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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추진돼 온 일을 겨우 3일 전에 통고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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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추진돼 온 일을 겨우 3일 전에 통고하다니..."

고이즈미 방북에 미 강경파들 분통-AWSJㆍFEER 사설

다음은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방북에 관한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과 파이스턴이스턴이코노믹리뷰(FEER)의 사설이다. 이 신문과 잡지는 모두 홍콩에서 발행되지만 소유주는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다우존스사다. 사실상 미국 언론인 셈이다. 다우존스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월스트리트저널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매체라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의 보수강경파적 성향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매체의 사설 역시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에 대한 미국내 강경파들의 시각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

요약하자면 고이즈미의 이번 방북은 갈수록 떨어지는 자신의 인기만회를 위한 국내정치용이라는 것, 이에 따라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저지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이즈미가 자신의 국내정치적 목적에 골몰한 나머지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속임수에 놀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매체는 특히 미국의 오랜 우방국인 일본이 이번 방북과 관련, 미국과 충분한 사전협의를 갖지 않은 데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AWSJ 사설에 따르면 "워싱턴은 근 1년간 추진돼 온 일을 겨우 3일 전에 통고한 데 대해 불만이다". 또 FEER 사설에 따르면 "하워드 베이커 주일 미 대사가 지난 주 중반 고이즈미 총리로부터 방북 의사를 통보 받"음으로써 그의 방북을 처음 알았다고 한다.

외교문제에 관한한 지난 50여년간 미국의 주니어파트너였던 일본이 북일정상회담과 같은 중대 외교사안에 대해 미국과의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해놓고 통보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지적대로 부시행정부는 북한과의 외교전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다. 북한이 중국과 한국에 이어 러시아, 일본과 잇따라 관계개선에 성공함으로써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부시행정부의 전략이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두 매체의 사설에서는 최근 동북아에서의 사태전개에 대한 미 강경파들의 초조함을 읽을 수 있다. 편집자

***고이즈미의 무의미한 여행(Koizumi's Pointless Pilgrimage)/AWSJ 4일자 사설**

국내에서 곤경에 빠진 정치 지도자가 외교적 성공을 통해 내정 실패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 하는 것은 교과서에 있는 낡은 수법이다. 아시아 지도자들 가운데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만큼 그 수법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다. 연속적인 개혁 실패로 그의 인기는 수개월째 바닥을 기고 있다.

지금 그는 중대 개각을 앞둔 시점에서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북한 방문을 통해 인기를 만회하려 하고 있다. 3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그의 인기가 다나카 마키코 외상 경질 이후 처음으로 50%를 기록한 걸 보면 이번 도박은 일단은 성공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악의 축' 국가와의 정치 게임은 위험하다.“이 여행에 나의 정치 생명을 걸었다”는 멜로드라마식 발언을 보면 그도 위험을 알고 있는 듯 하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북한에 납치된 11명의 일본인 문제에 대해 진전을 기대하고 있는 일본인이 거의 없다는 것도 밝혀졌다.

교활한 김정일은 방북 대가로 한두 가지의 선물을 줄지 모른다. 어쩌면 한 두명의 피납자를 갑자기 “찾아냈다”면서 TV 카메라 앞에 세우고는 그 동안 '인민의 낙원'에서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선언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선전용 제스처에도 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탐욕적 김정일 정권이 유일하게 이해하는 언어, 즉 경화(硬貨) 말이다.

평양이 그의 방문을 수락한 것도 당연히 돈 때문이다. 방북을 정당화하는 유일한 의제인 핵무기 및 미사일 계획의 중단을 토의할 생각은 애당초 없다. 이 문제에 대한 협박을 계속하려는 듯 평양은 이미 미국에 대해 대화를 재개하지 않는 한 그 문제를 토의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김정일이 도쿄와 대화하는 주된 이유는 일본의 식민통치에 대한 배상을 받아내 파산상태의 경제를 살려보자는 것이다. 1965년 한일 수교 당시 일본이 한국에 5억달러-현재의 가치로는 1백억달러에 해당-를 지불한 선례가 있는 만큼 평양이 달러를 원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자신이 한반도의 어느 쪽을 통치하고 있는지 가끔 잊어버리는 듯한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 당국에 심지어 일본의 공식 사과보다는 경제적 지원을 얻는 데 집중하라고 권유해 왔다.

동북아 협력체제에 아직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역사적 유산을 배상을 통해 타결하려는 도쿄의 입장에 원칙적으로는 잘못이 없다. 그러나 불량국가에 돈을 줘서는 안 된다. 그 돈이 인접 국가들을 더욱 위협하고 심지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방북을 통해 평양의 선전 도구로 이용되거나 외교에서 늘 양보만 하는 불행한 선례를 연장할 지 모른다. 3일 이미 그런 조짐을 보이는 보도들이 도쿄에 등장했다. 즉 일본정부는 작년 12월 일본 영해에서 격침된 간첩선을 북한 함정이라고 확인하는 조치를 연기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운수성은 이 보도를 부인했지만 설사 발표가 나오더라도 당초 계획된 제재 대신 미온적인 항의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평양에 마음놓고 모험을 계속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셈이다.

