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야구단 유치하고 말 바꾸는 거짓말쟁이 창원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야구단 유치하고 말 바꾸는 거짓말쟁이 창원시

[배지헌의 그린라이트] '10구단 시대' 성공, 약속의 실천에서 나온다

정치인의 공약(公約)은 흔히 공약(空約)이 된다. 선거 때면 고개를 조아리며 이 땅에 샹그릴라를 세울 것처럼 약속을 남발하지만, 일단 당선되면 까맣게 잊어버린다. 자신이 누구 덕분에 당선됐는지, 무슨 약속을 걸고 배지를 달게 됐는지도. 이명박 대통령만 해도 취임 전에는 '국민성공시대'를 약속했다. 나중에 그는 "선거 때는 무슨 말을 못하겠느냐"는 어록을 남겼다. 5년 동안 성공한 건 국민이 아닌 건설사와 재벌이었다. 노무현 정부도 서민 대통령을 내세워 집권에 성공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양극화와 부동산 광풍만 부추겼다.

약속이 깨지면, 신뢰도 무너진다. 당선을 가능하게 해준 유권자의 지지가 사라진다. 정당성을 잃은 권력은 무슨 일을 해도 성공하기 어렵다. 한국 현대사에 지금껏 성공한 대통령이 전무한 까닭이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다를까. 선거 때 한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 보면 안다. 벌써부터 보수 언론과 여권에서 '공약 수정론'이 똬리를 튼다. 경제 민주화와 복지 공약을 폐기하라는 압박이 거세다. 박근혜 당선인은 기득권의 압력을 뚫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원칙과 신뢰'를 지킬 수 있을까.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면 공약도 안 했다"는 당선인의 말에 한 가닥 기대를 걸어볼 뿐이다.

지역 정치논리에 무너진 신뢰

프로야구에서도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될 위기에 놓였다. 역시 정치가 문제다. 9구단 NC 다이노스의 홈구장 신축을 놓고 통합창원시가 갈등의 불씨를 제공했다. 처음 9구단을 유치할 때만 해도 모든 걸 다 해줄 것처럼 나섰다. 야구단을 애지중지할 것처럼 모셨다. 선거 때만 국민을 '갑'으로 모시는 정치권 모습 그대로였다. 창원시장은 "야구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짓겠다", "흑자 운영도 가능하다", "돔구장도 검토한다"고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창원시를 믿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1년 3월 NC 창단을 승인했다. NC가 KBO에 100억 원의 예치금을 맡긴 것도, 5년 이내(2016년 3월)에 신축 야구장을 짓는다는 창원시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다. 기한 내에 야구장이 지어지지 않으면, 100억 원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조건이다.

정치인은 당선되고 나면 낯빛을 바꾼다. 유권자 앞에서 더 이상 '을'이 아닌 슈퍼 '갑'으로 돌변한다. 일단 9구단이 생기자, 창원시의 태도도 달라졌다. 약속했던 신축구장 부지 선정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말로는 "약속을 성실히 이행 중"이라고 했지만, 사실과는 전혀 달랐다. 새 시청사 입지를 둘러싼 창원-마산-진해의 파워게임에 야구장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자기 지역에 시 청사만 들어오면 야구장은 알 바 아니라는 태도다. 야구장을 지으려면 아무리 짧게 잡아도 2년이 넘게 걸린다. 기한 내에 완공하려면 벌써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창원시는 신축구장을 어디에 지을지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급기야 25일에는 KBO가 창원시를 상대로 최후통첩성 공문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정치인은 약속을 저버린 자신의 선택을 궤변으로 옹호한다. 창원시 정치권에서도 벌써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말이 쏟아져 나온다. 어떤 이들은 "마산야구장도 충분히 좋은데, 그냥 쓰면 되지 않느냐"고 훈계한다. 그렇게 되면 NC 구단은 100억 원을 돌려받지 못한다. 약속은 창원시가 어겼는데 책임은 구단만 뒤집어쓴다. "시가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앓는 소리도 나왔다. 애초에 신축구장 건설을 약속한 건 창원시였다. 창원시장은 "통합시의 재정적인 규모로 볼 때 (1000억 원대) 규모는 얼마든지 2, 3년 안에 지을 수 있는 역량은 충분히 있다"고 했었다. 선거 때 표만 된다면 "무슨 말을 못하겠느냐"는 생각에 애초부터 지킬 생각 없으면서 약속했다면, 그건 사기나 마찬가지다.

