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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선택한 NC, 해피엔딩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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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선택한 NC, 해피엔딩 가능할까

[배지헌의 그린라이트] 연고지 이전은 불가, 실력으로 필요성 증명해야

<적과의 동침>이란 영화가 있다, 1991년작이니 꽤 오래됐다. 줄리아 로버츠가 속아서 결혼한 주인공 로라를 연기했다. 로라는 잘생기고 매너 좋은 남자 마틴에게 반해 결혼했다. 자기를 공주처럼 받드는 이 남자와 함께라면 행복한 결혼이 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남편의 본색이 드러난다. 사소한 일에도 무자비한 폭행이 난무하는 지옥이 시작된다. 결혼 생활이 사랑하는 이와의 결합이 아닌, 적(enemy)과의 강제 동거가 된 셈이다.

원치 않는 적과의 동침은 야구에도 있다. 통합창원시와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 NC가 프로야구의 줄리아 로버츠다. 영화 속 남편처럼, 창원시도 처음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최고의 파트너로 보였다. 9구단만 유치할 수 있다면 모든 걸 다 해줄 것처럼 나섰다. 기업이 행정상 불편함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1000억 원대 구장 신축을 비롯한 온갖 장밋빛 약속을 쏟아냈다. 신축 구장은 관중 동원력과 입지 조건을 감안해 최적의 위치에 선정한다고 공언했다. 그 멋진 모습에 반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NC는 창원시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불과 2년도 안 지나서 창원시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여론과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진해 육군대학 부지를 신축 구장 부지로 덜컥 발표했다. 진해의 입지 조건은 접근성과 관중 동원력 면에서 최악이다. 약속한 기한(2016년 2월) 내 완공도 불가능하단 지적이 많다. 시청사 부지를 둘러싼 지역 내 파워 게임에 야구장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창원시는 이제 스포츠 중심 도시"라던 박완수 창원시장의 말은, 영화 <호빗> 속 '골룸'의 1분 전 대사가 됐다.

그 뒤로는 막무가내와 적반하장 행보가 이어진다. 창원시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 평가'를 통해 진해를 선정했다면서도,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 명단과 세부 내용의 공개는 거부했다. 불투명한 평가 방식을 동원하면 4대강 공사도 얼마든지 수질 개선 사업으로 포장할 수 있다. KBO의 정당한 항의에는 오히려 "KBO는 우리 시의 상급 기관이 아니"라며 엄포를 놓는다. 연고지 이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는 협약을 파기한 적 없다. 오히려 (약속을 지킬) KBO와 NC의 의무가 존재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더 큰 문제는 구장을 사용해야 할 당사자인 NC와는 어떤 협의도 없었다는 점이다. 신축 구장에 관한 NC의 의견을 듣거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완전히 생략되고, 사전 조사부터 통보까지 일방적으로 이뤄졌다. '새 야구장 건립 사업단' 출범식에도 NC는 초대받지 못했다. 현판식을 한다는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창원시의 오락가락 행보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동반자'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은 NC로서는 몹시 굴욕적인 대우다.

