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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종북 프레임'을 극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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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종북 프레임'을 극복하려면…

종북 색깔몰이의 정점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있었다. 한사람은 대통령, 한사람은 사실상 '오너'다. 대통령과 오너의 종북 부추키기 발언에 힘입은 새누리당 의원들은 실컷 말을 내뱉었다. 한기호 의원은 국회에 종북 전력자 30명이 있다고 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간첩출신이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말했다. 황우여 의원은 국회의원 자격심사를 거론했고, 김문수 경기도 지사도 누구누구가 주사파라고 분위기를 거들었다. 1950년대 미국을 휩쓴 매카시 광풍과 똑같다. 매카시 의원이 미국정부에 205명의 빨갱이가 잠복해 있다고 선언하면서 공포의 마녀사냥이 시작되었다.

매카시는 히틀러에 비유돼

미국에서 매카시는 전체주의라는 점에서 히틀러에 비유되기도 한다. 매카시와 히틀러의 공통점은 대중의 공포심을 유발시키고 이를 정치목적 달성에 이용하는 것이다. 히틀러는 소련에서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 볼세비키에 대한 공포심을 이용해서 유태인을 학살하는 참극을 저질렀다. 히틀러는 유태인의 배후는 모스크바라면서 선동했다. 매카시도 2차대전 이후 냉전체제의 시작과 소련의 핵실험 등으로 싹트기 시작한 볼세비키에 대한 대중의 공포심을 이용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독일의 문호 토마스만은 히틀러의 전체주의적인 통치 때문에 독일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해서 시민권을 얻었다. 2차대전이 끝나자 망명을 거부했던 독일 작가들은 토마스만을 비겁자라고 비난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에서 불기 시작한 메카시 광풍은 그를 빨갱이로 내몰았다. 비겁자에 빨갱이가 된 이 망명객에게는 미국도 안식처가 되지 못했다. 결국 토마스만은 미국을 떠나 스위스로 옮겨서 거기서 생을 마감해야 했다

우리사회에서 빨갱이로 낙인찍히면 그 사람은 영원히 주홍글씨를 새기고 살아야 한다. 서울 중앙지법이 지난 6월 6일 밝힌 바에 따르면 박정희 정권 때 북한 동조혐의로 15년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지난 50년만에 무죄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그 사람은 저 세상으로 가고 난 후이다. 평생을 빨갱이 딱지를 붙이고 살았던 것이다.(한겨레 2012.6.7) 빨갱이로 낙인찍히는 것은 이렇게 공포스러운 일이다.

'종북 감별사'도 등장

매카시즘의 특징은 누군가 밀고자가 있다는 것이다. 밀고자는 매카시 광풍속에서 영웅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종북 색깔몰이 국면에서 새누리당은 밀고가 아니라 대놓고 누구 누구는 종북이라고 고했다. 심지어 누구는 종북이고 누구는 종북이 아니라고 말하는 '종북 감별사'를 자임하는 국회의원도 등장했다. '종북 감별사'가 언제 '변절자 감별사'가 될지 '수구꼴통 감별사'가 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감별사들이 많은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불신이 증폭되는 사회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종북 색깔공세는 이렇게 히틀러와 매카시가 볼세비즘에 대한 대중의 공포심을 잉용해서 반대파들을 제거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히틀러와 매카시가 증거와 토론이 없이 정적을 매도해서 자유와 소통을 파괴했다는 점과도 닮았다. 사실 새누리당의 종북 색깔 공세의 가장 큰 문제점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수정헌법 1조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치열한 투쟁이 있었다.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게 된 배경에는 '잘못되고 조악하고 쓸모없는 사상은 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좋은 사상에 의해 떠밀릴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낡고 잘못된 사상은 토론을 통해서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도태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가장 금기해야 할 것은 권력이 사상의 자유시장에 개입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보복당할 두려움 때문에 자유로운 토론이 진행되지 않고, 사상의 자유시장은 왜곡되기 마련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종북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기려들지 하지 말고 그런 혐의가 있는 사람들을 사상의 자유시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증거를 제시해서 혐의를 입증하고 토론해서 도태시킬 것은 도태시키면 된다. 토론의 영역이 아닌 사법적인 영역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이라면 법정에서 판결하게 해야 한다.

