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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군사력, 中央亞 본격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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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군사력, 中央亞 본격 진출

아프간전 이후 9개국에 6만 병력 전진 배치

아프간전쟁을 거치면서 중앙아시아의 군사지도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아프간을 둘러싼 인접국가에 미군기지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군사전문 기자 윌리엄 아킨은 최근 미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 9.11 이후 아프간 인근 9개국에 미군 주둔 도시가 13개나 생겨나면서 아프간을 포위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불가리아와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해 터키, 쿠웨이트 등지에 전진 배치된 이들 기지에 현재 6만명 이상의 미군이 활동하고 있으며 수백대의 미 공군기들이 이른바 ‘원정 비행기지’를 들락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990-91년의 걸프전 이후 사우디에 영구 주둔기지를 마련했던 미군이 이번에는 아프간전쟁을 계기로 중앙아시아에의 군사력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의 군사 시설 확충에 대해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평화유지 작업’ 등을 명목으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미국이 군사적 거점 확보를 바탕으로 이 지역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나아가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에 대한 권리를 선점하겠다는 속셈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또 이전과는 달리 해당 국가와의 공개적 논의 없이 은밀히 이루어지는 미군기지의 신설은 이 지역 무슬림들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군 6만명, 중앙아시아 지역에 전진 배치**

9.11 당시,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공식적으로 군사동맹을 체결하고 있는 나라는 92개국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그러나 이번 아프간전쟁을 계기로 중앙아시아와 중동 등 20여개국에 군사기지를 신설하거나 전투기의 영공통과권을 획득하는 등 이 지역에의 군사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석유자원의 최후의 보고로 일컬어지는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에 주목해 온 미국은 지난 1997년부터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즈스탄 등과 함께 이 지역에서 군사훈련 등을 벌여 왔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지역에 미군 기지의 건설이 본격화된 것은 아프간 전쟁 이후이다.

최근의 군사적 동맹은 냉전기간에 이루어졌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쿠웨이트, 오만, 아랍에미레이트연합 등과 체결한 일련의 군사적 동맹은 해당 국가 내부의 민감한 반응 때문에 비밀스럽게 진행됐다고 국방부 관료는 밝혔다.

국민들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걸프만 국가에 진주하고 있는 미군은 명목상으로는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실무조정 위원회'와 같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미국은 미군과 중앙정보국(CIA)의 작전 수행을 위해 칸다바드 공군 기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군사기지가 아프간에서의 수색 및 구조 임무, 인도주의적 활동을 위한 것이라며 반발을 무마시켰다.

미 국방부도 우즈베키스탄과 미국의 협력관계를 제외하고는 우즈베키스탄의 인권관련 보도나 미군 주둔에 관한 내용이 공론화되는 것을 차단했다.

9.11 이후 새롭게 정비된 미군 배치 전략에 따라 키르기즈스탄,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소위 4개의 ‘스탄’에 미군 기지가 건립됐다. 9.11 테러 이전까지 미국은 이 지역에 어떠한 군사시설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 지역의 군사기지 구축 시기에 미 중앙군사령관 토미 프랭크스와 국방장관 도날드 럼스펠드는 이곳 ‘스탄’지역 방문이 잦았다.

***아프간 전쟁 이후 본격화**

새 미군기지 건설은 파키스탄과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승인됐다. 이미 1천여명 이상의 미 지상군이 버티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칸다바드 공군기지에는 전투기가 배치돼 있다.

카스피해 연안 지역에서도 석유 매장량이 많은 지역으로 알려진 카자흐스탄은 여러 곳에서 미국에게 군사기지의 사용을 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중앙아시아 지역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를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관통해 인도양으로 연결, 세계시장에 배급할 수 있는 미국자본 대규모 송유관의 최종 종착지다.

불가리아 역시 터키 해협의 관문을 우회하는 파이프라인 건설의 잠재적 가능 지역으로 간주된다.

파키스탄의 여러 지역에 주둔해 있는 미군 기지에는 기술자들이 활주로 및 수용시설, 군사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키르기즈스탄의 수도 비쉬케크 인근에 있는 마나스 공군 기지에는 현재 제86 신속배치군 소속 병력 3백명이 배치돼 있는데 이들은 2천여명의 민간인 기술자들과 함께 병력 3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막사와 시설 등을 건설하고 있다. 이 기지에는 KC-135 공중급유기와 C-130 화물기가 배치돼 중앙아시아에서 활동하는 미군들의 주요 거점기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마나스 기지에서 근무하는 미군 관계자는 “공군부대뿐만 아니라 지상군도 곧 투입될 것이다. 이곳은 평화 유지 작전을 지원하는 첫 번째 공군기지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중앙아시아 지역은 아니지만 카타르에도 거대한 공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0년 4월부터 무려 15억 달러를 들여 카타르 알 아디드에 4천5백m의 활주로를 가진 공군기지 건설을 비밀리에 진행시키고 있다.

