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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탓하기 앞서 너 자신의 플레이를 돌아보라"

<해외 시각> 추악한 유럽축구 vs 순수한 아시아 축구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은 새로운 경지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한국은 이번 월드컵 공동개최를 통해 이른바 선진 유럽축구의 실상을 보다 소상히 알게 됐다.

한국-이탈리아전에서 이탈리아 선수들은 미리 작심한 듯, 경기 초반 한국 선수들에게 교묘하게 거친 파울을 했다. 여기에서 드러난 것처럼 심판 몰래 반칙하기, 심판을 속여 반칙 얻어내기는 이제 유럽 프로축구 선수들의 중요한 경기기능 중의 하나가 됐다고 한다. 심지어 이탈리아에서는 선수들의 심판 속이기가 일종의 영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영국의 주간지 옵서버는 23일자 기사 '속임수의 창궐(Cheats prosper)'이라는 기사를 통해 "패배의 책임을 전적으로 심판(의 오심)에 돌리기 이전에 선수들 자신의 플레이의 역사를 되돌아 보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 기사를 작성한 케빈 미첼 기자는 브라질 축구의 예를 들면서 승패보다는 멋진 경기를 추구하던 펠레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으며 돈과 승리만을 추구하는 히바우두 같은 선수가 지배하는 시대가 됐다고 개탄했다. 특히 미첼 기자는 "아르헨티나의 마르첼로 비엘사나 브라질의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처럼 유명한 감독들마저 심판 속이기는 문화적 현상이며 칭찬받아야 할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축구 선진국인 유럽과 남미의 축구는 이제 돈과 승리의 노예가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한국 등 아시아의 축구는 한 점의 냉소주의나 거짓 없이, 그야말로 정직하게 경기를 펼치고 있다면서 아시아 축구의 순수함에 감탄하고 있다. 돈과 승리에의 욕심으로 얼룩진 유럽 프로축구보다 순수하고 정직한 아시아 축구에 더 장래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의 전문과 함께 자매지인 가디언의 24일자 기사, 패배의 책임을 심판에만 돌리지 말라는 요지의 '탈락한 축구 강호들의 생떼(Eliminated elite goes overboard on underhand agenda)' 기사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속임수의 창궐'(옵서버, 23일자)**

확실히 브라질팀은 더 이상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팀이 아니다. 물론 21일의 8강전에서 브라질이 잉글랜드에게 이긴 데 대해 시비를 걸 사람은 없다. 그러나 히바우두의 현란한 개인기와 함께 그의 노골적인 시뮬레이션 액션까지도 사랑한다면 그 사람은 일찍이 펠레가 말한 축구의 정신, 즉 '조고 보니토(jogo bonito)'를 포기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브라질팀에 대해 감상에 젖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들도 예전부터 어려운 상대를 맞았었다. 하지만 브라질팀은 한때 게임 스타일과 총체성(integrity)을 완전히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승부에 집착하라는 압력에 굴복하기를 거부함으로써 우리들을 (좋은 플레이를 펼치도록) 격려했다.

지금은 어떤가? 그들은 돈을 위해서라면 세계 어느 곳에서든 경기를 한다. 웃음을 잃은 채 스폰서들의 족쇄에 매어 있는 지구의 방랑자들이다. 브라질팀은 이번 월드컵 대표팀을 구성하면서 3명의 감독을 맞아들였고 60명의 선수들이 거쳐갔다. 지나치게 촉박한 일정 탓으로 사상 처음 예선 탈락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브라질팀 감독은 '신체적' 축구의 열렬한 팬으로 조별 리그에서 맞붙은 중국팀이 충분한 파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엉망진창인 브라질 국내 축구 리그의 게임당 평균 파울 수는 60개에 이르며 게임마다 부정부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드높다. 만일 브라질팀이 결승전에 오른다면 그들은 심판들을 고를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어떤 사람들은 브라질은 FIFA의 애완견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현재의 브라질팀이 과거의 브라질팀과 조금이라도 유사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보이거나 아니면 과거에의 향수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이다. 축구 기계로 이루어진 브라질팀의 핵심은 히바우두이다.

