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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 '박근혜 검증' 방송 안된다?

KBS 기자들 제작거부 논의…대선후보진실검증단장 보직 사퇴

KBS 대선후보진실검증단과 탐사보도팀이 제작한 특집 프로그램 <대선특별기획 1부, 대선후보를 말한다>의 내용을 두고 KBS 여당 측 이사들이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한 방송"이라며 편파성을 문제 삼은 결과, 이에 반발한 검증단장이 보직사퇴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당초 방송 예정일 하루 전 KBS가 "방송 시점이 적절하지 않다"며 방송을 보류시켜 논란이 된 끝에, 지난 4일 밤 11시 <시사기획 창>을 통해 방송됐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검증단은 연차 14년 이상의 KBS 기자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사태를 편집권에 대한 침해로 규정한 KBS 기자협회는 6일 오후 6시 긴급 총회를 열어 제작거부 여부를 의결할 예정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이하 새노조)는 여당 측 이사들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사회, "박근혜 불리한 방송" 이유로 KBS 제작 자율성 침해

이번 논란은 해당 프로그램이 방송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5일 오후 이사회에서 불거졌다. 이사회에서 여당 측 이사들이 김진석 검증단장의 출석을 요구해, 그 자리에서 방송의 편파성을 문제 삼은 것.

6일 오후 2시 긴급 기자회견을 연 새노조와 KBS 기자협회, KBS PD협회에 따르면, 모 대학 교수 출신인 한 이사는 5일 이사회에서 "이렇게 편파적인 방송은 처음"이라는 취지의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측 이사 중에서도 특히 교수 출신의 3명이 가장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노조는 이사들의 공세가 이어지자 길환영 KBS 사장도 "검증단이 만든 프로그램에 편파성 소지가 있다", "게이트키핑에 문제가 있었다", "재발방지에 힘쓰겠다", "사전심의를 강화하겠다"며 동조하고, 그 자리에서 보도책임자들에게 책임을 질 것을 물었다고 밝혔다.

김진석 검증단장은 논란이 일어난 다음 날인 6일 오전 출근해 보직사퇴하고, 현재 휴가 중이다.

당장 협회와 새노조는 KBS 방송 편성과 보도에 간섭할 권한이 없는 이사회가 심각한 편집권 침해 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함철 기자협회장은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은 노사 합의를 거쳐 지난 8월에 출범했고, 임원진까지 회람한 대선보도준칙에 입각해 취재와 제작을 진행했다"며 "심의실 심의까지 거친 프로그램에 대해 이사회가 문제를 제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KBS 심의 결과를 보면 한 심의위원은 "제작진이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의 여러 측면을 다루면서 전체적으로 형평을 맞추려 한 노력이 엿보였고… 보다 객관적인 보도를 하려는 노력도 기울인 것으로 보였"다고 평했다.

함 협회장은 "이사회는 KBS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최고의결기구이지, 방송 내용에 간섭할 권한은 없다"며 "방송법 105조를 위반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편집권에 간섭한 (여당 측) 이사들은 KBS 이사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4일 방송된 <대선후보를 말한다> 방송 화면. ⓒKBS 해당 프로그램에서 캡처.

새노조, 여당 측 이사들 고발 검토

이와 관련, 이사회가 방송법 105조를 위반할 경우 해당 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함 협회장은 여당 측 이사들에 동조한 길환영 사장 역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누구보다 방송을 잘 안다는 사람이 이사회의 공범이 된 것"이라며 "저널리즘의 기초도 없는 사람이기에 KBS 사장에서 퇴진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협회는 이날 오후 6시, 보도국 3층에서 긴급 총회를 열어 제작거부 여부를 의결할 예정이다. 가결될 경우, 기자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고 기자들은 일체의 뉴스 보도 제작을 거부하게 된다.

함 협회장은 "(이사회와 KBS 경영진의) 보도능력 무력화 시도가 본격화됐다고 판단한다"며 "기자들은 현 상황을 KBS의 총체적인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노조는 이사회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김현석 새노조위원장은 "길환영 사장과 이길영 이사장이 박근혜 후보 당선에 사활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라며 "다음 주 화요일(11일) 방송될 검증 프로그램 2부에도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철저히 중립 지켜"

해당 프로그램이 과연 박 후보에게 편파적으로 방송됐다고 볼 수 있느냐도 논란거리다.

검증단 기자들은 관련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6일 새벽 성명서를 내 "객관성과 불편부당함, 공정함을 지키기 위해 여느 여론조사보다 많은 3000명의 표본집단에 설문조사를 통해 유권자들이 검증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했다"며 "이사들은, 그리고 사장은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대라"고 요구했다.

실제 해당프로그램은, 보는 입장에 따라서는 두 후보 간 편파성 문제를 의식해 기계적 중립을 맞추려 지나치게 노력한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분량 조절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새노조는 이에 이번 여당 측 이사들의 입장을 "황당한 지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방어하지 않고 오히려 보도국 몰아세우기에 나선 길환영 사장에 대해 "임직원의 대표라기보다 차라리 자신을 선임한 이들의 하수인에 가까웠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통합당 진성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KBS 이사회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방송·언론의 기본적인 사명조차 포기"했다며 김 검증단장의 복직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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