시 청사 유치전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진해 쪽에서는 "지역균형 차원에서 야구장은 진해에 줘야 한다"고 나섰다. 야구장은 관중이 들고 수익이 나야 하는 시설이다. 애초에 지역 안배나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창원시장도 2010년 기자회견에서 새 구장 입지에 "교통과 시민 접근성"을 고려한다고 했었다. 진해는 전문가들의 외부평가에서 낙제점(34개 중 11위)을 받은 지역이다. 인구도 18만으로 수가 적고, 교통도 갖춰지지 못했다. 마창진(마산-창원-진해) 중 진해에 야구장을 짓는 건, 10구단 유치전에서 전북이 전주-익산-군산 중 군산을 연고지로 삼겠다고 나서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창원시는 무리하게 진해 육군대학 부지를 최종 후보에 포함시켰다. 이런 경우 보통 정치권 생리상 진해가 유력하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9구단은 100퍼센트 실패한다. 아무리 구단이 좋은 성적을 내고 최선을 다해 홍보해도 한계가 분명하다.

지역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후진적인 행태에 KBO에서는 "최악의 경우 연고권 박탈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NC 다이노스다. NC는 올해 1군 진입을 앞두고 준비가 한창이다. 구장 문제가 하루빨리 정리되어야 시즌 준비에 전력을 다할 수 있다. 지역 팬을 끌어모아야 하는 입장에서, 연고지 문제가 자꾸 거론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NC는 이미 지난 1년 동안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나름대로 팬 층도 다졌다. 신축구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지역 팬을 끌어들일 준비를 한 상태다.

이 모든 노력이 결실을 보려면, 연고지인 창원시가 처음 9구단을 유치할 때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야구단을 '을'이 아닌 파트너로 바라보고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야구단을 유치해서 표만 얻는다고 끝이 아니다. 야구단을 들였으면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지원할 의무도 있다. 계속되는 신축구장 논란으로 이미 창원시 정치권의 신뢰는 크게 훼손됐다. 야구계와 팬들의 시선도 제사용 떡처럼 차갑게 식은 지 오래다. "이미 신뢰가 깨졌는데 앞으로 어떻게 창원시를 믿고 갈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거세다. NC만이 "창원시가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며 끝까지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그 신뢰도 조금 있으면 동이 난다. 한번 무너진 신뢰는 다시 쌓을 방법이 없다. 창원에는 처음의 약속을 지키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지난해 3월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 2군 경기 개막일 행사에 참석한 구본능 KBO 총재, 박완수 창원시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부터). ⓒ배지헌

10구단 시대가 성공하려면

정치인은 당선되기 전과 당선된 후가 다르다. 창원시 정치권은 야구장 들어가기 전과 나온 뒤의 마음이 달랐다. 이는 10구단으로 승인된 KT와 수원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KT와 수원은 유치전에서 많은 공약을 쏟아냈다. 200억 원의 야구발전기금, 수원구장 리모델링, 돔구장 건설, 독립리그 창설 등 파격적인 약속이 줄을 이었다. 약속대로 되기만 하면 한국 야구 발전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공약이다. 스케일이 다른 원대한 청사진에 평가위원 21명 중 16명이 KT-수원의 손을 들어줬다. 부영과 전북의 거센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야구발전기금과 수원야구장 리모델링은 실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돔구장과 독립리그는 이행하기가 간단치 않은 문제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치밀한 계획과 실천 의지가 있어야만 현실화할 수 있다. 벌써부터 실현 가능성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KT와 수원, 수원과 경기도가 지난 1년 동안 준비 과정에서 보여준 것처럼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약속을 실천하길 바란다. 그래야 야구계와 야구팬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런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10구단이 성공으로 갈 수 있다.

10구단 유치전에서는 패했지만 전북도 할 일이 많다. 프로구단 유치에 실패했다고 전북지역 야구를 나 몰라라 하면, 다음 기회는 영영 찾아오지 않는다. 어차피 앞으로는 프로야구도 연고지 이동이 가능한 시대다. 이미 KBO에서도 최악의 경우 NC의 연고지 이동이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그런 때에 대비하려면, 지금부터 전북 야구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마추어 야구와 동호인 야구 활성화, 인프라 확충 등으로 나중에라도 프로구단을 유치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 한다. 이는 10구단 유치전에서 내걸었던 공약만 실천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 모든 게 공약(空約)이 아니었다면.

약속을 지켜야 하는 건 KBO와 기존 구단들도 마찬가지. 이유야 어찌됐든 10구단 창단은 모든 구단의 승인 하에 이뤄졌다. 창단을 승인했다는 건 10구단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한 것과 마찬가지다. 10구단이 성공하려면 일단 1군에 진입할 때까지 전력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구단들이 얼마나 전폭적인 지원으로 약속을 지킬지 두고 볼 일이다. 기존 구단들만 유리한 1차 지명도 거둬들이는 게 도리다. 기껏 창단을 유도해놓고 자기들 이익을 위해 전력 보강할 길을 막아버리는 행태는, 야구단을 유치해 놓고 신축구장은 엉뚱한 데다 지으려는 정치권의 모습과 다를 게 없지 않은가.

www.futuresball.com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