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현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충돌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물론 무력의 압도적인 열세 때문에 인명피해의 대부분은 팔레스타인측에 집중돼 있다. 팔레스타인인 거주 도시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특히 부녀자와 어린아이들을 포함, 수백여명이 사망한 예닌사태는 앞으고 두고 두고 갈등의 씨앗이 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일방적인 학살극에 대해 이스라엘인들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테러리즘 을 뿌리뽑는 쾌거라며 박수를 보내고 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점령지에서의 군 복무를 거부한 이스라엘 군인들이 감옥에 수감되고 있는가 하면 가두시위를 통해 샤론 정부의 강경정책을 반대하며 팔레스타인 측과의 평화를 요구하는 시민들도 있다.
미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www.wsws.org)는 지난 3일과 6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라 점령지에서 벌어진 반전시위에 참가한 이스라엘인들의 반전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점령지에서 철수하라'**
지난 4월 6일 토요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는 1만5천여명의 이스라엘인들이 반전시위에 합류했다. 평화주의자들과 반(反) 시오니스트들로 구성된 행렬은 오후 7시 30분부터 텔아비브 중심가에서 국방부까지 행진, 이곳에서 반전집회를 가졌다.
평화단체인 피스 나우(Peace Now)의 모리아 슐로모트 의장은 "이스라엘은 점령지에서 물러나 평화협정을 논의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국경이 설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항의 시위에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집결했다. 그 중 대다수는 20-35세 사이의 젊은이들이었다. "점령지에서 철군하라", "샤론의 전쟁정책 반대", "대량학살을 멈춰라",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샤론은 전쟁범죄자", "부시/미국은 전쟁 공범자", "IDF(이스라엘군)는 테러리스트 조직" 등의 시위문구가 눈에 띄었다.
특이한 점은 시위군중들 사이에 이스라엘 국기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평화연대는 피스 나우를 비롯, 자유주의 정당, 노동당, 스스로를 애국주의자나 시오니스트 등으로 표방하는 단체들로 구성됐다. 집회에 앞서 피스 나우는 이스라엘 국기를 게양할 것을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스라엘 국기가 극우주의자들과 점령자들의 전유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내 형제 내 친구가 누구를 죽이는 것도, 누군가에 의해 죽는 것도 원치 않는다"**
시위에 참여한 이스라엘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마야(27세, 간호사)
"나는 전쟁과 이스라엘의 점령을 반대하기 위해서 여기에 왔다. 평화를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협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평화가 어떻게 달성되는 것인지 모르지만 이 전쟁은 결코 평화로 나아갈 수 없으며 확실히 끝나야 한다는 점만은 알고 있다. 이스라엘 군대는 점령지에서 물러나야 하고 이스라엘은 정착지 확장 정책을 그만두어야 한다. 내 형제와 친구들이 군대에 있다. 나는 그들이 죽는 것도, 누군가를 죽이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들의 이유없는 죽음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시위에 참석해서 이 끔찍한 전쟁에 항의하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
▲마람(25세, 학생)
"나는 군사적 점령과 학살 종식을 요구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우리는 정부를 바꾸기 위해서도 싸워야 한다. 샤론은 너무 오랫동안 권좌에 있었다. 지금은 샤론 정부를 종식시킬 호기다. 샤론이 권력을 휘두르는 한 결코 평화는 달성될 수 없다. 지금 당장 학살을 그만둬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함께 평화를 누리게 될 것이다.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믿는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들은 거리에 나서지 않고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선거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우리의 시위는 샤론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각성시키고 정부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전쟁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라도 절실한 것이다.
노동당과 외무부 장관 시몬 페레스가 샤론의 정책으로 회귀한 점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더 이상 그들은 노동당이 아니다. 그들 자신들만 노동당이라 칭하고 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나는 전쟁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수많은 노동당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내 주류세력은 여전히 샤론 행정부 안에서 안주하려 한다.
