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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퇴출제' 비판 사원 PC 압수…"중징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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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퇴출제' 비판 사원 PC 압수…"중징계" 거론

현대차 "보안 문서 유출"…일반직지회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

현대자동차가 '회사에서 퇴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고 비판한 사원의 IP를 추적해 컴퓨터를 압수하고 해당 사원에게 징계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회사의 '보안 문서'를 유출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해당 문서는 지난해 5월 다른 곳에도 이미 게재된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일반직지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대차 울산 공장 인사팀장과 과장이 일반직지회 조합원인 A 과장이 일하는 사무실에 찾아왔다. 인사팀 관리자들은 "(일반직지회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IP 주소를 추적한 결과, 보안 문서가 유출된 정황이 파악됐다"며 A 과장의 개인 업무용 컴퓨터를 압수했다.

A 씨는 "(인사 관리자들이) 내가 대외적으로 현대자동차(의 이미지)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고, 비밀 유지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며 "본사에서는 형사 고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유출됐다는 '관찰 행동 목록' 내용 보니…

인사팀 관리자들은 '보안 문서'가 유출된 근거로 A 과장이 일반직지회 게시판에 올린 '관찰 행동 목록'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출력해 제시했다. 일반직지회에 따르면, '관찰 행동 목록'은 현대차가 사내에서 퇴출 대상으로 지목된 과장급 이상 사원을 평가하는 데 쓰이는 평가 매뉴얼이다.

일반직지회는 현대차가 2009년부터 이른바 '역량 강화 교육(PIP)'이라는 이름으로 과장급 이상 사원들을 징계 해고해 사실상 퇴출해왔다고 고발한 바 있다.

일반직지회는 "부서장들은 퇴출 대상자의 하루 일과를 관찰해서 매일 '행동 관찰 결과'를 보고하는데,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일거수일투족을 시간별로 감시한다"며 "담배를 오래 피운다, 화장실에 오래 있었다는 등의 부정적인 내용을 시간 단위로 입력한다"고 밝혔다.

▲ 현대차가 PIP 대상을 평가하는 인사권자에게 배포한 관찰 일지 작성 매뉴얼. '다른 팀에 가서 팀에 대해 나쁜 말을 하고 다닌다', '전날의 술자리 흔적이 근무 시간에도 남아 있다', '마지못해 일을 하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일을 하면 완벽하지 않다', '출근하면 신문이나 인터넷부터 본다', '주어진 일을 욕먹지 않을 만큼만 적당히 한다', '사람들을 선동한다' 등의 부정적인 평가 항목이 나열돼 있다. ⓒ프레시안
▲ 현대차가 PIP 대상을 평가하는 인사권자에게 배포한 관찰 일지 작성 매뉴얼. 위 사진의 '평가 항목'을 클릭하면, 해당 문구가 시간별로 입력된다. ⓒ프레시안

실제로 '관찰 행동 목록'에는 부정적인 항목들이 수십여 개 열거돼 있다. 구체적인 항목을 보면, '다른 팀에 가서 팀에 대해 나쁜 말을 하고 다닌다', '전날의 술자리 흔적이 근무 시간에도 남아 있다', '마지못해 일을 하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출근하면 신문이나 인터넷부터 본다', '사람들을 선동한다' 등이 있다.

PIP 대상자로 지목된 바 있는 A 씨는 해당 문건을 최근 일반직지회 게시판에 올린 뒤 "퇴출 프로그램이 부당하다"고 호소해왔다. 그는 "해당 문건을 평가권자에게 전달받았다"며 "어떤 항목을 선택하더라도 나쁜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평가권자도 난감해 했다"고 말했다.

일반직지회 "동의 없는 컴퓨터 압수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문제는 해당 문건이 이미 지난해 5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적이 있다는 점이다. 이미 현대차 직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공유되고 있는 문건인 셈이다. 현대차지부 자유게시판에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현승건 일반직지회 지회장은 "현대차지부 게시판에 대리 이하 조합원이 이 자료를 올렸을 때는 아무 문제가 안 됐다"며 "같은 문서를 단체협약상 교섭 대상이 아닌 일반직지회 조합원이 올리면 징계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 지회장은 "현대차 단체협약 제22조(인권 및 개인 정보 보호)를 보면, 경찰의 조사를 받는 등 불법을 행하지 않는 한 회사가 임의로 조합원 컴퓨터를 뒤질 수 없도록 돼 있다"며 "이는 비조합원인 과장급 이상 사원에게도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일반직지회는 "회사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업무용 컴퓨터를 취거하는 것은 형법 제323조(권리 행사 방해) 위반이며, IP를 추적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 및 대화 비밀의 보호) 위반"이며 "또한 불법적으로 취득한 자료는 징계 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헌법 제12조에 따르면 누구든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압수를 받아선 안 되며, 제17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며 "회사가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다"고 강조했다.

일반직지회는 24일 현대차 회사 측을 형법 제323조(권리 행사 방해)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 및 대화 비밀의 보호) 위반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현 지회장은 "불법 행위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촉구한다"며 "만약 편파적으로 수사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강력하게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보안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외부로 알리는 것 자체가 보안 규정 위반이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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