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호 해임, 김정은 '원수' 칭호…북한에 무슨 일이?

"北, 예정된 시나리오 따라 군 개편…'개혁'과 결부짓긴 어려워"

지난 16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리영호 총참모장의 해임 소식을 보도하면서 조성됐던 긴장이 18일 김정은의 원수 칭호 부여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초기 제기됐던 북한 정권 내 권력암투설보다는 김정일의 그늘에서 벗어나 김정은 체제의 독자적 모습을 갖춰나가려는 일련의 과정이 지난 3일간 전개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초기 권력암투설이 불거져 나온 것은 리영호의 해임이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권력이양 초기 군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있었지만, 북한 노동당이 김정은 체제가 시작된 후 한번도 열리지 않았던 정치국 회의를 열어 총참모장의 해임을 결정하고 하루 만에 매체를 통해 공표한 것은 전례가 없었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군의 실권을 거머쥔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김경희 노동당 비서 등 김정은의 측근들이 구세대 군 실세를 '숙청'했고, 차후 군부의 반발이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정은 정권의 통치주체가 '군'에서 '당'으로 옮겨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김정일 사망 7개월만에 이러한 결정이 내려졌다는 긴박함도 당과 군의 갈등설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후 북한의 발표를 보면 리 참모장의 해임은 최근에 발생한 갈등이 아닌, 주도면밀하게 계산된 계획 속에 결정된 사안으로 보인다. 북한은 17일 제8군단장을 지냈던 현영철을 차수로 승진시켰는데 사실상 총참모장에 내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18일 '중대보도'를 통해 김정은을 대장에서 원수로 두 계급 특진시켰다. 일정한 간격으로 군 인사를 진행함으로써 최고지도자의 군에 대한 통제력을 과시한 셈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북한에서 벌어진 일은) 중대한 변화가 아니라 전제된 시나리오에 따라 간 것 같다"라며 "(시나리오가 있다면) 리영호는 (특정 사건이 아닌) 총참모장 취임 이후 진행된 군 관련 사안을 평가한 결과 문제가 생겨 문책성 인사를 당했을 것이며 권력의 공고화 측면에서 취해진 조치"이라고 분석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김정은 후계체제가 공식화 된 이후 군에 대해 준비된 체제적 정비작업으로 보인다"며 "처음에는 정권 내 갈등으로 인한 파워 게임의 양상으로 비춰졌지만 (이제는) 장성택, 김경희, 최룡해 등의 신 세력에 권력이 넘어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경파인 리영호 총참모장이 물러나면서 북한의 변화가 개혁개방에 가까워지는 게 아니냐는 일부의 기대에 대해 두 전문가는 성급한 기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이번 사건이) 아버지인 김정은의 그늘(선군정치)을 신속하게 벗어난다는데 의미가 있다"면서도 당장의 관계개선이나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장 선임연구원도 "(이번 조치로) 개혁개방에 반대하는 군부를 손보는 형식으로 (개방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을 했다는 분석은 무리가 있다"며 "김정은이 경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계획경제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밖에서 기대하는 개혁과는 거리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