새로운 냉소주의는 일찍이 터키전에서 드러났다. 터키팀의 하칸 운살이 그의 무릎을 향해 공을 찼을 때 히바우두는 얼굴에 공을 맞은 양 쓰러지면서 극도의 고통스런 표정을 연출했다. FIFA를 포함해 전 세계가 그 장면을 보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고작 7천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것은 모욕이나 다름없다. FIFA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라고? 그럴지도 모른다.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히바우두가 잉글랜드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쓰러진 뒤 1분동안이나 자신의 발목을 어루만지고 놀란 사슴처럼 경기장 한 구석으로 뛰어가는 장면도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하지만 히바우두의 속이기 장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브라질팀에서 1명이 퇴장당한 상태에서 2대1 리드를 지키려 했던 후반전 중반 영국의 솔 캠벨과 공중볼을 다투던 히바우두는 캠벨의 손가락이 그의 얼굴을 가볍게 스쳤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에 엎어진 채 최대한의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마치 사탕을 얻어먹기 위해 우는 어린아이처럼. 만일 그의 연기가 성공을 거두어 영국 선수 1명을 퇴장시킬 수 있었다면 브라질팀의 승리는 더욱 확고해졌을 것이다.

히바우두가 정말로 다친 줄 생각했던 잉글랜드팀은 공을 경기장 밖으로 차냈다. 경기가 속개되자 브라질팀은 공을 잉글랜드 진영으로 약 30m 가량 차보냈다. 자신들에게 덜 위협적인 위치로 보낸 것이다. 히바우두는 경기장으로 다시 들어오면서 그만이 알고 있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날 아침 히바우두는 한 작가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나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다른 무엇보다도 우승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네모진 턱과 깊숙이 패인 눈, 등번호 10번, 세리페 빈민가 출신의 이 사나이는 4년전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에서의 수모를 결코 잊지 못하는 듯하다. 그는 이제 우승에의 집념을 불태우고 있다.

축구의 핵심적 가치를 지킨다고 하는 브라질의 역사적 책무를 위해 히바우두는 무엇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빈민가 출신의 이 사나이도 결국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염되고 말았다. 속임수, 기만, 그리고 '시뮬레이션', 뭐라고 이름붙여도 좋다, 이제는 이런 것들이 축구의 고질병으로 자리잡아서 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욕망이 되고 말았다.

무엇이든지 가능하다. 다음과 같은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심판들이 저지르는 그 모든 오심보다도 더 많은, 노골적인 속임수가 선수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저질러진 속임수 중 가장 비겁한 것은 16강전에서 멕시코팀 주장 라파엘 마르케스가 범한 것이다.

2대0으로 지고 있던 후반전 종료 직전, 자신의 행동이 이번 대회에서의 마지막 제스처가 될 것임을 안다는 듯, 그는 미국팀의 코비 존스를 뒤에서 가격했다. 무릎으로 올려 치고 머리로 받았다. 그에 앞서 포르투갈의 후앙 핀투는 (한국전에서) 주심을 모욕한 대가로 FIFA로부터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축구에서의 속임수는 이제 중남미나 라틴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 속임수는 보편적 현상이 됐다. '비신사적 행위'로 경고를 받는 선수 중의 상당 수가 유럽의 1류 리그 출신 선수들이다. 에마뉴엘 프티, 디트마 하만, 크리스티안 지게 등.

가장 많이 애용되는 방법은 넘어지는 것(dive)이다. 이를 통해 부당하게 유리한 판정을 이끌어내거나 아니면 경고를 받는다. 멕시코의 루이스 에르난데스, 한발짝 앞으로 나가더니 그대로 쓰러져 버린다. 그뿐만이 아니다. 스웨덴의 요한 음잘비, 이탈리아의 크리스티안 파누치와 프란체스코 토티, 모두가 그레그 루가니스 뺨치는 다이빙 선수들이다. 속임수임이 밝혀지면 이들은 뻔뻔스럽게도 놀란 체 한다. 브라질과의 8강전 후반전에서 영국의 베컴도 상대 진영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2번이나 다이빙을 했다.

