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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책임회피, "내가 출장 간 사이 이진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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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책임회피, "내가 출장 간 사이 이진숙이…"

방문진 이사진, 김 사장 무성의한 답변에 질타하기도

김재철 MBC 사장이 'MBC 민영화를 추진했다'는 의혹을 애써 부정했다. 그러나 MBC 지분구조를 변경하는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사는 명확히 밝혔다.

16일 김 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출석한 후 '민영화를 계속 추진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민영화가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 '민영화' 단어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

이날 오후 3시 43분부터 5시 50분까지 장시간에 걸쳐 열린 방문진 이사회는 전날 갑작스레 잡혔으나, 사안의 중대성 때문인지 김충일 이사를 제외한 이사 8명 전원이 참석했다. 당초 김 사장과 함께 이진숙 본부장도 이사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이 본부장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이사회 시작 20여분 전 이사진에 불참을 통보했다.

이사회에서 이사들은 MBC가 대주주인 방문진 몰래 지배구조 개선 논의를 최 이사장과 추진한 이유를 집중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김 사장과 일부 이사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최창영 방문진 사무처장과 최강욱 이사(야당 측)에 따르면, 이날 김 사장은 이사진에 "방문진과 협의 없이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한 부분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사과하고 "향후 MBC 지배구조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국민적인 의견을 수렴해서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또 대주주인 방문진 몰래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 지분 30%를 매각하고, MBC를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안을 논의한 것에 대해서는 "확정된 안이 아니었고, 아이디어를 건넨 수준이었다"고 답했다.

앞으로는 정수장학회에 보고를 하지 않는 건 어떠냐는 지적에는 "저희도 국민의 방송인데 거기 가서 저희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나아가 당시 논의가 "베트남에 출장을 가 한국에 없는 사이에 추진된 것"이라며 "일종의 '성급한 희망'이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한겨레>가 녹취록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킨 '비밀회동'은 지난 8일 일어났고, 김 사장은 하루 뒤인 9일 귀국했다.

즉, 김 사장 주장만 놓고 보면 이진숙 본부장이 김 사장에게도 알리지 않고 회사 지배구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을 독단적으로 논의한 셈이다. 김 사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이 본부장이 회동을 보고했으나 구체적으로 하지 않았다"며 "이 본부장이 '너무 나갔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이날 이사회에서 김 사장의 태도는 내내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로 일관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김 사장은 이사진과 문구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방문진 이사진에 사과했다는 부분은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최강욱 이사는 "'민영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김 사장이 계속 애매하게만 대답하면서 질책을 받았다. 이 때문에 고성이 오갔다"며 "'민영화'라는 단어 자체를 회피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MBC 지분 바꾸려는 이유는?

▲김재철 사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나아가 김 사장은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그 이유로 현재 MBC가 정치권에 휘둘리고, 노조에 휘둘리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었다.

녹취록에서 오간 내용과 김 사장의 이날 대답을 종합하면, 김 사장은 MBC 지분의 상당부분을 민영화 해 정치권 대신 자본의 지배력을 높이고, 이 힘으로 노조를 제어하고자 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사장은 비록 '민영화'라는 단어에는 거부감을 드러냈지만, 결과적으로 상업방송을 모델로 삼고 있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이 과정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펴 이사들의 빈축을 샀다.

김 사장은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이유를 들며 "MBC가 계속 콘텐츠를 창출하고, 이걸 팔아서 수익을 내야 한다"며 그 모델로 대형 케이블 PP인 CJ 계열을 꼽았다. 이에 이사진이 "MBC가 일반 기업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분이 상업방송인 CJ와 비교하는 건 맞느냐"고 지적했다.

또 김 사장은 민영화 이유로 "사옥 매각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사진이 "그간 수차례 방문진 보고에서 사옥 매각 자금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는데 왜 지금 입장이 바뀌느냐"고 지적하자 김 사장은 "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라고 얼버무렸다.

"MBC가 박근혜 후보 피해줬다" 질타도

논의가 이처럼 뚜렷한 해명 없이 흘러가자 한 여당 측 이사는 "그간 여당에서 NLL 논란을 제기하고, 야권에서는 정수장학회를 이슈화하려 했는데, MBC에서 문제가 터지는 바람에 정수장학회 논란만 나온다"며 "(MBC가) 의도가 있었건 없었건, 박근혜 후보 측에 큰 피해를 줬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최강욱 이사는 "야당은 물론, 여당측 이사들도 오늘 이사회에서 보인 김 사장의 태도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았고 발뺌만 한다'고 개탄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방문진 이사회는 오는 25일 상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김 사장 해임안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한편 김 사장의 해명에도 불구, MBC와 <한겨레> 간의 공방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MBC는 이날 정수장학회와의 회동 내역 녹취록을 보도한 <한겨레>의 최모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한겨레>는 그러나 "필요하다면 취재과정을 공개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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