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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은 독립성 위협, 역시 '이명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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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또 한은 독립성 위협, 역시 '이명박근혜'?

당·정·청, 금통위 앞두고 '기준금리 인하' 전방위 압박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당·정·청의 압박에 따른 한은 독립성 훼손 논란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경기 하강으로 인한 초조함을 숨기지 못한 청와대와 정부가 강경한 경기 부양 의지를 보임에 따라,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금 합당한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공방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하해라" 당·정·청 한목소리로 압박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 이후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만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따른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기 악화에 따른 당·정·청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프레시안(최형락)

추경을 편성하면 그 재원은 전액 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대행은 지난 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추경 규모는 논의 중이라 아직 확정이 안 됐지만, 전액 국채 발행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추경 편성 규모만큼 국채를 발행한다면 자연스럽게 국채 가격이 내려가게 되고, 이는 국채 금리를 올려 민간 조달 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으니 한은이 선제 대응하라는 얘기다. 조 수석은 "추경을 통해 (한은이 시중 금리가 올라가는 것에 미리 대응하는 차원에서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시장에 투명하게 알리면 불확실성 제거로 인해 얻을 이득이 20베이시스포인트(bp, 0.2%포인트) 정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해석돼 논란을 일으켰다. 우선 정부는 올해 예외적으로 시장 전망치(3%대)보다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낮게(2.3%) 잡았다.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으니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정부가 민간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낮게 잡는 건 극히 예외적이다.

이는 4.1 부동산 종합 대책 발표 내용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정책의 핵심은 부동산 경기 부양이다. 당장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정부가 이명박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경기 부양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한 반박의 의미를 지닌다. 부동산 경기 부양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은 게 현실이고, 그 때문에 한은도 정부의 전망에 발맞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인 셈이다. 청와대가 4.1 부동산 종합 대책을 비롯한 올해 경제 정책 기조를 '경기 부양'으로 잡았다는 게 첫째 의미다.

나아가 한은은 이런 국가 상황에 맞춰, 기준금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에 협조하라는 사실상의 명령이라는 게 두 번째 의미로 해석됐다.

청와대만 한은을 압박하는 건 아니다. 당·정·청이 한목소리로 한은에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책 조합에 금리 등 금융 부분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이달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와 중소기업 총액대출한도 인상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적극 검토해주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가 '여당이 한은 독립성을 위협한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이 원내대표는 말 바꾸기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2010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김중수 한은 총재가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오히려 한은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당시 한은은 물가가 치솟고 있는데도 수출 활성화라는 국정 목표를 위해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원내대표는 당시 정부 눈치를 보지 말고 물가 안정에 최우선을 두라고 한은을 압박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부임한 이후, 한은은 내내 독립성 논란에 시달렸다. ⓒ뉴시스

기준금리 인하, 피할 수 없나

한은으로서도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명분은 충분히 쌓아뒀다. 4일 한은은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지난해 기준금리를 총 0.50%포인트 낮춘 결과 작년 경제성장률 인상에 0.03%포인트 기여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올해도 0.19%포인트가량 경제성장률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저조한 경제성장세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명분이 될 수 있다. 이날(4일) 현재 채권 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지표금리는 2.4~2.5%대에 거래되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 2.75%보다 더 낮다. 한은이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을 반영한 수준이다.

현실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이유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할 상황"이라며 "때로는 경기를 부양하면서 나아가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렇더라도 지금의 모양새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독립성 훼손 논란이 재현될 것으로 보이는 지점이다.

전 교수는 "문제는 당·정·청이 일방적으로 한은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라며 "경기 부양 신호를 이런 식으로 보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한은이 결정해야 할 사안을 정부가 압박하면서, 이명박 정부에 이어 이번 정부에서도 한은 독립성 논란이 커지게 됐다"며 "이런 식의 개입은 오히려 '앞으로도 정부가 신호만 보내면 돈이 더 풀린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필요 이상으로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 부양 필요성과 별개로, 기준금리 인하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더 강했다.

전성인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문제는 계획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와 동시에 정부도 그에 맞는 가계 부채 구조조정 등의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일방적인 경기 부양'이라는 뚜렷한 국정 목표가 보였는데, 박근혜 정부의 장기 목표는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다"며 "'당장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으니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쓰겠다'는 것 외에는 현 정부의 경기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하준경 교수는 "단순히 기준금리만 내린다고 경제가 활성화되리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경제가 어려운 근본 이유는 과도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되지 않고 일자리가 생기지 않기 때문인데, 이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하 교수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은의 독립성 훼손 논란은 이명박 정부 때에도 크게 일어난 바 있다. 2010년 1월부터 기획재정부 차관이 한은 금통위에 상시 배석했고, 이해 3월에는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김중수 총재가 수장이 됐다. 김 총재 체제 하에서 한은은 연달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물가를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벗지 못했다. 2010년 11월부터 한은이 청와대에 주요 경제 현안을 보고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극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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