이 방문은 또한 가뜩이나 낮은 미국내 고이즈미의 인기도를 더 낮출 수 있다. 워싱턴은 근 1년간 추진돼 온 일을 겨우 3일 전에 통고한데 대해 불만이다. 고이즈미의 방문을 환영한 평양의 속셈에는 일본과 미국을 이간시키려는 의도도 들어 있다. 이는 준비회담에서 이미 나타났다. 북한은 일본에 대해 북미대화를 재개하도록 부시에게 압력을 넣을 것을 요구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그러나 북한의 주문과는 달리 평양이 핵확산 및 군사 위협을 줄이는 일에 진지해질 때까지 김정일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대변했다. 이렇게 되자 북한은 제3자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를 애걸하는 처지가 되었다. 평양은 심지어 앞으로의 대화에서는 더욱 화해적으로 나오겠다는 암시까지 던졌다.

방북 발표로 총리의 인기가 일시적으로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만일 11명의 일본인 피랍자들을 대동하지 않고 귀국한다면 인기는 다시 하락할 것이며 총리는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도쿄의 분석가들은 경고한다.

일본이 진정 식민통치에 대해 배상할 필요를 느낀다면 북한을 탈출하는 난민들을 위해 그 돈을 쓰거나 일본 해안에 상륙하는 탈북자들에게 망명을 허용하는 게 나을 것이다. 그리고 도쿄의 한 신문이 어제 지적했듯이 고이즈미 총리가 정치생명을 걸 만한 어떤 일을 하고자 한다면 무의미한 평양 방문보다는 자신이 최근 보류했던 예금 보호법 개혁 같은 일을 하는 게 훨씬 현명할 것이다.


***고이즈미의 위험한 도박(Koizumi's Dangerous Gambit)/FEER 12일자 사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오는 17일 하루 북한을 방문한다. 왜 가는가? 일본은 지난 50년동안 미국과의 조약을 통해 안보를 유지해 왔다. 미ㆍ일 안보조약은 사실상 미국으로 하여금 모든 굵직한 사안을 처리토록 하는 의미가 있다. 이제 고이즈미 총리가 평양측과 직접 외교협상을 벌이는 것은 오랜 안보체제로부터 탈피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일본은 미ㆍ일 동맹관계에서 정말 선수(先手)를 잡았다는 것인가?

아니다. 진짜 이유는 고이즈미가 지난 달 30일 5명의 자민당 중진들과 만난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북한방문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를 다시 풀이하면, 침체된 경제에 재시동을 걸 능력도 없고 지금까지 이렇다 할 개혁도 이루어내지 못한 고이즈미가 갈수록 떨어지는 국내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평양방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얘기다.

혹자는 그의 방북이 미국의 동의와 얼마 전 도쿄에 잠깐 들린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의 싸인을 거쳐 계획된 것이라는 설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는 하워드 베이커 주일 미 대사가 지난 주 중반 고이즈미 총리로부터 방북 의사를 통보 받음과 동시에, 그가 부시 대통령과 통화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는 사실을 들은 바 있다.

미국측이 이런 이야기를 들은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미 행정부의 한 선임관리는 부시 대통령이 이튿날 고이즈미 총리에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이든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우리들에게 밝혔다. 매우 고무적인 지지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핵 확산과 여타 관련사항 등 부시 대통령의 현안들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의 방북은 안보에 관한 것이 아니다.

김정일의 손에 순진하게 놀아날 것이라는 위험성 때문만도 아니다. 임기 말에 이른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을 아는 김정일은 ‘현금 물꼭지’가 말라가고 있음을 계산에 넣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와 남ㆍ북한을 망라하는 6개국 안보 포럼에 고이즈미를 포함하는 것은 본인에게 좋은 일일 뿐아니라 경제적 지원을 얻는 데도 그만이다. 하지만 북한의 상응조치를 끌어내기 위해 지금까지 해 온 모든 시도가 그렇듯이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다. 시나리오는 이런 식이 될 것이다.

즉, 북한은 6개국 포럼을 좋은 생각이라고 추켜세우고, 심지어는 납치해간 일본인 11명 가운데 몇 명을 고이즈미에게 넘겨줄지도 모른다. 그 대가로, 일본은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약속할 것이다. 그 후 평양측은 과거의 합의에서와 마찬가지로, 결정적 시기에 자기가 한 약속을 저버릴 것이다.

가끔 지적되는 것처럼, 북한은 “젠장 합의는 무슨 합의여, 상대방으로부터 하나라도 더 우려내기 위해 필요하면 마음을 바꾸는 게 상책이지!”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난 50년간 북한을 다루면서 터득하지 못한 교훈은 이렇다. '상응조치가 없는 포용은 뇌물을 주는 것이요, 이를 우려내는 자들은 단위를 끌어올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악명 높은 사기 포커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거는 실로 위험스런 게임을 벌이고 있다. 아니, 그는 아시아에서 가장 위험한 폭군의 생명을 연장해 줄 것이다. 고이즈미의 선수는 일본의 안보를 보장받는 데 앞장을 서기보다는 김정일의 힘을 길러줌으로써 지역에 위험을 더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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