우리가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점령을 그만둬야 한다.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점령의 종결은 팔레스타인의 자살테러도 종결시킬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분리,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유태인 국가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결코 유태인과 동일한 권리와 자유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샤론 정부야말로 테러리스트다**
▲ 리디아(38세, 대학교수)
"IDF(이스라엘 방위군)은 점령지로부터 철수해야 한다. 군사적 강점은 너무 끔찍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당장 평화협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건 군사적 강점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며 따라서 나의 첫 번째 요구는 군대의 철수다.
나는 샤론이 하려는 바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팔레스타인에 대리정권을 내세워 이스라엘의 지배권을 강화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지도자나 정당도 현재 상태를 깨고 평화협정을 체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유일한 작은 희망은 이 운동이다."
▲ 레게브(29세, 학생)
"나는 국가테러리즘, 특히 이스라엘의 국가테러리즘에 반대하기 위해서 이렇게 시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금 전쟁을 하고 있고 나는 샤론 정부가 평화를 달성하거나 평화협정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나는 오늘 예닌 난민캠프에서 백여명이 희생된 대량학살이 발생했다고 들었다. 샤론 정부에게 가해지는 국제적인 압력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로인해 샤론이 단시간 안에 자신의 계획을 끝내려 하기 때문이다. 현재 난민 캠프에는 아무런 의료지원도 없다. 재앙은 이미 시작됐고 상황은 악화될 것이다.
나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각성하기를 바란다. 그들은 전쟁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고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수없이 보아온 전쟁의 영상을 지금 다시 보고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시민들이 정부가 전쟁을 끝마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나의 개인적 소망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이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국가를 세우는 것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매우 긴 시간을 필요하다. 그런 국가를 만들려면 적어도 50년은 걸릴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현재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를 건립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유를 원한다. 인류 역사에서 그 누구도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굴복시킬 수 없었다. 샤론과 IDF 참모총장은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어리석다.
차라리 그들을 테러리스트라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테러리스트들로 구성돼있다. 그들은 시민들을 향해 발포해 학살한다. 최근 며칠동안 이스라엘 경찰은 법조차도 무시하는 행동을 했다. 그들은 평화시위에 폭력을 행사했다. 이스라엘 사회 내부에는 이미 파시즘적 요소가 싹트고 있다. 매우 무서운 일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우리를 멈추게 할 수 없다. 이곳에 평화가 정착할 때까지 우리는 싸우고 또 싸울 것이다."
***"유태인과 아랍인이 친구였던 때로 돌아가야"**
▲ 다니엘(58세, 컴퓨터 프로그래머)
"이스라엘 정부를 비롯해 주요 정당은 모두 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문제 해결 방법이 도시 곳곳에 군사력을 배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즉각 버려야 한다. 이스라엘 군대를 즉각 철수시켜야 한다.
평화로운 미래, 중동의 평화는 수년전 우리가 보았던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젊은 사람들은 기억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아랍인들이 유태인 거리를 활보하고 마찬가지로 유태인들이 아랍인들의 가게에서 물건을 살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의 문을 두드려 친구를 만들고 함께 영화를 보면서 어울려 지냈다. 그 상황으로 돌아가야 한다.
종교에 구애받지 않는 나라라면 나는 그러한 나라의 시민임을 기뻐할 것이다. 그런 나라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적어도 1단계는 모든 공동체가 독립적인 제도를 가지고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자유롭고 우호적이고 평화적 협력 관계를 건설하고 그 후에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결정해야 한다.
나는 아랍-유태 국가의 결합체였던 이스라엘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인 하이파에서 태어났다. 나는 그 도시에서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을 때 태어났다. 1948년에 위기가 시작되자 도시는 공동체적 관계를 상실하고 아랍인들을 내쫓았다. 나는 58세다. 남은 생애를 나는 평화로운 관계를 재건설하려 노력할 것이다. 평화는 다시 돌아와야 한다."
***평화, 인권단체 이스라엘 군대의 폭력적 대응 고발**
4월 3일에는'전쟁 반대 행진'이라는 슬로건 하에 이스라엘의 수천여명의 노동자들과 학생, 젊은이들, 지식인들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시위행진을 벌였다. 이 시위 행진은 '유태-아랍 파트너십 운동'의 시작이었으며 이스라엘 여성 단체들과 인권을 위한 의사 단체들이 이에 규합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는 시위자들에게 가혹한 공격을 가했다.