브라질과의 8강전 전날 나는 덴마크 출신 심판 킴 밀튼 닐센을 만났다. 그는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대결에서 베컴을 퇴장시켰던 심판이다. 그는 말썽많고 극적이었던 그날 밤 이후 베컴이 긍정적인 모습으로 성숙해진 것을 보고 만족해 했다. 닐센은 베컴 퇴장의 원인이었던 디에고 시메온에 대해 길게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판정이 옳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시메온이 베컴을 퇴장시킬 목적으로 베컴의 축구화에 맞아 나가떨어진 것처럼 고의적으로 넘어졌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닐센은 언어 장벽도 문제가 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결정을 내릴 기회는 딱 한번밖에 없다. 바로 지금, 심판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물론 운도 따라야 한다. 심판의 판단에 선수가 퇴장돼야 마땅한 행동을 했다면 심판은 레드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 상대가 아무리 유명한 선수라 하더라도"

닐센은 선수들이 98년보다 더 냉소적이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전하고 똑같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리는 백태클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제 백태클은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고의로 넘어지기(diving)는? 개선됐다고 할 수 있는가?

"아니,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영리한 선수들은 이제 고의로 넘어지기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덜 영리한 선수들은 아직도 고의로 넘어지기를 시도하고 있다. 나는 이들 모두를 징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닐센의 동료들, 보다 정확하게 말해서 선심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드러낸 미숙함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특히 어제(22일) 광주에서의 한-스페인전이 그러했다.

스페인이 분노한 것은 당연하다. 선심들의 형편없는 판단이 끊임없이 좌절을 불러왔다. 그러나 아직도 이탈리아가 늘어놓고 있는 불평들은 무엇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인가? 크로아티아전에서 넣은 두 골이 무효로 처리된 데 이어 한국전에서 패배한 이후 이탈리아는 자신의 탈락을 '이번 월드컵의 최대 화제'라고 주장했다. 한 신문은 '이번 대회의 수치스러운 종말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의 탈락은 계속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는가 하면 다른 신문들은 '수치' '강도' 등을 제목으로 뽑았다.

이탈리아 국영방송은 오심에 의한 피해보상을 위해 FIFA를 제소하겠다는 거창한 성명을 발표했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이들을 달래기 위해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을 방문해야 했다. 그들은 이같은 위로를 필요로 한다.

이탈리아는 심판 속이기가 존경받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인들은 자신들이 억울하게 탈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조별 리그에서는 물론이고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한 골을 넣고는 시간가기만을 기다리는 이런 팀에게는 동정심을 느낄 여지가 별로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운만큼까지만 간 것이다. 이탈리아-크로아티아전의 주심은 영국인 그레이엄 폴이었다. 이탈리아팀의 비에리는 그를 '동네축구 심판'이라고 야유했다. 하지만 폴 주심보다는 선심들이 실수가 더 많았다. 블래터마저도 일부 부심들의 능력에 실망을 표시했을 정도였다.

심판의 정확한 판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자신의 선수들에 대해 (심판 속이기를) '시도해 보라'고 공개적으로 부추기는 일부 감독들이다. 아르헨티나의 마르첼로 비엘사나 브라질의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처럼 유명한 감독들이 심판 속이기는 문화적 현상이며 칭찬받아야 할 행동이라고 주장하면서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는 것은 정말 미스테리이다.

그들은 남미에서는 이같은 행동들이 '영리함(cunning)'으로 불린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확대해 가면 우리가 도달하는 곳은 축구장이 아니라 가장 추악한 무대인 프로레슬링 경기장이 된다.

닐센 심판은 이렇게 말한다.

"규율(Discipline)이 중요하다. 그것은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그것은 또한 감독 등 코치진들에 달려 있기도 하다. 왜냐하면 감독이 나쁜 마음을 품고 선수들에게 상대편 선수들을 까라고 지시하면 선수들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시대로 하지 않으면 팀에서 쫓겨날 것이므로. 반면 감독이 "우리 한번 깨끗하게 경기해 보자"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팀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내 생각으론 이번에 잉글랜드팀은 좋은 생각을 가진 좋은 감독을 만났다."

맞는 말이다. 이번 대회에서 경기당 한 팀의 평균 경고 및 퇴장 건수는 2건이 약간 넘는다. 잉글랜드와 아일랜드는 이보다는 훨씬 낮다.