▲지난달 30일 오전 박완수 경남 창원시장이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NC다이노스 프로야구단의 주경기장으로 사용될 신규 야구장 입지로 '옛 진해 육군대학 부지'가 최종 선정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NC로서는 상상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진해에서 프로야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기한 내 완공이나 접근성을 떠나 일단 지역 인구가 18만으로 너무 적다. 창원시에선 "진해도 창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시청사 유치 과정에서 드러난 이전투구는 마-창-진이 하나가 되기까지는 갈 길이 한참 멀다는 사실만을 보여줬다. 진해에서 프로야구가 가능하다면, 전국에 프로야구단을 유치하지 못할 도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차라리 마산 야구장을 계속 쓰는 게 낫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마산 구장은 1만4000석으로 관중 확대에 한계가 있고 가파른 경사 탓에 안전에도 문제가 있다. 1군 경기를 치르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NC가 연고지 이전 카드를 왜 쓰지 않는지 의아하게 여긴다. 하지만 연고지 이전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옮기고 싶어도 지금 당장은 마땅히 옮길 곳이 없다. 고척돔은 다 짓지도 않은데다 서울팀 중 아무도 쓰지 않으려 하는 곳이다. 서울팀들이 선뜻 양보해줄 리도 없다. 울산과 포항은 흥행 가능성에 한계가 있고, 구장 문제도 있다. 전주 야구장은 아직 지어지지도 않았다. 특히 전주의 경우 접근성과 흥행 가능성 때문에 10구단 경쟁에서 탈락한 지역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무턱대고 NC더러 연고지를 옮기라는 권유는, 과거 현대 유니콘스의 비극을 되풀이하라는 무책임한 주장이다. 과거 현대는 우승을 밥 먹듯이 하는 강팀이었지만, 수원 야구장은 관중보다 야구 관계자 수가 더 많았다. 언제 연고지를 떠날지 모르는 구단에 지역민들이 애착을 갖지 않은 탓이다. NC 역시 연고지 이전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순간부터 홈팬들의 차가운 외면을 감수해야 한다. NC는 1군 진입 첫해인 2013 시즌을 의욕적으로 준비하는 중이다. 창단 첫해를 현대처럼 홈팬 없는 구장에서 보낼 수는 없다.

이미 NC는 창원에 뿌리내리기 위해 지난 1년 반 동안 수백억 원을 투자하고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주말 경기에는 가족 관중을 초대해서 다양한 팬 서비스를 펼쳤다. '다이노스'라는 팀 이름부터 창원의 지역색을 반영했다. 창원시민들도 이제 막 NC를 '우리 팀'으로 여기기 시작하는 단계다. NC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바로 팬들이 보내주는 사랑과 신뢰다. "구단 내부적으로 연고지 이전은 고려한 바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NC로서는 미우나 고우나 당분간은 창원시를 떠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NC는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지난 2년간의 땀이 밴 마산 야구장에서 야구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적과의 동침'이다. 이미 창원시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 한번 말을 바꾼 상대가 또 신뢰를 저버리지 말란 법이 없다. 앞으로 창원시를 믿고 일을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지자체와 시의회가 야구단을 지원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구단 유치 때부터 시의회에서 반대가 심했다. 더구나 진해 부지 선정 이후에는 NC 구단을 철저하게 무시한 채 일방통행식의 '불통' 행보만 계속하고 있다. 찰떡궁합 파트너와 손발을 맞춰도 모자랄 판에, 대화도 통하지 않고 신뢰도 없는 상대와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적과의 동침>에서 줄리아 로버츠는 남편에게서 벗어나 자유를 얻는다. 야구도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분명한 건 한두 해 안에 결론이 날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부터는 장기전"이라는 NC 관계자의 말 그대로다. 어차피 진해에 올해 안에 구장을 짓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NC는 올해 마산구장에서 1군 첫 시즌을 치른다. 그 사이 좋은 경기력과 팬 서비스로 어떻게든 창원 팬들의 마음을 붙잡아야 한다. 야구단의 존재가 지역사회의 발전과 통합에 얼마나 크게 기여할 수 있는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보여줘야 한다. NC를 다른 지역에 빼앗기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여론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 막무가내로 나오는 지역 정치권을 상대로 압박할 수 있다.

내년 6월에는 전국에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열린다. 야구는 영원하지만, 정치인의 수명은 유한하다. 선거 이후에도 야구단과 야구팬은 남는다. 하지만 민의를 무시하는 지자체장과 지역의회는 공멸을 면하기 어렵다. 그때까지 NC가 "야구 그 자체를 통해 시민 모두 야구단의 주인임을 인정받고자 한다"던 각오를 실현한다면, 상황은 다시 NC에 유리하게 역전될지도 모른다. 결국, 이제부터 NC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www.futuresb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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