평화단체인 피스블럭 회원 예후드 하렐은 시위 행렬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평화 시위를 위해 수많은 군중들이 집결했다. 50대 가량의 버스와 자가용, 3천여명의 유대인과 아랍인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으며 모든 평화운동 단체와 조직이 반전 연맹에 동참했다.
우리가 트럭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경찰복을 입은 패거리들이 군중 중앙으로 최루탄을 쏘기 시작했다. 독한 최루탄을 수차례 발사했다. 최루연기는 밀집된 군중들 속에서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나 또한 전혀 숨을 쉴 수 없었다. 사람들은 뛰기 시작했고 진흙에 빠진 사람도 있었다. 나는 한 팔레스타인 사람의 집으로 숨어들었다. 그 사람들은 나를 보호해주었고 나를 진정시키려 했다. 나중에는 양파요리까지 대접했다.
잠시후 우리는 다시 결집해 구호를 외쳤다. 나는 앞 열에 서 있었다. 경찰들은 다시 발포를 시작했다. 이때는 경찰들이 달아나는 군중들을 쫓아가 잔인하게 진압했다. 군중들을 밀어 진흙탕에 넘어뜨리고 곤봉으로 군중을 때리기 시작했다. 군중들은 경찰 저지선에서 물러섰지만 또다시 최루가스를 발포했다. 나는 한 여인이 실신한 장면과 사람들이 부상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몇몇 활동가들이 체포됐으나 그들은 짧은 심문 뒤에 석방됐다. 당국은 이 행위가 폭력적이며 자극적 행동은 그릇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떠한 폭력적 행동도 없었고 그 누구도 경찰들에게 돌을 던지지 않았다. 우리가 '경찰국가', '파시즘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당신은 유태인 민중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는 구호를 외치자 진압대가 우리를 공격했다."
시위가 발생하기 이틀 전, 수많은 외국인 평화운동가들 중 9명이 팔레스타인에서의 IDF의 군사행동에 반대하는 '인간방패' 시위 도중 부상당했다. 9명중 4명은 영국인, 2명은 미국인, 프랑스와 미국인이 각각 1명이었으며 이들은 이스라엘 군대의 발포로 부상당했다. 호주 시민 트레이시 어빙은 유탄을 제거하기 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크리스 던햄(31세. 런던의 엔지니어링 회사 대표)은 "'항의 시위는 테러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나는 손가락에 총을 맞았다. 나의 행동은 정당방위였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가스탄과 고무탄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쿠늘 이비던(30세, 영국 브리스톨의 기술자)는 "끔찍했다. 오늘 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고향으로 일단 가야한다. 그러나 나는 곧 돌아올 것이다. 내가 여기서 본 일들은 나로 하여금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제레미 하디(영국 코메디언겸 작가)는 BBC 라디오 방송에 출연 군인들이 총구를 기자들에게 돌렸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 일은 내 생애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었다. 우리는 어떤 자극적인 행위도 하지 않았다. 무섭기 그지없었다."고 밝혔다.
서안지구 도시인 라말라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이스라엘 군대에 의해 포위된 사람들 중에는 12명 이상의 영국 서섹스 대학의 학생들도 있었다. 그들은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는 밤낮으로 폭탄소리, 탱크 포격, 엄청난 발포소리를 듣고 있다. 이스라엘 저격수들은 간혹 민간인에게도 발포를 한다. 우리가 이 글을 쓰는 동안 미국제 아파치 헬기가 도시 상공에서 폭격하고 있다. 이스라엘 불도저가 민가 근처에 탱크 주둔지를 닦고 있다.
"이스라엘 군대는 길거리에서, 가택수사를 통해 팔레스타인 죄수들을 색출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대는 거주민들 중에서 16~40세 남성들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다. 부상당한 사람들조차 거칠게 다루고 있고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들의 운명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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