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네시 주의 멤피스(Memphis)는 블루스 음악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으로 유명하지만, 세계4대 특송업체 페더럴 익스프레스(Federal Express, 페덱스)의 수레바퀴 시스템(hub and spoke)의 중심축으로도 알려져 있다. 페덱스의 창시자 프레드릭 스미스(Frederick Smith)의 구상은 미국 전역에서 모든 우편물을 지리상 미국의 중심축이 되는 멤피스로 운송하고, 그 비행기 안에서 수신지역별로 분류를 완료한 후, 멤피스에서 각자 자기 지역의 우편물을 교환한 비행기가 새벽에 이르러 출발지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즉, 이 방식대로 따르면 미국 어디서 발송했건 상관없이 다음날 오전까지 배송이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이것이 바로 페덱스의 미국전역 익일배송을 가능하게 한 바탕이 된 것인데, 프레드릭 스미스가 이 내용을 예일대 재학시절 경제학 레포트로 제출했다가 C학점을 받았었다는 사실 역시 훗날 유명한 일화로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사실 한국처럼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는 익일배송이라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날로 커져가는 경제규모, 촌각을 다투는 시간 축 경쟁의 환경 하에서 광활한 면적의 국가들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바로 페덱스의 '수레바퀴 시스템'과 같이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물류운송일 것이다.
중국정부는 올해 초, 국내 특송 시장의 개방을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중국 우정국(郵政局)의 EMS와 중국의 일부 민영기업들이 과점하고 있던 시장에 정식으로 대형 외자기업의 진입이 허용된다는 것이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당시 단계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던 조항들을 이행하는 단계로 간주해도 될 것이다.
보다 실질적인 이유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특급우편 시장 역시 연평균 30%씩의 급성장을 해 2011년도 시장규모가 750억 위안(약 13조 원)에 달했다는 것인데, 증가하는 수요에 비해 중국 국내 특송 서비스의 만족도는 터무니없이 낮아서 배송지연은 물론 물품손괴 및 분실사고로 인해 이용을 꺼리는 고객이 많다고 한다. 결국 이번의 개방결정은 중국 국내업체의 경쟁력부재와 시장내부에서 시작된 개방의 압력증가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조변석개(朝變夕改)를 거듭한 관련 법규
중국의 특송화물 관련 법규는 2000년대 들어서도 갈피를 잡을 수 없이 여러 번의 변화를 거듭해왔다. 세계4대 특송업체인 DHL, 페덱스, UPS, TNT 등은 WTO 가입 조건의 이행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2004년에서 2005년 사이 각자 중국에 지역본부를 설치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중 페덱스는 화남(華南)과 화동(華東)을 중심으로 목표시장을 설정하고, 2004년 광저우 바이윈(白雲)공항에 항공물류센터를 설립, 닝보(寧波), 항저우(杭州) 등에 지사를 설립했으며, UPS는 M&A를 통해 텐진 EAS물류(天津大通物流)를 사들여 중국 북방지역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개혁개방 초기부터 중아이윈(中外運)의 항공수송 대리 업무를 시작했던 DHL의 경우, 2004년 중아이윈과 택배회사 설립을 통해 중국 국내 소량과 중량화물 택배 업무에 진출하고 EMS의 아웃소싱을 맡았었다. 외국기업이 아웃소싱의 방법을 통해서나마 중국 국내 우편사업에 뛰어든 최초의 케이스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당시 특송업무는 상무부 관할이었으며, 상무부는 사실상 외자기업에게 운영 면에 있어 어떠한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우정(郵政)에 있어서도 정기분리(政企分離)를 단행하면서 특송업은 우정국(郵政局)으로 이관되었으며 중국우정법(中國郵政法)의 입안이 통과되면서 상황이 급변하였다. 중국정부는 중국 특송업계의 경쟁력이 일정수준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외자기업에게 시장을 내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외자기업의 우편물사업 종사에 대한 제한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중국 내의 법률전문가들조차 WTO조항에 위배됨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2009년 상기법안을 통과시키고 동년 10월부터 발효시킨 바 있다.
이는 4대 특송 기업에게 큰 타격으로 작용했으며, 각 기업마다 중국 국내특송사업의 계획과 전략을 전면 수정하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2년여의 시간동안 전전긍긍한 결과, DHL은 2011년 중국 국내 특송시장에서 완전 철수를 결정하였고, 모든 지분을 정리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중국 국내우편업계에 최초 진출했던 초기 진입자가 시장에서 퇴출된 것이다.