국방부나 중앙지휘 사령부에서는 미군의 철수 시점과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일련이 사건은 미군이 오랫동안 주둔할 것이라는 명백한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걸프만에 미군 주둔이 10년여 이상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현실이다. 1990년대에 이 지역의 미군 주둔기지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중앙아 지역에의 미 군사력 진출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지역에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라고 할 수 있다.

***미군 주둔의 의미는 정치적 메시지 전달**

미 국방부 부장관 폴 월포위츠는 미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아시아의 미 군사기지 신설에 대해 “이 기지들의 기능은 실제적인 군사작전보다 정치적 의미에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새 군사기지들은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이 지역의 모든 나라들에게 미국은 언제든지 이 지역에 개입할 능력을 갖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개입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미 국방부의 또다른 관계자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갈등으로 파키스탄매 군사 기지 사용이 어려워질 수 있지만 카불 북부로부터 단 몇 분의 비행거리에 위치한 키르기즈스탄의 새 군사기지는 아프가니스탄과의 지속적인 전쟁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아시아에 배치된 미군은 매우 광범위한 전략적 영향력을 획득한 것이다. 예컨대 키르기즈스탄의 마나스 기지는 중국의 서단 지역 국경에서 불과 2백 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중국의 주요 핵실험 시설이 있는 롭 노르에 대한 미 공군의 공격이 용이하도록 한 것이다. 마나스는 또 우즈베키스탄의 석유 매장 지역과도 매우 인접해있다.

미국과 러시아 군대는 현재 모두 키르기즈스탄과 타지키스탄에 진주해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과거 소련 연방에 포함되어 있던 이 지역에 미 지상군의 배치를 지원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곳은 러시아의 국가 안보 체계와 매우 깊은 관련이 있는 지역이다. 러시아의 군사 및 핵 관련 기반시설이 카자흐스탄 북부와 시베리아 서부에 밀집해있다.

이 지역은 어떠한 미국 군사시설로부터도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이었지만 현재는 미국 전투기가 가장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지역이 돼버렸다.

미국의 1천여 명의 해병대가 주둔해 있던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공군기지에는 현재 제 101 에어본 부대소속의 병력이 진주해있다.

이 기지들은 미국이 후원하는 세력이 탈레반 정권을 인수하는 과정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접수됐다. 그러나 군사시설 활용이 허락됨으로써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용이해진 셈이다.

***에너지 자원의 독점적 확보가 궁극적 목적**

중앙아시아에의 군사력 진출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한 미국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자원에 대한 독점적 권리 확보이다.

이같은 미국의 숨은 의도는 탈레반정권 붕괴 이후 미국의 아프간 정책에서 잘 드러난다. 우선 미국은 아프간 과도정부 수반에 친미파로 분류되는 하미드 카르자이를 옹립했다.

지난 해 12월 독일 본에서 열린 아프간 과도정부 수립을 위한 제 정파회의에서 당초 수반으로 선출된 사람은 카르자이가 아닌 압둘 사타르 시라트였다. 그러나 그는 미국과 유엔의 압력에 의해 사퇴하고 카르자이가 수반으로 최종 결정됐다.

카르자이는 80년대 미국의 지원을 받아 대소 항전을 벌였던 무자헤딘의 일원이었으며 이를 통해 CIA 및 미 관리들과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자이의 형제 자매 중 일부는 현재 미국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또 이중 하나인 카윰 카르자이는 최근 하미드 카르자이의 국정 운영에 관한 비공식 고문 자격으로 아프간에 입국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정치학 석사 출신의 카윰은 “수년간 미국의 아프간 개입을 요청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워싱턴 외교가 및 미 의회와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아프간 출신 석유 로비스트가 미 정부 아프간 특사로**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백악관이 지난 연말, 아프간 출신의 석유업계 로비스트를 미 정부의 아프간 특사로 임명했다는 점이다.

