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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홀로서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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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홀로서기' 시작됐다

"미국과는 무관, 민주원칙 지킬 것"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권좌복귀는 미국의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영향력이 현저하게 저하됐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라틴아메리카 각국에 CIA 등을 통해 친미적인 군사정권을 세우는 데 많은 성공을 거뒀던 미국의 장악력이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지지세력과 남미 주변국들의 차베스 지지에 의해 패배를 맛본 것이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중남미 국가들이 쿠데타를 통해 차베스 축출에 성공한 임시정부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부의사를 분명히 표시함으로써 차베스 복귀를 가능케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16일자 '차베스로 붕괴된 미국과 라틴아메리카의 커넥션'이라는 기사에서 라틴아메리카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베네수엘라 주변국들이 쿠데타 임시정부를 거부함으로써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권좌복귀를 도왔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과 중남미 민주국가들 사이에 균열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복귀 직후 그의 3년간 대통령 재임기간중 가장 큰 정치적 위기의 근원이 됐던 일방적인 국영석유회사의 이사진 교체 백지화 등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뿌리 깊은 정치적 갈등을 화해시킬 것이라고 서약하며 "나는 상호간의 이해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지난주까지 미국은 표면상 불간섭 정책을 유지했으나 이는 사실상 차베스 정부에 대한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반감확대를 기화로 차베스 정부의 전복을 허용하는 것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1954년 과테말라와 1973년 칠레의 군사쿠데타의 경우와는 달리 베네수엘라 사태에 미국 정부가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이제 부시 행정부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데 있어 (미국의 국익을 판단기준으로) 선택적이라는 분명한 인식을 갖고 있다. 다른 한편 차베스 지지자들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지지로 차베스 대통령을 축출하게 한 내부불만의 표출을 가라앉게 할 기회를 얻었다.

쿠데타 정부의 집권으로 임시 대통령이 됐던 페드로 카르모나가 이틀만에 물러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그가 의회를 해산하고 대통령 선거를 일년 연기하겠다며 현존하는 베네수엘라의 헌정질서를 파괴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톨레도 페루 대통령은 "나는 우고 차베스 정부의 성격을 비판하는 사람들중의 하나"라며 "그러나 우리는 특정 정부의 민주적 성격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법치주의 원칙을 방어한다"고 쿠데타 정부의 위법성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다.

반면 미국은 차베스 축출이 쿠데타라는 입장표명을 거부한 채 차베스의 실각은 그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주기구(OAS, the 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는 지난 13일과 14일 워싱턴에서 회의를 갖고 비난의 소지가 있는 베네수엘라의 '헌법질서 파괴'에 대한 결의를 채택했다. 이는 지난 해 9월 페루 리마에서 채택된 '민주 헌장'에 의거한 것으로 이 헌장에 따르면 비민주적 방법에 의해 정권을 장악한 정부에 대해서는 경제제재, 외교적 고립 등의 응징을 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미국은 이 결의의 표현들을 보다 완곡하게 고치도록 막후 로비를 한 연후에 마지 못해 결의에 찬성했다. 이와 관련 한 남미 국가의 대사는 "용기있고 분명하게 민주주의 원칙을 방어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며 "이는 미국의 지지 유무, 또는 신뢰관계 상실여부를 떠나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차베스 대통령의 좌파적 포퓰리즘과 선동성향은 톨레도 페루 대통령이 시사한 것처럼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다수 라틴아메리카 지도자들에게도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소 브라질 대통령은 차베스를 "무의식적인 독재주의자"라고 말한 적이 있고 콜롬비아와 페루 대통령도 그들 정부의 기반을 약하게 하는 차베스의 정책에 비해 불평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미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과거 어떤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든 군부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운명을 좌지우지했던 권력의 최종 중재자로서의 그들의 옛 역할이 부활한다는 것은 더욱 불쾌한 일이다.

차베스의 축출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아르헨티나와 페루같은 국가들은 그들 스스로가 군사 개입과 독재치하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아르헨티나 에두아르도 두알데 대통령은 쿠데다가 발생한 직후인 13일 "군사 쿠데타가 국민에 의해 선출된 행정부를 전복시키는 것은 아메리카 대륙의 사람들을 위해 좋은 뉴스가 아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해 미국이 취한 입장은 지난 2000년 에콰도르에서 비슷한 쿤사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클린턴 행정부가 취한 정책과도 대조된다. 당시 군인들과 인디언들이 친미적인 야밀 무하드 대통령을 축출했을 때 미 국방부 관리는 임시 과도정부에 대해 민간인 출신의 부통령에게 권력이 이양되지 않을 경우 에콰도르는 '왕따' 국가가 될 것이며 모든 경제적 원조를 박탈하겠다고 경고했다. 에콰도르는 미국의 경고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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