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 대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가 지적했다.
뉴욕타임스 취재진과 함께 서울에서 노 당선자를 인터뷰한 크리스토프는 17일자 칼럼 '떡과 김치(Cookies and Kimchi)'에서 미국을 바라보는 노 당선자의 시각과 남북관계,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에 대한 그의 견해를 자세히 소개하면서 "한국의 새 대통령 때문에 우리가 밤잠을 설칠 필요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크리스토프는 그러나 한국의 일부 계층에서 반미감정과 주한미군에 대한 적대감이 엄존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우리가 우려할 것은 한반도의 다른 모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 대해 노 당선자가 신뢰에 입각한 대화 추구의 원칙을 재차 강조했으며 김 위원장도 상대가 신뢰를 보이면 진실한 태도로 응답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이는 "어처구니없이 순진한 생각"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노 당선자 자신도 김 위원장을 대상으로 한 신뢰의 언사들을 믿지 않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점점 깨닫게 됐다"면서 "그것은 평양에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노 당선자의 이런 노력을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axis of evil)'에 대비되는 `포용의 축(axis of engagement)'를 형성해 김 위원장을 달래고 대화를 시작하려는 의도로 풀이했다.
그는 이어 "누군가 김 위원장과 대화를 해야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상황이 날로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 당선자는 남북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몇가지 외교적 계략을 쓰고 있는 것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문제는 노 당선자가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할 수 있느냐"라고 지적하고 "노 당선자는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재확인하기 위한 공감대 형성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 압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의 역할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프의 이 칼럼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에도 '盧는 교량역(Roh is a bridge-builder)'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됐다. 다음은 크리스토프 칼럼의 주요 내용.
***'떡과 김치(Cookies and Kimchi)'/뉴욕타임스, 17일자**
한국은 가장 순조로운 때라 할지라도 다루기 힘든 나라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반미감정의 기류를 타고 지난 달 당선된 노무현 한국 대통령 당선자에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염려는 접어 두라. 노 당선자는 상식을 벗어난 예외적인 인물은 아닐 것이다.
당선 이후 첫 인터뷰에 응한 노무현 당선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그의 방식을 벗어나 미국을 찬미하기까지 했다. 그는 주한미군의 존재를 높이 평가하고 부시 미국대통령을 "멋진 분(cool guy)"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좀 엇나가 보려는 기자적인 본성에서 그 말(cool)이 좀 가까이 하기 어렵다는 뜻이냐고 물었다. 노 당선자는 아니라고 부정하면서("NO, no, no") 잘 생기고 재미있고 근사하고 친근하며 매력적이고 유쾌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아마 더 중요한 것은 노 당선자의 대북 입장일 것이다. 백악관이 여전히 핵 위기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을 열어줄 수 있는 북한과의 직접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노 당선자는 스스로 이니셔티브를 취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노 당선자는 과거 '친애하는 지도자'로 불렸고 지금은 '위대한 지도자'로 불리는 북한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갖기를 열망한다면서 김정일이 서울에 오면 좋겠지만 이것이 전제조건은 아니라고 재빨리 덧붙였다.
인터뷰 중 시종일관 북한에 대한 화해 제스처가 제시되었다. 노 당선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 "김 위원장"이라는 존칭을 썼고 "신뢰를 갖고 대화"해야 할 중요성을 내내 강조했다.
노 당선자는 마치 떡과 김치를 제공함으로써 김 위원장을 길들일 수 있다는 듯이 "사람들의 태도는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그는 김대중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매우 진실했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불신으로 대하면 상대방은 더 큰 불신과 의심으로 나올 것이며 이것이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미국이 대화정책을 채택하면 그것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게 많은 한국인들의 생각"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것은 어처구니없이 순진하게 들린다. 김정일을 신뢰한다는 것, 혹은 위기를 신뢰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우스꽝스럽다. 그래서 처음에 나는 노 당선자에게 브루클린 다리를 좋은 값에 팔겠다고 내놓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점차 아마도 그 자신이 신뢰에 관한 이런 식의 넌센스를 조금도 믿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노 당선자는 단지 김정일을 진정시켜 자신과 대화를 시작하도록 그 자신의 "포용의 축"을 형성함으로써 평양에 화해메시지를 보내려 했던 것이다. 이러한 직관은 나쁜 것은 아니다. 결국 누군가는 위대한 지도자와 대화를 해야 한다. 워싱턴과 베이징이 둘 다 책임을 포기하고 있는 이때 그리고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 당선자는 얼마간의 외교적 계략을 써서 김정일을 구슬려 남북대화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노 당선자가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할 수 있느냐이다. 한국의 대미 태도는 복잡하다. 한국인들이 느끼는 것은 반미라기보다는 세계의 유일한 강대국으로부터 존경을 받고싶은 열망이다. 일부 한국인들은 맥도널드를 거부하는가 하면 또 다른 한국인들은 영어 발음을 더 잘하도록 하기 위해 아이들을 병원으로 데려가 혀 밑 근육을 절단한다.
적대감은 때로 미군 전체를 엄습한다. 작년에 일어난 부끄러운 사건에서는 (행사를 마치고) 경희대에서 나온 극단적 학생들이 한 미군 병사를 납치하기도 했다.
문제는 군사적 유대가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미군 기지가 한국에 남아 있기를 바라지만 한국인들은 미군 주둔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는 한국인들이 보호받기를 원하는 이상으로 그들을 보호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당신들이 우리를 원하지 않으면 우리는 떠난다. 감사할 줄 모르는 한국인들이 지하철에서 미군의 뺨을 때리는 마당에 3만7천명의 미군을 이곳에 주둔시키기 위해 매년 30억 달러(탱크와 비행기 비용을 빼고도)를 써야 하는가"
노 당선자는 인터뷰에서 미군의 필요성을 재확인하기 위한 공감대를 조성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따라서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 압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의 역할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몇 주 전 그는 반미 촛불 시위 주최자들과 만났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 의하면 노 당선자는 시위에 관한 법을 들려주고 이를 중단하라고 했다고 한다. 시위자들은 부루퉁해 했지만 동의했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의 새 대통령 때문에 밤잠을 설칠 필요는 없다. 이것말고도 우리가 한반도에 관해 밤잠을 설쳐야 할 이유는 수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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