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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커 박사 "북한, 두개의 핵실험 동시 진행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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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커 박사 "북한, 두개의 핵실험 동시 진행 가능"

[인터뷰] 北 우라늄 농축 목격한 지그프리드 헤커

미국 UCLA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배준범 씨가 미국의 핵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과 진행한 인터뷰를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헤커 소장은 2010년 11월 초 북한의 초청을 받아 방북해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원심분리기 1000여 개를 목격했다고 밝힌 바 있는 전문가다. 인터뷰는 지난달 20일 캘리포니아대 세계분쟁 및 협력 연구소(IGCC) 주최로 해마다 개최되는 공공정책과 핵위협(PPNT) 하계 워크샵이 열린 캘리포니아대 샌디에고 교정에서 진행됐다. <편집자>

얼마 전 <핵과학자협회보>에 발표한 최근 논문의 내용이 한국 언론에 보도가 됐다. 기사는 북한이 결정을 내리면 2주 안에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글을 읽어보니 핵심 내용은 아닌 것 같다. 1·2차 핵실험의 위치 및 폭발력에 대한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논문에서 소개했는데, 그렇다면 제시한 추정치들이 북한의 핵에 대한 기존의 이해에서 크게 벗어나는가?

- '2주' 문제는 부차적 내용이다. 새롭게 제시한 위치와 폭발력으로 인해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기존의 이해가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다만, 특히 1차 핵실험에 대해서 기존에 제시되었던 추정치들에 비해서 이번 결과가 상당히 다른 건 사실이다. 2차 핵실험에 대해서 내가 가장 일찍 폭발력에 대한 아주 거친 추정치를 제시했었다. 당시의 2~4킬로톤(kt)에서 이번 추정치가 조금 높아지기는 했지만(4~6.9kt), 그것이 질적인 변화는 아니다.

내가 보기에 북한이 이번에 4kt 실험에 성공했다면 20kt도 할 수 있었다고 본다. 20kt 실험을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한 것이다. 1·2차 핵실험의 낮은 폭발력은 지하 시설 내에 핵실험이 통제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본다. 중국에서도 이번 연구 결과와 비슷하게 1·2차 시험의 폭발력을 1kt과 4kt으로 파악했었다. 1차 핵실험이 이루어진 지 3주 후에 중국에 갔었는데, 국제 사회 대부분은 0.2kt 등 1kt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들을 발표하고 있었지만 중국에서는 당시 1kt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우리의 연구 결과도 그들의 생각과 비슷하다. 지금도 미국 정보당국의 공식 입장은 2차 핵실험이 2kt이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와 큰 차이는 아니라고 본다.

2010년 11월 영변 방문 이후 한국에서 발표했던 내용과 이번 글의 내용을 보면 북한의 의도에 대한 변화가 조금 있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이번에는 고농축 우라늄의 생산 및 무기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조금 더 확신하는 것 같다.

▲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트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 ⓒ연합뉴스
- 한국에서는 분위기가 항상 격앙되어 있어 말조심을 하게 된다(웃음). 2010년에는 영변에서 농축 우라늄 시설을 보고 나서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을 원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 변화의 논리를 이해하고 싶었다. 모든 다른 나라들은 무기화 과정에서 우라늄에서 플루토늄을 넘어가지 북한처럼 그 역으로 가지 않는다. 핵폭탄의 소형화가 보다 용이한 물질이 플루토늄이고, 북한처럼 억제 대상이 미국처럼 멀리 있는 나라의 경우에는 이러한 소형화가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우라늄 농축을 통해서 경수로 연료를 생산하고 경수로를 통해서 플루토늄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럴 바에는 차라리 폐쇄된 기존 플루토늄 시설을 재가동하는 방안이 훨씬 효율적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현재 얼마나 많은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넘어간다. 소형화 면에서는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고농축 우라늄을 훨씬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다면 더 많은 핵 물질을 보유하기 위해 우라늄 농축의 길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이 이런저런 가정들을 해보고 예측을 해봤지만, 난 아직 그 정도 시설을 북한이 방문 당시에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봤고, 지금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추가 우라늄 농축 시설 장비를 확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현재 핵 프로그램의 초점을 농축 우라늄으로 옮긴 것처럼 보인다. 왜 그랬을까? 몇 가지 가설이 가능하다. 첫째, 고농축 우라늄을 통해 초보적 형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폭장치는 우라늄 폭탄의 경우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폭탄도 우라늄 폭탄인데, 폭파 실험도 하지 않고 투하했다. 당시에 그렇게 했을 정도로 설계가 간단하다. 그러니 우라늄 농축을 통해서도 핵폭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을 수 있다.

