언론으로서의 자리를 잡으면 떨어진 부수는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다. 조선일보가 지금 변화하고자 하는 방향은 크게'사회에서 소외된 마이너리티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자''조선일보가 너무 일등만을 추구해온 측면이 있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게는 소외감을 준 것이 사실이다. 이를 5~10년차 평교사의 눈으로 낮추자' '현장 르포기사를 통해 기자들의 야성을 회복하자'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지난 10일 인사와 2월로 예정된 인사를 통해 실질적으로 조선일보 편집국은 가장 젊은 세대들이 이끌어가는 곳으로 변했다. 이제 이같은 변화의 목소리에 반대하는 노장들은 모두 물러난 것이다. 방 사장이 신년사에서 변하지 말 것을 강조하며 조선일보의 전통을 언급한 것은 사실 변화를 염두에 두고 중심을 잡아주기 위해 한 발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그는 이어 "내부에서는 과거사 문제, 즉 친일과 친독재에 대한 과거 보도 등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를 부정하고 선배들을 배척해서는 안 되겠지만 새로운 시대를 맞기 위해선 과거사를 단절하는 매듭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치열한 자성과 논쟁, 반성의 실천이 기반돼야 변화 가능**

이같은 조선일보 간부급 기자의 주장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조선일보의 변화가 그저 껍질만을 채색하거나 바꾸는 가벼운 변화인지, 속알맹이까지 바꾸는 진정한 개혁인지는 좀더 시간을 갖고 지켜 보아야 알 일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조선일보측이 '마이너리티'의 본보기로 맨먼저 동성애자를 꼽았다는 점부터가 석연치 않다. 마이너리티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회적 권력의 배분의 문제이다. 예컨대 우리 노동인구의 56%를 차지하고 있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대표적 마이너리티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ㆍ농민ㆍ도시서민 등 대표적 마이너리티를 제쳐놓고 동성애자를 첫손에 꼽은 것은 '가진 자들의 문화적 사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일반적 시각이다.

또한 조선일보가 내부 구성원의 연소화를 앞세워 변화를 말하는 데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은 아직 동의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조선일보가 보여온 독선적 보도행태에는 나이든 간부급 경영진이나 필진 들외에도 상당수 젊은 기자나 논설위원들도 동참해 왔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주장이 이른바 '5060 세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젊은층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아니냐는 차가운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과연 조선일보가 간부급의 '생물학적 연령'을 낮춘 것이 곧바로 '의식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더 두고 지켜볼 일이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우리 사회에는 '조선일보의 변화' 가능성을 믿는 이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조선일보의 지난 역사 때문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치열한 자기반성과 논쟁, 그리고 이같은 반성을 몸으로 실천하는 모습이 기반돼야만 조선일보의 진정한 변화는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연 조선일보의 자못 숨가뿐 변화 시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직은 한참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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