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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관계에 대한 북한의 입장'과 언론의 오도(誤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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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관계에 대한 북한의 입장'과 언론의 오도(誤導)

[한반도 브리핑] '위협'만 강조하고 본질은 외면하는 언론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북미 민간급회의(트랙2)가 열렸다. 이번 싱가포르 회의는 (물론 북미 간에 뉴욕채널이 일정하게 작동하고 있긴 하지만) 지난 4월 북한의 인공위성 로켓발사로 2.29합의 이행이 파탄난 후 북미양측 간에 있었던 가장 최근의 접촉이었다. 미국 측 참여자들은 북한, 북핵문제 관련 전문가들이었고, 북한 측 참여자들은 모두 외무성 북미국 관리들이었다. 따라서 이름은 민간급회의였지만, 이번 회의에서 북측 관리들의 발언과 태도는 북한정부의 입장을 공식 대변한 것이었다.

지난 8월 16일 미국의 외교잡지 <포린 폴리시>의 블로그 '더 케이블'은 싱가포르 회의에서 북미관계와 핵문제에 대해 북한이 보인 입장과 태도를 단독 보도했고, 우리나라 언론은 이를 인용해 보도했다. 더 케이블의 보도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싱가포르 회의에서 북한관리들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의 기존 합의들을 재고하고 있다고 위협했으며, 북한은 2.29합의를 되살리는데 관심이 없다고 했다. 북한관리들은 그 동안 북한의 입장이 9.19공동성명이나 2.29합의에서 보듯이 '동시행동'이었으나, 이제는 미국이 먼저 단독적으로 협력적 조치를 취한 다음에야 북한이 이에 대해 반응하기로 입장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북한관리들은 북한이 내부적으로 9.19공동성명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버릴 것인지 여부를 숙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북한의 새로운 리더십은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김정일의 정책노선을 변경시키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관리들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하면서 미국 및 국제사회와 회담을 하기 위한 문은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더 많은 값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지금 자신의 처지가 괜찮다고 느끼고 있어서 입장이 강경해지고 있으며, 북한은 자신의 입장에 대해 꽤 확신하고 있다. 북한관리들은 핵프로그램에 대해 어떤 명확한 말을 하지는 않았으나, 북한의 핵프로그램은 진전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것이 반드시 핵실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나, 북한의 농축우라늄프로그램도 진전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계속하여 원조를 받는 한, 북한이 양보할 동기는 낮다. 북한은 중국의 도움으로 핵문제에서 양보를 하지 않으면서 경제적으로 계속 진전해가는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앞줄오른쪽)와 중국의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중앙위 대외연락부장(왼쪽)이 2일 평양에서 함께 건배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그런데 이 보도는 싱가포르 회의에서 북한대표단이 밝힌 북한의 핵관련 입장을 정확히 전달한 것이 아니어서 독자들을 오도(誤導)하고 있다. 여태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북핵문제는 그 성격상 북한 스스로가 핵을 포기해야 해결이 가능한 문제다. 따라서 북한 측의 생각을 정확히 알고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해 내는 협상이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싱가포르 회의에서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어떤 입장을 천명했고 또 무엇을 미국에 무엇을 요구했는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싱가포르 회의에서 북한이 천명한 입장은 무엇이었는가? 북한 측 대표단장이었던 북한외무성 최선희 북미국 부국장의 발언 내용은 대강 다음과 같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은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김정일의 노선을 변경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시정책을 강요하지 않는다면 양국 간에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김정은은 지금 인민생활에 집중하고 있으며, 경제를 향상시키기를 원하며, 지금 인민들의 생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취하고 있는 제재들이다. 만일 미국이 관계개선의 의향이 있다면, 북한도 미국과 평화롭고 상호존중하면서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정책을 보건대, 그것이 더 나빠지고 있다.