더 중요한 것은 태도이다. 예를 들어 그토록 정직한 축구를 하는, 현재 유럽과 남미에서 어떤 식으로 축구를 하는지 그 내막을 전혀 모르는 한국과 같은 팀이 4강까지 오른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그들은 그들 자신의 방식대로 축구를 한다. 한 점의 냉소주의도 없이. 아일랜드 출신의 노엘 오라일리는 일본에서 수백명의 청소년들에게 축구를 지도하면서 느꼈던 감동을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매일같이 60초동안 공을 몇 번 차올릴 수 있는지를 연습한다. 아일랜드에서는 꼬마들이 20번을 하고도 30번 했다고 말한다. 또다른 아이는 한술 더 떠 35번 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뭐 그런 식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정직하다. 그들은 축구에 '속이기'라는 것이 있다는 개념조차 없다. 그들은 불평하지 않는다. 그들은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지도 않으며 일부러 부상당한 척 꾸미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체력과 적응력은 놀라울 정도이다.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하지만, 미래의 아시아 축구는 지금보다 더 '독해질 것(toughening up)'이라고 기대해도 좋다. 우리는 우리의 짐을 모두 싸서 이곳에 와서, 거의 예외없이, 그중 일부를 아시아인들에게 남겨주고 나머지를 갖고 돌아간다.

***'탈락한 축구강호들의 생떼'(가디언, 24일자)**

"우리는 11명의 선수, 7만여 관중들과 경기한 것이 아니라 3명의 심판들과 싸웠다. 애당초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이 말은 스페인 팀의 한 공격수가 말한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이 한국과의 일전에서 승부차기로 패해 2002년 월드컵 무대에서 물러난 지난 22일 했던 말은 아니다. 유로96 경기에서 스페인이 승부차기로 잉글랜드에 패했을 때 훌리오 살리나스가 했던 말이다.

그 경기가 열렸던 토요일, 살리나스는 전반전에 골을 기록했으나 무효로 처리됐다. 살리나스와 공격의 쌍두마차였던 키코 역시 TV 화면에서는 분명히 인정받을 만한 골을 무효처분 받았다.

지난 주말 광주, 스페인은 정당한 두 골을 날려버렸다. 경기 후 한국인들을 포함해 경기장에 모인 사람들은 심판 판정에 심각한 유감을 표했다. 23일 스페인축구연맹은 이집트 주심 가말 간두르와 부심들의 판정 기준에 공식적으로 항의했다.

"나는 심판진이 정확하게 판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실수를 범했고 만일 그 경기의 승자가 있었다면 그것은 스페인이어야 한다"고 스페인축구연맹 회장이자 블래터의 최측근 앙헬 마리아 빌라는 말했다. "우리는 심판이 편파판정을 했다는 점에 공식 항의한다. 우리는 이미 피해를 입었지만 이같은 해프닝이 재발돼서는 안된다."

이번 월드컵 대회가 공동개최국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은 스페인 사람들만의 생각이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탈리아가 한국에게 16강전에서 패했을 때 이탈리아 팬들로부터 40만 여통의 격노에 찬 이메일을 받았다. 이 같은 주장이 공론화 된다는 것은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모든 월드컵 대회에 상처를 주는 일이다.

14년전 서울 올림픽이 개최됐을 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복싱경기에서 한국의 박시현 선수가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미국의 로이 존스를 누르고 라이트미들급 금메달을 차지한 일을 잘 알고 있다. 스포츠에서 일단 신뢰성이 상실되면 그것을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현재 전통의 축구 강호들은 부당한 판정에 대해 항의하지 않고는 한국, 터키가 브라질, 독일과 더불어 준결승전에 진출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4년전 프랑스 월드컵에서 독일의 베르티 포그츠 감독은 8강전에서 작은 신생국 크로아티아에게 패한 후 "이번 월드컵 대회에는 우리에게 불리한 이상한 판정들이 있었다. 아마도 모종의 음모가 있었을 것이다"라며 불평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축구강호들은 크로아티아의 4강 진출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당시 포그츠 감독의 불평은 이탈리아가 현재 보이는 모습과 유사하다. 어느 경기에나 음모론은 제기되기 마련이다. 이탈리아의 RAI 텔레비전은 광고 소득을 잃어버린 댓가로 FIFA를 고소했다. 로마의 법률단체는 월드컵 대회에서 이탈이아 팀을 부당하게 탈락시켜 수백만의 이탈리아인에게 충격을 안겨준 에콰도르 출신의 바이런 모레노 주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착수했다.

