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23일자 1면 단독기사 '노무현 전 대통령, 청와대 주재회의서 차기 정부에 넘길 문건 목록 없애기로… 충격 지시'에서 2007년 5월 22일 수석비서관 회의 영상물 대화록을 토대로 노 전 대통령이 문건 삭제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23일자 1면. |
기사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차기 정부에) 인계할 때 제목까지 없애버리고 넘겨줄 거냐, 그게 기술상 가능하냐는 문제도 있지요"라고 발언했고 이에 대해 한 비서관은 동의한 반면 다른 비서관은 차기 정부가 전 정부의 정책 수립과정을 살펴야 한다는 측면에서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신문은 또 당시 회의에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도 참석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당시 회의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의 문서 결재 시스템인 'e지원'과 관련된 회의라고 전하며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불거진 청와대 자료 유출 의혹의 주도자가 노 전 대통령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문은 당시 대화록에서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면 목록까지도 쏙 빠져버린다(는 얘기죠?)"이라고 발언했다며 대통령기록관으로 옮겨야할 e지원 자료 상당수를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만들어 목록까지도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은 나중에 기록을 복원 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반대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신문은 또 노 전 대통령이 "우리가 원서버를 두고 (비밀로) 지정할 것은 다 지정해서 이관(대통령기록관) 쪽으로 옮기고, 나머지 중에 인계하고 싶은 것도 뽑아가면 남는 것은 필요 없는 것…그래서 남은 것을 오히려 복사본으로 개념을 전환해 버리면 된다"라고 발언했다며 이는 "청와대에 남겨둔 컴퓨터 메인 서버의 하드디스크가 복사본이고, 봉하마을로 가져간 하드디스크가 원본이었음을 방증하는 대목"라고 전했다.
노무현재단 "패륜적 보도…내용 왜곡해"
이에 대해 노무현재단은 23일 성명을 내고 "<조선일보>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완전한 날조"라고 반발했다.
성명은 <조선일보>가 입수한 대화록이 묘사했던 당시 회의가 수석비서관 뿐 아니라 보좌관과 일반 비서관 등 수십 명이 참석한 규모로, 신문이 당시 회의에서 논의된 앞 뒤 발언을 빼고 내용을 왜곡한 것으로 당시 참석자들이 밝혔다고 전했다.
성명은 노 전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공개해야할 주제 중에 비밀이나 지정기록으로 분류해 공개하지 말아야할 내용이 연계될 경우를 언급한 것으로, 대통령기록관에는 원본 그대로 이관되는 것을 전제로 차기 정부에 공개기록을 이관할 때 공개되어서는 안되는 기록에 대한 처리가 논의 사안이었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이 기술적 가능성을 언급한 것 역시 e지원 시스템에서 공개기록을 인계할 때 비공개기록이 보이지 않게 하는 차원에서의 가능성을 물은 것이라는게 재단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이나 문재인 당시 실장의 발언 역시 논의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재단은 덧붙였다.
재단은 또 하드디스크 원본 논란에 대해 "노 대통령이 회의에서 말한 내용은 청와대에서 공개기록과 비밀기록, 지정기록을 분류하는 작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이라며 "그날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그 과정에서 오히려 원본은 이관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못박았고, 원본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했다"고 주장했다.
재단은 성명에서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허위사실로 서거하신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패륜적인 범죄"라며 "<조선일보>의 기사는 패륜적인 보도"라고 비난했다. 재단은 또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기록물은 법으로 보호되는 비공개 지정기록"이라며 "<조선일보>는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고 법으로 정해진 이 비공개 지정기록물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그 경위를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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