최근에 북한의 외무성대변인은 만일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폐기되지 않으면, 북한은 한반도비핵화를 재고할 수밖에 없다고 이미 발표했다. 북미관계는 미국이 부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제재조치들, 특히 경제제재들을 취소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욱 긴장되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이 전에 없던 정치적 모험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미군은 북한의 인공기를 표적으로 사격했으며, (소위 동까모(동상을 까부시는 모임)가 미국과 남한의 지령을 받고) 김일성과 김정일의 동상을 파괴하려고 했는데, 이것들은 모두 적대시정책의 예들이다. 미국은 적대시정책은 없다고 말하지만, 아직도 북한에 대해 인권과 대북개입을 이야기하고 있고 북한의 체제를 부패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조금 전에 미국 측 참여자가 김정은의 연설에 대해 초점은 경제문제라고 말했는데, 맞는 말이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의 위협이나 적대시정책이 사라질 때까지는 비핵화를 생각할 수 없다. 북한은 9.19공동성명의 빛이 바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 공동성명을 유지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 숙고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지금 (북한이 진행하고 있는) (핵)정책에 대한 검토에 달려 있다. 또 다른 미국 측 참여자는 2.29합의를 언급했는데, 미국이 계속해서 제재와 적대시정책을 강조하는 한 그 합의의 일부라도 되살릴 수 있는 길은 없다.

북한은 더 이상 9.19공동성명에서와 같은 동시행동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 동시행동적 행위양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행동조치를 취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적대시정책을 포기해야 한다. 미국의 적대시정책의 폐기 없이는 비핵화 가능성은 아무것도 없다. 북한은 어떤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서약, 예컨대, 평화조약과 관계정상화를 포함하는 성명 같은 것을 미국이 발표해 주기를 원한다. 북한으로서는 미국 측이 확신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들을 포함하는 구체적인 선언이 필요하다. 지금은 더 이상 비핵화에 대해 말할 때가 아니다. 북한은 미국이 우선 비적대적인 정책을 취하는 것을 보기를 원한다. 그 다음에 비핵화에 대한 조치가 있을 수 있다. 이제 (동시행동의 요구가 미국의 선차적인 행동조치 요구로) 순서가 바뀌었다."


최선희 북측 단장의 공식 발언에 나타난 북한의 입장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새 지도자 김정은은 미국과 잘해보고 싶어 한다. 김정은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미국은 대북 경제제재와 적대시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계속되는 한, 북한의 비핵화를 바라지 말라.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평화조약과 관계정상화와 같은 구체적인 서약을 해 주어야 적대시정책을 포기한다는 신뢰를 가질 수 있고, 협력적 행동을 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지금 9.19공동성명 준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동시행동을 요구하는 것도 이제는 의미가 없고, 미국이 먼저 협력적 조치를 취해야만, 그것을 본 후에 북한은 행동하겠다.

그런데 한미양국의 언론보도를 보면, 최선희가 북한의 비핵화의 조건으로서 미국에게 요구한 것, 즉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폐기와 경제제재 해제, 평화조약 체결과 관계정상화 요구는 보도하지 않고, 북한이 9.19공동성명 준수 포기를 검토하고 있으며, 동시행동적 원칙을 폐기하고 미국의 선차적 협력만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기로 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는 '북미관계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에 대해 독자들을 오도하는 보도 태도다. 최선희의 발언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의 조건으로 미국의 적대시정책 포기, 평화체제 구축, 관계정상화를 요구하는 것으로서 기존의 대미 요구와 어떤 차이도 없다. 단지 북한은 만일 미국이 그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북한은 9.19공동성명 준수를 포기할지도 모르며, 더 이상 동시행동적으로 행동하거나 먼저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여 보도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이 그러한 위협을 하지 않도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서 그 동안 일관되게 요구해온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폐기, 평화체제 구축, 관계정상화에 대해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는 바로 '한반도문제'라는 '병'의 '근원'을 치료하는 일의 시작이며, 병의 근원이 치료되면 그 동안 병의 '증후'로서 나타난 북핵문제, 미사일문제, 남북 군사충돌문제 등은 어렵지 않게 해결될 수 있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한반도문제에 대한 이러한 '근본적인 해결' 주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에 참여한 나라들이 이미 9.19공동성명에서 합의한 것들이 아니던가. 단지 그 동안 그러한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문제가 꼬이고 복잡해진 것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조속히 본격적인 협상과 합의, 그리고 충실한 이행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8월 16일 '북한의 플루토늄 및 무기급 우라늄 추정 비축량'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 보고서는 북한이 2011년 말 현재 최대 18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르며, 북한의 플루토늄 및 우라늄 생산 능력으로 볼 때, 2016년까지 최대 48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핵프로그램의 확대가 가져올 안보 위협을 경감하는 최고의 길은 '협상'이라면서, 협상은 활기있고 강력하게 추구되어야 한다고 결론짓고 있다. 필자는 전적으로 이 결론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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