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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FA 영입전, LG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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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프로야구 FA 영입전, LG 웃었다

[배지헌의 그린라이트] FA 승자와 패자 ①

도합 300여억 원이 오고 가는 '쩐의 전쟁'이 막을 내렸다. 어떤 팀은 큰 돈을 쓰지 않고도 알짜배기 쇼핑에 성공해 웃는 반면, 플래티넘 카드를 손에 들고도 아무것도 사지 못해 울상인 팀도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펼쳐진 스토브리그 FA 영입전의 결과를 갖고, 승자와 패자를 가려봤다. 우선은 승자 4개 팀이다.

승자

LG 트윈스

[+] 정성훈 4년 34억 원 잔류, 이진영 4년 34억 원 잔류, 정현욱(삼성) 4년 28억6000만 원 영입


작년 겨울과 달리 내부 FA 두 명을 모두 주저앉히는데 성공했다. 둘 다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기간과 총액으로 재계약했다. 정성훈과 이진영은 LG의 지긋지긋한 FA 흑역사를 끊어준 장본인이다. LG에 입단한 지난 4년 동안 본인들의 커리어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특별히 더 잘하지도 않았지만) 모습으로 꿋꿋하게 라인업을 지켰다. 내년에 33세가 되는 점을 감안하면 계약기간 후반에는 약간은 성적이 하향세를 탈지도 모르지만, 4년이면 충분히 대체전력이 등장하고도 남을 만한 기간이다.

올해 LG로서는 정성훈-이진영의 재계약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난해 내보낸 송신영, 이택근이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인지가 의문이었던 것과는 사정이 다르다. LG는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차가 큰 편이다. 몇몇 포지션에서는 상위권 팀에서는 백업 멤버일 법한 야수들이 많은 출전기회를 얻었다. 시즌 내내 일관된 활약을 보여줄 만한 선수가 한정되어 있다. 이제는 투수력보다는 오히려 야수가 약점처럼 보일 정도다. 이런 라인업에서 100경기 이상 +3할 타율이 가능한 포지션 플레이어 두 명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검증된 두 선수가 남은 4년간을 지난 4년처럼 활약해준다면, LG 입장에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한편 LG는 자체 FA 외에도 '국민노예' 정현욱까지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노장 불펜투수에게 4년 계약은 너무 위험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만 봐서는 정현욱이 하향세를 탈 것이라는 특별한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올 시즌 2011년보다 평균자책이 나빠지고(2.36->3.16) 투구이닝이 줄긴 했지만, 전체적인 투구지표는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다. 피안타율과 피출루율이 모두 올해가 2011년보다 좋았고, 작년에 4개를 맞은 홈런도 올해는 하나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삼진/볼넷 비율도 2011년 1.73에서 올해는 2.29로 오히려 더 좋아졌다. 무엇보다 올해 FIP(수비무관평균자책)이 2.75로, 평균자책과 비교해 보면 유독 운과 수비지원이 따르지 않는 해였음을 알 수 있다. 예년에 비해 다소 땅볼 비율이 줄고 플라이볼이 늘어난 것도(정현욱은 투심이 주무기였다), 잠실구장과 LG 외야진을 감안하면 우려할 일은 아니다. 천연잔디 구장에 LG 내야진의 수비력이라면, 땅볼보다는 오히려 플라이볼이 아웃을 잡는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

정현욱은 기본적으로 2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전천후 불펜요원이다. 올 시즌 가혹하게 기용된 유원상과 수술 받은 부위에 폭탄이 달린 이동현, 봉중근의 이닝 수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는 면에서 좋은 영입이다. 내년 시즌은 9개 구단 체제인 관계로 2~3일의 휴식일이 스케줄 사이 마다 끼어있다. 다소 무리해서라도 잡을 경기는 잡고 보는 변칙 투수운용이 대세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시즌에 '2이닝 셋업맨'을 여러 명 보유하고 있다는 건 대단한 경쟁력이다. LG의 가을야구 희망에 오랜만에 파란 불이 들어왔다.

▲LG는 기존 전력을 지킴으로써 쏠쏠한 전력보강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내년에는 과연 가을 야구를 할 수 있을까?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마지막 홈 경기에서 LG 트윈스 선수들이 SK 와이번스를 3대 2로 꺾은 후 자축하고 있다. ⓒ뉴시스