이같은 조치는 모레노 주심이 5천8백만 이탈리아인에게 끼친 손해를 배상하라는 이탈리아 소비자들 연합인 코다콘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코다콘은 모레나 주심이 뇌물 논란이 일었을 때 "아마도 이탈리아인들이 뇌물을 자주 사용해서 그런 말을 하는 것같다"라고 말했다. 코다콘은 6백만 리라의 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RAI TV는 모레노의 프란체스코 토티에 대한 퇴장을 비롯한 몇몇 판정들은 "중대한 협잡의 산물로밖에 표현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파울로 말디니는 판정 기준에 대해 "스캔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정환 선수가 말디니보다 높이 점프해 골든골을 넣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같은 음모론은 당연히 그 자체가 부패 조사의 대상인 FIFA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졌다. 블래터 회장은 이미 월드컵 심판들을 각 나라에서 골고루 선발하는 현재의 민주주의적 방식을 뒤집어엎었다. "우리는 월드컵에서 더 이상 모험을 할 수 없다"며 "단지 몇몇 국가에서만 선발됐을지라도 우리는 가장 훌륭한 심판진을 활용하고 있다"고 블래터는 말했다.

조별리그 이후의 토너먼트식 경기는 심판들 때문에 "무효화되고 취소돼야한다"는 23일자 아르헨티나 언론의 기사는 이같은 심판진에 대한 불만을 잘 드러내보인다. 아마도 아르헨티나 사람들과 이탈리아 사람들은 지난 월드컵 결승전 심판이었던 모로코의 사이드 벨콜라가 심판을 보는 것에 즉각 반대했을 것이다. 별볼일 없는 리그에서 뛰던 심판진은 인터밀란, 레알마드리드, 바르셀로나의 심판진보다 한국의 열광적인 응원단에 의해 주눅들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나 몰디브 출신의 선심들은 관중들의 응원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은 아주리군단의 열렬한 팬들에게조차도 지나친 억측일 뿐이다.

무의식적인 편파 판정과 큰 경기 경험과는 별개의 문제다. 한국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23일 "주심과 선심을 비난하기는 쉽다. 물론 그들도 실수를 하지만 감독과 선수, 언론들도 실수를 범한다. 그 모든 것이 의심스럽다고 말한다면 나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피해를 입은 오심의 사례도 얼마든지 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상대팀을 확실히 제압하는 팀이 훌륭한 팀이다. 우리는 약점을 가지고 있고 스페인전과 이탈리아전에서 그런 측면을 노출했다. 그러나 그 팀들은 우리를 제압하지 못했다."

음모론에 감히 반대하는 이탈리아인 중의 한 사람은 이탈리아 축구연맹의 프랑코 카라로 의장이다.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탈리아의 탈락을 단지 심판판정 탓으로 돌리는 것은 심각한 오류다. 우리는 한국에게 득점을 올릴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단 한번만 성공시켰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크리스찬 비에리는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아무도 그가 실수하도록 만들지는 않았다. FIFA의 대변인 케이스 쿠퍼는 한술 더 떠 "애처롭고 유치한 엉터리"라며 음모론 의혹을 단호하게 부정했다.

"이것이 월드컵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전세계적인 경기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쿠퍼는 덧붙였다. "어떤 대회라도 비난은 늘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가 개회되기 전에는 아무도 심판이 특정 국가로부터 선발됐기 때문에 정당하지 않다고 말하지 않았다. 음모설은 도처에 널려있다. 그리고 99%의 경우 그것은 근거가 없다. 이번 경우도 99% 중의 하나다"라고 그는 말했다.

FIFA의 데이비드 윌 부회장도 RAI TV의 법적 대응을 경멸하며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불평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직 변호사인 윌은 RAI TV의 법적 대응에 관해 "그들의 행위를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그 경기를 본 변호사들은 심판의 판단이 결론이라고 말할 것이다"고 말했다.

윌은 지난 월드컵까지 주심 선발의 책임을 지고 있었다. 그는 조별리그 이후 토너먼트식 경기의 판정에 대한 어떠한 긴급회의도 필요 없다고 확신했다.

"이번 월드컵은 매우 놀라운 대회다."라면서 "내가 축구 도박사였다면 지금쯤 나는 많은 돈을 잃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대단한 경기들이었다. 준결승전에서 브라질과 독일과 만난 터키와 한국이 이 월드컵을 이끌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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