그러나 올해 1월 중국정부는 태도를 바꿔 국내 특송영업에 외자기업이 독자로 진출하는 것을 허용하였고, 그 결과 5월말 페덱스와 UPS가 라이선스를 획득하였다. 페덱스는 광저우(廣州)를 UPS는 베이징(北京)을 기지로 확장해 나가는 기존의 전략을 채택하고, 서신우편을 제외한 국내 특송업무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각각 상하이(上海), 선전(深圳),항저우(杭州),톈진(天津), 시안(西安), 다롄(大連) 등 주요도시에 영업권을 신청해놓은 상태이다. 비록 현재는 1선도시를 중심으로 한정적이 범위에 국한되어 있으나, 1년 이내에 중국 전역에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전국망을 커버한다는 계획이다.
몸집을 불렸으나 허약한 중국 민영 특송기업
중국우정법(中國郵政法)이라는 우산 아래서 중국 국내기업들은 짧은 전성기를 구가하였다. 법적으로 외자기업의 진입을 막아 준 기간 동안 중국 국내기업들은 나름대로 몸집 불리기에 성공하여 시장점유율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는데, 지난 5월25일 국가우정국(國家郵政局)이 발표한 2011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시장점유율에 있어서 국유기업 29.4%, 민영기업 67.6%, 외자기업이 3%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국유기업 35.8%, 민영기업이 49.4%, 외자기업이 14.8%를 차지하고 있다. 특송시장에서 민영기업이 67%까지 점유율을 높인 것은 중국 국내기업이 이미 자리를 잡았다고 해석해야 할 것인가? 그러나 수익창출의 측면에서 보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아래에 간단히 정리한 표를 살펴보면 쉽게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매출액은 높으나 영업수익은 상당히 낮은 민영기업은 지금까지 박리다매의 방식으로 점유율 확대에만 힘써 온 것이다. 국유기업의 성적도 그다지 우수하지 못하다. UPS가 올 1/4분기에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이윤율이 13.8%에 달하는데 비해 국유기업 중에서 가장 이윤율이 높다는 중요우(中郵)특송이 겨우 4.71%에 지나지 않는다.
늑대와 함께 춤을? 혹은 중국 특송시장의 지각변동
현재 중국 국내기업으로서 '마켓 리더'라고 할 수 있는 EMS와 순펑(順豊)은 페덱스와 UPS의 역량을 고의로 과소평가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윤은 현재 중국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온라인쇼핑의 배송에서 창출되고 있으며, 온라인쇼핑, 홈쇼핑의 고객은 배송비의 가격에 매우 민감하므로 값싼 국내 배송회사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로 그들의 주요 수익창출원은 원래부터가 페덱스나 UPS의 시장이 아니라는 의미다.
게다가 EMS와 같이 오랜 세월 중국 전역에 구축해놓은 네트워크를 외자기업이 따라잡으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두 외자기업의 경영방식으로 미루어보아 향후 중국 국내 군소업체를 M&A하는 방식으로 네트워크까지 같이 흡수하는 길을 택할 것이며 그 방식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상당히 빠른 시일 내에 중국 전역을 커버하는 자체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WTO 가입이후 순차적 개방을 약속했던 부분 중, 가장 마지막까지 열었다 닫았다를 거듭했던 중국 국내 특송시장이 정식으로 개방된 이상 중국시장에서 스스로 퇴출했던 DHL도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를 일이다. 4대 기업 나머지 하나인 TNT는 올해 3월 UPS가 인수했으므로 이제 이 두 기업과 잠재적 진입자로 변해버린 DHL의 향후 행보에 따라 중국 국내 특송시장이 뜨겁게 달궈질 전망이다.
중국 국유기업들의 반응과 같이 늑대와의 춤을 추는 형국이 될지, 아니면 전면적으로 특송산업 전반의 지형에 대 변화가 일어나 새 판이 짜여 질지는 향후 1년 여의 시간이 지난다음에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속철을 타고 가도, 비행기를 타고 가도 창밖을 보면 '넓다'라는 느낌만 전해주는 중국에도 언젠가 미국의 멤피스처럼 허브(Hub)가 탄생되어 익일 오전 중국 전역의 모든 소비자의 책상에 물품이 전달될지, 그 허브는 우한(武漢)이 좋을까, 난징(南京)이 좋을까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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