둘째, 북한이 훨씬 많은 양의 핵무기를 보유하기를 원할 수 있다. 기존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의 경우 생산량이 제한되어 있고 위성을 통한 외부 세계의 감시가 가능하다. 농축 우라늄의 경우 장비만 있으면 훨씬 대규모 시설로의 전환이 훨씬 수월하고, 감시는 훨씬 어렵다. 북한 지도부에서 보다 많은 양의 핵무기 보유를 위해 우라늄으로 전환을 했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파키스탄에서 소형화된 고농축 우라늄 기폭장치를 전수받았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플루토늄 장치만큼은 아니지만, 노동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

그때와 지금 판단이 달라졌나?

- 2010년에는 이들 중 무엇이 맞는지 열어놓고 검토를 했다. 지금도 그러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발표한 글에서 북한이 2개의 핵실험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기존 플루토늄 폭탄을 한 차례 더 실험할 필요도 있고, 새로운 고농축 우라늄 물질도 확보를 했다면 이를 실험할 수도 있다. 한 번에 하나의 핵실험을 하나 두 개의 핵실험을 하나 감당해야 할 정치적 비용 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만약 두 개를 해야 한다면 한 번에 처리하는 것이 낫다.

파키스탄에서도 1998년도 당시 실험에 나설 때 그렇게 사고를 했다. 지금 기회가 주어졌는데, 최대한 활용하자는 생각으로 하루에 다섯 차례 핵실험을 했다. 물론 여전히 불확실성은 있다. 만약 우라늄이 폭탄 1~2개 정도 분량밖에 없으면 이번에 실험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최소한 몇 개 분량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몇 개 분량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가? 확실치 않다. 그래서 여전히 농축 과정을 멈추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사이에 파키스탄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서 더 읽으면서 북한과의 유사성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둘 사이의 교류와 연계에 대해서도 더 많이 읽게 되었다. 그래서 복수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서 그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이고,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소형 우라늄 핵탄두의 설계도를 얻어 이의 장착을 염두에 두고 농축에 나서고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기도 하다.

2010년과 지금 사이든, 북한을 그간 관찰하고 경험하면서 그들의 핵 프로그램의 의도나 목표에 변화가 있었다고 보는가.

- 핵 프로그램의 목표는 미사일에 장착 가능하도록 핵무기를 소형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나에게 북한은 워낙 미국에 대한 억제력의 필요성을 자주 강조해왔다. 하지만 억제력은 핵을 지니고 있더라도 미사일 장착 능력 없이는 기본적으로 신빙성이 없다. 그래서 소형화 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고 본다. 핵실험을 한다면 두 개의 핵실험을 동시에 하게 될 가능성도 바로 이러한 목표 달성의 일환으로서 본다.

공개된 농축 시설 말고도 비공개 농축 시설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방문 직후부터 주장을 해왔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고농축 우라늄이 공개된 시설과 비공개 시설 사이에서 어떻게 배분되어 생산되고 있다고 보는가?

- 모른다. 이후 만약 북한이 6자 회담을 완전히 포기한다면 현재 공개된 시설을 무기용인 고농축 시설로 바꿀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확실히 경수로용 저농축 우라늄 생산 시설이다. 공개 시설에서 3~5%까지만 농축을 하고, 비공개 시설로 옮겨 고농축 단계까지 추가 농축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럴 가능성도 있다. 바로 이런 가능성 때문에 현재 이란에서도 저농축 우라늄이 문제가 되고 있다.

비공개 시설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나.

- 전혀 모른다. 이 시설은 영변의 다른 시설과 가까울 필요도 없다.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 재작년 공개된 농축 시설은 18개월 동안 사실 우리 코밑에서 건설을 진행했는데 아무도 몰랐다.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북미, 남북간 신로의 회복이 중요하고, 이를 위한 창의적 해법을 항상 촉구해왔다.

- 지금으로서는 한국과 미국의 국내정치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본다. 누가 당선되든, 한국 대선 이후에 상황이 상당히 변할 수 있고, 이 변화가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 대선의 결과에 물론 달려있다. '3 Nos'(No more bombs, no better bombs, and no export of weapons technology) 정책이 여전히 최선의 방향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 세 개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대가로 우리는 한 개의 '예스'(yes)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북한의 안보 불안에 대한 긍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파키스탄처럼 3개 이상의 핵실험을 동시에 할 가능성은 없나.