NC 다이노스

[+] 이호준(SK) 3년 20억 원 영입, 이현곤(KIA) 3년 10억5000만 원 영입


신생팀의 특권으로 FA 3명을 영입할 수 있었지만, 꼭 필요한 2명만 영입하면서 알뜰하게 쇼핑을 마쳤다. 우선 SK와 협상이 결렬된 이호준을 초스피드로 영입해 4번 타자 겸 팀의 리더를 얻었다. 4년 31억 원을 받은 두산 홍성흔과 비교하면, 3년 20억 원은 계약기간과 금액 면에서 '저비용고효율'이다. 건강할 때의 이호준은 홍성흔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나은 타자다. 이호준 영입으로 NC는 1군에서 20홈런-80타점이 가능한 타자를 4번에 배치할 수 있게 됐다. 달변과 넉살의 대명사인 이호준은 덕아웃에서의 분위기메이커 역할,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대장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이현곤은 3루수와 유격수가 모두 가능한 활용도 높은 내야수. 체력 문제로 풀타임 출장은 힘들지만, 백업 요원들을 잘 활용하면 큰 문제는 없다. 3루와 유격수 자리의 신예들이 성장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최적의 옵션을 마련했다. NC는 신생팀답지 않게 협상부터 계약까지 일사천리로 성사시키는 수완을 보여줬고, 돈싸움에 끼어들어 무리하는 대신 팀에 반드시 필요한 알짜배기 선수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전력보강에 성공한 팀이다.

KIA 타이거즈

[+] 김원섭 3년 14억 원 잔류, 유동훈 2년 7억5000만 원 잔류, 김주찬 4년 50억 원 영입
[-] 이현곤 3년 10억5000만 원 NC 이적


좋은 소식. 3명의 자체 FA 중에 이현곤을 제외한 2명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파울 쳐내기와 볼 골라내기 부문 인간문화재인 김원섭을 3년 14억 원으로 눌러 앉혔다. 나이(내년 35세)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적어도 세부 기록만 놓고 보면 14억 원보다는 훨씬 값어치가 나가는 타자다. 올 시즌 최악의 성적을 낸 유동훈도 우타자 상대(피안타율 .233)와 심리적으로 부담이 적은 8회 이전(7회 피안타율 .217/8회 .333)으로만 역할을 제한하면, 훨씬 나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투수다. 민완 내야수 이현곤의 NC 이적은 아쉽지만, 젊은 내야수들을 키워야 하는 KIA로선 어쩔 수 없었다.

또 다른 좋은 소식.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어로 떠오른 김주찬 영입전의 승자가 됐다. 그것도 원 소속팀 롯데가 제시한 조건(4년 최대 49억 원)과 큰 차이가 없는 조건으로 영입했다. 물론 김주찬이 과연 50억 원짜리 선수인지는 치열한 논쟁거리가 될 만한 사안이다. 아마 통계적으로 보면, 김주찬이 지난 4년간 낸 성적을 KIA에서 다시 한 번 기록하더라도 50억 원만큼의 가치를 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사실 불과 몇 해 전까지 김주찬이 수비력이나 야구센스에 대해 듣던 평가를 떠올리면, 그가 FA 최대어가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숫자와 결점들을 다 접어두고, 순수하게 KIA가 필요한 선수를 영입했는가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일단 올해 KIA 외야수 중에 좌투수를 상대로 .230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이용규 하나뿐(.291)이었다. 김주찬의 좌투수 상대 타율은 .393이다. 또 최근 몇 년 동안 KIA는 리그에서 가장 '소극적인' 공격을 펼치는 팀에 속했다. 볼을 많이 골라내는 전략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러다보니 좋은 공을 놓치고 볼카운트가 몰린 뒤에 생각이 많아지면서 제 스윙을 하지 못하는 돌림병이 타선 전체에 번졌다. 올해 KIA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볼넷(544)을 얻고 2번째로 적은 삼진(790)을 내줬지만, 팀타율 6위(.256)에 팀홈런 꼴찌(54), 팀장타율 꼴찌(.347)에 그쳤다. 이와 정반대로 매우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김주찬의(그리고 롯데 타격의) 성향은, 동맥경화에 시달리는 KIA의 공격을 보다 활발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여기에 매년 30도루 이상이 가능한 김주찬의 가세로 올해 팀도루 3위(132)의 기동력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KIA가 내년에 4강 이상을 노리려면, 어차피 올해의 라인업을 그대로 갖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어떤 식으로든 타선의 업그레이드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다소 부담스런 금액을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KIA는 현 시점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타자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김주찬이 4년 동안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이 정도 타자를 다른 팀에 빼앗기거나(롯데), 충분한 돈이 있는데도 데려오지 못하는(한화) 것보다는 데려오는 편이 훨씬 낫다.

넥센 히어로즈

[+] 이정훈 2년 5억 원 잔류


자체 FA 이정훈을 많지도 적지도 않은 액수에 잡은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이택근에 50억 원을 뿌린 작년 겨울과는 딴판이다. 하지만 2년 연속으로 선수를 팔지 않고 겨울을 보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넥센의 구단 운영이 마침내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이제 적어도, 넥센에 지명 받은 신인 선수를 다른 팀 신인이 놀리는 일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내년 시즌 넥센은 유력한 4강 후보 팀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2) 패자 편으로 이어집니다.

www.futuresb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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