백악관은 지난 12월 31일 미 석유기업 우노칼의 고위 임원이었던 잘마이 할리자드를 아프간 특사로 임명했다. 하미드 카르자이가 아프간 과도정부 수반에 옹립된 지 9일 후의 일이다.

할리자드는 미 석유기업의 중앙아시아 에너지 개발에 깊숙이 관련된 인물이다. 그는 우노칼의 고문 자격으로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아프간,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양에 이르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에 따르는 리스크 분석을 했으며 97년 미국을 방문한 탈레반 관리와의 파이프라인 건설 협상에도 참여했다.

그는 오사마 빈 라덴의 아프리카 미 대사관 테러 공격으로 탈레반과 미국의 관계가 파탄하기 전까지는 탈레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1998년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탈레반은 이란과 같은 반미적 원리주의 세력이 아니”라면서 “미국은 국제적인 경제 재건 노력을 위해 탈레반 정권을 승인하고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할리자드는 1951년 아프간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출생했으며 그의 아버지는 전 국왕 자히르 샤의 측근이었다. 1970년대에 미국으로 와 미 보수파 지식인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시카고대학을 졸업한 그는 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 미국 정부와 무자헤딘 세력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레이건 행정부 당시 국무부 특별자문역을 맡았던 할리자드는 전임 부시 행정부 때는 국방부 부차관보로 승격했다. 그러나 클린턴의 민주당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군사 싱크탱크인 랜드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해 8년만에 공화당이 백악관을 탈환했을 때 할리자드는 부시행정부 정권 인수위원회의 국방 관련 팀장을 맡아 럼스펠드 장관에 조언했다. 당시 그가 정부 요직에 임명되지 않은 것은 석유기업의 로비스트로 활동한 전력 때문에 의회 인준청문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신임 부시 행정부에서 의회 인준이 필요 없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중앙아시아 담당 국장에 임명됐다. 할리자드의 아프간 특사 임명이 연말 휴가 기간인 12월 31일에 발표된 것도 그의 전력에 대한 세간의 이목을 피하기 위한 배려인 것으로 보인다.

***지역적 반발 가능성 증폭**

미국의 군사력 확대가 아무런 대가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현재 전체 소비 에너지의 7%를 공급하는 중동지역을 지키기 위해 연간 3백억 달러의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원조, 수출신용 등의 명목으로 우즈베키스탄에 2억 달러 상당을 지원했으며 올해 지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카자흐스탄에 군사장비 등 5천여만 달러의 원조를 단행할 계획이다. 미국에 영공 통과권을 허용한 아제르바이잔 등에는 그동안의 경제제제 해제와 함께 군사원조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재정적 부담보다도 현지 무슬림들의 반발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윌리엄 아킨 기자는 이들 미군기지들로 인해 미국의 영향력은 증대되겠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에 대한 테러리스트의 새로운 공격 가능성도 증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새로운 미군기지 구축은 대부분 아무런 여론 검증도 없이 진행됐다. 미군기지 신설과 관련된 미국과 해당국가 정부 사이의 협의는 대중적 여론에 기반해 논의되지 않았다. 특히 미군의 아프간인 학살에 분노한 무슬림들은 자국내의 미군 기지 건설을 결코 곱게 바라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3개의 군사기지가 신설되는 타지키스탄은 인구의 85%가 무슬림이며 마나스 공군기지가 건설되는 키르기즈스탄도 인구 대다수가 무슬림이다.

워싱턴이 과거 소련 연방 통치하에 있던 지역까지 포함, 통치권력의 지지를 획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 지역의 모든 미군 주둔기지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사이에서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은 9.11 이후 최초로 공개된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이슬람 지역에서 미군이 철수하기 전까지 미국은 결코 평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은 빈 라덴의 언급을 단순한 선전용으로 평가하는 듯 하다. 그러나 몇몇 분석가들은 이것이 광범위한 무슬림들의 민감한 감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관측했다.

빈 라덴 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슬람 동조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1991년 걸프전 이후 사우디 아라비아와 다른 아랍 국가들에 지속적으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은 이슬람 성지를 지속적으로 ‘모독’한 행위다.

몇몇 분석가들은 미국 관료들은 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이 이슬람 세계에서 불러일으킬 수 있는 충격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에 대해서조차도 서방에게는 거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아랍 언론에는 미군 주둔의 궁극적인 목적에 관해 심층적이고 음모를 파헤치는 보도가 넘쳐난다. 미군 주둔을 두고 미국이 이 지역의 헤게모니와 통치권을 유지하려는 야망의 증거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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