- 거의 없다고 본다. 핵 물질의 제약 때문이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플루토늄 2kg만 가지고도 실험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지나친 과장이다. 북한에는 4~8개의 핵무기를 위한 플루토늄이 있고, 그것이 어느 정도 북한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킨다고 보면 그것은 희소성이 매우 높은 자원이다. 한번 더 실험을 해서 폭파과정 등에 대한 모델을 위한 데이터를 상상할 수 있더라도 그 이상은 생각하기 힘들다.

북한이 우라늄으로 핵 프로그램의 방향을 틀었다면, 우라늄 기폭 장치 개발에서도 진전을 봐야 하기 때문에 실험을 해야 한다. 여기서도 역시 일부에 따르면 20kg 정도만 가지고도 실험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북한이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북한이 1~2개의 폭탄을 위한 고농축 우라늄이 있다면 그것을 가지고 핵실험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그 이상의 양이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최대치가 둘이라고 하는 것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막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정치적 비용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어떻게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보는가.

- 중국이 나서야 한다고 보고 내가 보기에는 중국이 이전보다 핵실험에 따른 비용을 과거보다는 높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2006년과 2009년에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했고, 2012년에도 미사일 실험을 했다. 올해 핵실험 준비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과거보다 더 강한 반대 메시지를 보내서 그랬다고 본다. 또한 국내정치에서의 변화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정은이 등장하고 예전에 비해 보다 개방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영변의 농축 시설 방문 이전에 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증거를 접한 적이 있는가.

- 물론이다. 나는 김계관을 여러 차례 만났는데, 그는 2007년 나에게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있다고 보는지 물었다. 나는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미 (파키스탄의 군부 독재자 페르베즈) 무샤라프의 자서전에서 관련 애기가 나왔고,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으로부터도 증언이 나온 뒤였다. 그는 나에게 "헤커 박사는 북한에 대해서 모른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그 뒤 "우라늄 농축이 우리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Uranium enrichment is our biggest headache)라고 말했다.

남쪽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핵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 그렇다고 보는데 어느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남한에서 압박 정책을 펴면 북한에서는 남한의 강경파들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핵실험을 할 수도 있고, 반대로 강경파들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 핵실험을 안 할 수도 있다.

북한을 6차례 방문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들이 원하는 것과는 본인의 의사나 행동이 다를 때도 있을 것 같은데. 혹은 그들이 알리고 싶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헤커 박사가 보고 올 때도 있나.

- 매번 그렇다. 북측에서는 나를 부를 때마다 미국 측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 2004년 이후 나는 매번 북한을 방문했다. 하지만 2010년 영변 농축 시설 방문 이후에는 돌아가질 못했다. 내가 방문 신청을 안 해서가 아니다. 그쪽에서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자꾸 연기를 하고 있다.

북한이 나를 부르는 이유는 내가 과학자이고 보는 대로 말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념이나 프로파간다에 빠지지 않고, 정치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나에게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내가 보는 것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내가 보기에 마지막 방문 당시에는 내가 북한에 현대적 경수로 시설과 농축 시설이 있다는 점과 그들이 그것을 2009년 제재 이후 건설했다는 점을 외부 세계에 알리길 원했던 것 같다. 문제는 그 시설이 2009년 이후에 시작했을 가능성은 없다는 점이다. 내가 그걸 말하고 다닌 것을 북한에서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인력풀이나 인력관리에 대해서도 얘기해달라.

- 지속성이 담보되는 시스템이다. 경험이 많은 과학자들이 오래 남아서 다음 세대를 이끌어주고 돕는다. 인도의 핵 프로그램과 유사한 점이 많다. 둘 다 가장 유능하고 똑똑한 이들을 공급받아서 현장에서 관련 교육을 받게 한다. 박사들이 인턴 비슷한 형식으로 들어와 평생 그곳에 남는다. 유학이 아닌 국내 대학에서 꽤나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는 것 같다. 핵과 관련된 구체적인 교육은 대학에서 받지 않지만, 그것은 시설에서 직접 훈련을 받는다. 1990년대에 KEDO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경수로 작업에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있는데, 이번에 가서 새 경수로 건설에 그 사람들이 관여하고 있는지 물어봤더니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새 세대에게 완전히 넘겼다고 하는데 그 새로운 세대의 나이가 40대라고 들었다.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체계적으로, 상식에 부합하게 핵과 관련된 인력을 운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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