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방통위는 법원이 공개를 명령한 요금 원가 산정 자료 가운데, 이동통신사의 영업전략에 해당하는 정보와 통신비 인하 전담반(TF)에 참여한 민간 전문가 명단 등은 공개해선 안 된다며 일부 항소할 뜻을 밝혔다. 기존 방통위가 고수해 온 "민간기업 영업 비밀을 공개하는 건 곤란하다"는 논리와 궤를 같이하는 주장이다.
방통위 "통신사 영업비밀 보호돼야"
이와 같은 논란이 일어난 이유는 지난 6일 법원 판결 때문이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참여연대가 이동통신요금 원가와 관련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방통위가 갖고 있는, 이동통신요금 원가 산정에 필요한 사업비용 및 투자보수의 산정 자료 일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또 이동통신 3사(SKT, KT, LGT)가 방통위에 제출한 통신서비스 요금 산정 근거 자료 일체, 이동통신사의 통신서비스에 대한 이용약관을 인가하기 위한 규정과 평가 및 심의 관련 자료 일체 등도 공개하라고 밝혔다. 이들 자료에는 이동통신요금 원가정보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통사가 요금 인가를 받을 때 제출하는 인가신청서에는 원가정보뿐만 아니라, 사업자 수익구조와 고객 모집·관리 정책, 투자전략 등 기업의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자료까지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 자료가 대중에게 공개될 경우, 민간기업의 영업권을 해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통신비 인하 TF 구성원 중 민간 전문가의 실명도 공개할 수 없다고 방통위는 설명했다. 사생활 비밀이 위해될 수 있다는 이유다.
나아가 방통위는 법원이 '공공재'로 규정한 전파에 대해서도 "이통사가 전파자원을 상당한 대가를 내고 할당받는다는 점에서 이동통신의 공공적 성격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등은 그간 이통사가 국민의 공공재산인 전파망을 이용해 사업을 벌이므로, 이 사업의 공공적 특수성을 감안해 원가요금을 공개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다만 방통위는 이동통신 원가 관련 영업보고서 자료인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영업통계, 역무별 영업외 손익명세서, 영업통계명세서와 요금인하 관련 방통위 회의 보고자료, 통신요금TF 보고서 초안 및 국회 보고자료, TF 참여 공무원 등은 공개하기로 했다.
▲방통위가 통신비 원가를 공개하라는 시민단체와 법원 판결에 대해 정면 반격에 나섰다. 사진의 특정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
참여연대 "우리도 맞불 놓을 것"
방통위의 이와 같은 대응에 대해, 참여연대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이동통신사가 통신비를 과도하게 책정해 가계 통신비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여론이 형성된 마당인데도, 대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기관인 방통위가 나서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이동통신비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해 대폭 요금 인하가 필요하다는 우리의 취지에 법원도 공감한 상태"였다며 "방통위의 이번 결정은 통신재벌 편을 들어주기 위해 법원 판결을 거스르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안 팀장은 "이동통신산업의 공공서비스적 요소를 방통위가 감안해야 한다"며 "설령 다소의 영업비밀이 있더라도 방통위는 공익을 우선해야 하는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방통위 결정에 맞서 참여연대도 항소를 제기하기로 했다. 부분 공개 대신 원가관련 정보를 전부 공개해야 옳다는 취지다. 또 새로운 통신서비스인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가 급증함에 따라 통신비가 더욱 오르게 된 만큼, 참여연대는 LTE 요금제 원가도 추가공개를 요청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0개 회원국의 방송통신 동향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통신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4,5%로, 포르투갈(3.6%)과 함께 가장 높은 축에 속했다. 이에 대해 OECD는 "이는 한국과 포르투갈의 소비자들이 소득 대비 더 많은 통신비를 지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