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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같은 말 하는 사람 못 믿는다"

<현장보고>강원 노후보 1위엔 '음모론' 역효과도 한몫

"음모론 같은 얘길 하는 사람 믿을 수 있나?" 민주당 강원지역 경선이 열린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만난 김재희(53세, 춘천)씨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이인제 후보가 음모론 등을 제기하면서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선거인단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노풍'을 꺽기 위해 던진 '음모론'의 화살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오히려 강원 경선 1위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투표 전 현장분위기 '이인제 1등'**

당초 강원 지역은 이 후보 1위 예상지역이었다.

이인제 후보가 지난 15대 대통령선거 당시 강원도에서 유효표의 30.3%를 얻었던 지역이라는 점, 유일한 접경 분단도로 전통적인 보수적 투표 성향, 한화갑 후보의 사퇴로 인한 조직표의 흡수 등이 근거였다.

경선 시작 두 시간 전인 12시경 춘천호반체육관에 도착한 기자가 만난 사람들도 이 후보 지지자들이 많았다. 선거운동원 숫자도 이 후보가 노 후보를 압도했다.

투표 시작 전 만난 '강원도민일보'의 한 기자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강원도도 노무현 후보가 선두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난 며칠 동안 이인제 후보 측에서 워낙 많은 선거운동원을 동원해 선거인단들을 직접 설득하는 작업을 많이 벌여 유동표가 이 후보 측으로 많이 흡수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기종(49. 강원도의회 이용구 의원 보좌관)씨도 "한화갑 후보가 사퇴한 뒤 지구당 위원장들이 대부분 중립 내지는 이인제 후보를 지지한다"며 이 후보의 압승을 예상했다.

개인적으로도 이인제 후보를 지지한다는 유씨는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했어도 강원도 지역은 정서가 달라서 여당 당원으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며 "우리 강원도와 정서가 비슷한 이인제 후보가 돼야 강원도도 대접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투표가 시작되기 전 춘천호반체육관의 분위기는 이인제 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뒤엎고 간발의 표차로 노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노무현 1등 원인 - 개혁성, 본선경쟁력, '음모론' 역효과**

현장에서 만난 노무현 지지자들의 말을 종합해 본 결과 노무현 1위의 요인은 세 가지다. 노 후보의 개혁성, 본선경쟁력, 그리고 '음모론'의 부메랑 효과.

앞서 '음모론'의 문제점을 지적한 김재희씨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의 개혁정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며 "이인제 후보에 비해 본선경쟁력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김 씨는 "지난 97년 대선 때 이인제 후보가 강원도 지역에서 30%의 표를 얻은 것은 강원도민들이 김대중과 이회창에게 식상했기 때문이지 이인제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성욱(44. 춘천)씨는 "본선 경쟁력에 대해서 장담하긴 힘들지만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결정되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차별성을 획득하는데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 후보의 개혁성과 본선경쟁력이 노 후보가 조직적 열세를 꺽고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기본요인이었다.

하지만 '음모론'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원래 지지하는 후보가 뚜렷하지 않았다는 이승훈(28. 강릉)씨도 노무현 후보를 선택한 이유로 '이인제 음모론의 역효과'를 지적했다. 이씨는 "이인제 후보가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노 무현 후보를 지지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면서 "이인제 후보는 민주당 후보로서의 정체성도, 본선경쟁력도 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노 후보를 지지한 많은 선거인단들에게서 이인제 후보의 '음모론'을 비판하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인제 후보연설 '음모론' 한마디도 없어**

이러한 분위기를 사전에 감지한 탓인지 이인제 후보는 이날 후보연설에서 '음모론'을 한 마디도 거론하지 않았다.

이인제 후보는 지난 22일 "노 후보가 주장하는 정계개편론의 배후 실체가 파악됐다"며 "24일 강원 경선 합동유세에서 밝히겠다"고 말해 '음모론'을 둘러싸고 커다란 긴장이 흘렀다. 일각에서는 이인제 후보의 '사퇴설'까지 떠돌며 "이러다가 경선이 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네 후보 중 가장 마지막에 연설을 한 이인제 후보는 '음모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노무현 후보에 대한 공격 화살을 '음모론'에서 '정계개편론'으로 돌렸다.

이 후보는 "당을 허물지 않고 정계개편론은 불가능하다"며 "민주당을 허물지 않고 정권 재창출을 원한다면 자질, 역량, 비전을 갖춘 이인제를 선택해 달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후보의 '음모론' 역공**

이에 앞서 연설한 노무현 후보는 이인제 후보의 '음모론'에 대해 "한나라당이 들고 나와도 시원치 않은 것을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것은 자살골을 넣은 것"이라며 "무슨 딴 생각이 있느냐. 우리 국민은 한번 용서하지 두 번은 용서하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노 후보는 "정계개편론은 당을 깨자는 얘기가 아니라 선진정치를 이루는 일"이라며 "작년 10월부터 주장해 왔는데 그때는 아무 말 없더니 왜 이제 와서 시비를 거냐"고 반문했다.

한편 첫 번째, 두 번째 연설자로 나온 김중권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정계개편론'과 '음모론' 모두를 비판했다.

김 후보는 이인제 후보의 '음모설'에 대해 "음모설의 증거를 대지 않으면 판을 깨자는 마타도어에 다름이 아니다"라고 했고, 정동영 후보는 "경선에 찬물을 끼얹는 정계개편론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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