사상의 자유시장을 파괴하려는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사상의 자유시장'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종북 색깔몰이는 사상의 자유시장을 파괴시키는 행위이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오너가 종북 논란의 정점에 선 것은 사상의 자유시장을 왜곡시켜서 불공정 거래가 가능하게 만든 행위이다.

미국에서는 1차대전과 2차대전 즈음에는 헌법에서 제시한 표현의 자유에 대해 모순된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 두 시기에 사회주의자들이 사악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탄압하는 것을 허락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 꼽힌다. 오늘날 미국정부와 미국 시민사회도 표현의 자유와 모순된 사례로 이 두 사례를 예로 든다. 이런 사례를 가지고 어떤 수구 언론은 미국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고 인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사회는 1, 2차 대전때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던 사례를 반성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에 반전운동을 하던 미국의 자유주의자들은 자신들의 반전시위가 1,2차 대전때처럼 탄압받을 것을 염려했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베트남전 반전시위에 간섭하지 않았다.

헤이그 평화회의의 대표로서 세계적인 여성평화운동가인 코라와이즈(Cora Weiss)는 베트남에 가서 '양키 고 홈'을 외쳤다. 전쟁 중에 자신의 조국 미국의 등에 칼을 꽂았다고 비난 받을 일이었다. 하지만 미국 사회는 전쟁 중에도 모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그 발언으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 백악관 라파에트 광장에서 반전시위 도중 성조기를 불태우는 퇴역 여군(2011.3) 그녀는 이라크전, 아프카니스탄 전쟁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면서 성조기를 불태웠다. 시위주최측 관계자는 필자에게 "라파에트 광장은 많은 나무로 둘러쌓여 있어서 화재위험에 대비해서 작은 성조기를 태웠다"고 말했다. ⓒ김창수

전쟁 중 성조기 방화, 싫지만 보호해야

미국 대법원은 베트남전 반대시위를 하면서 성조기를 불태운 사람들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성조기를 태운 행위는 불쾌하고, 성조기가 국기를 경멸하는 사람까지도 보호하고 있다는 점이 괴롭다. 그렇지만 성조기가 그런 사람까지도 보호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성조기를 태우는 것은 상징적인 행위이고 이런 상징적인 행위는 수정헌법 1조 표현의 자유에 의해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 무죄판결의 이유였다. 미국 수정헌법 1조를 가장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홈즈(Holmes) 판사는 "표현의 자유는 우리가 동의하는 표현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싫어하는 표현을 보고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제 종북 색깔몰이에서 한 발 빼고 있다. 과도한 색깔몰이 때문에 역풍이 불까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에 대해 종북 이미지를 한껏 씌워놓고 이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도 없다. 충분한 효과를 거두렀다는 당리당략식 계산으로 치고 빠지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종북 색깔몰이에서 한발 뺐지만 그들은 오는 대통령선거를 종북프레임으로 치루고 싶은 강한 유혹을 느낄 것이다. 대통령 선거는 총선과 달리 평화통일의 헌법적 의무를 지닌 대통령을 뽑는 선거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국가관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사상검증을 요구하며 종북몰이를 재연하려할 것이다. 거기에 공안사건이라도 발생하면 새누리당에는 금상첨화이다. 선거때마다 사용했던 북풍도 어김없이 등장할 것이다.

종북 색깔몰이 국면에서 북한이 새누리당 방북자들의 종북행위를 공개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 처럼 어떤 방식으로든지 자기들의 셈법을 가지고 개입하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 선거는 희망찬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민주화 실현, 복지와 공정사회 건설, 평화체제 만들기 등의 정책과제는 사라지고 지겨운 종북공방에 다시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대선에서 종북 프레임에 걸리지 않기 위해

수구세력의 종북프레임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예측가능한 상황에 대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화 이니셔티브를 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비책이다.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되어서 전국적으로 '평화만들기 만민공동회' 같은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풀뿌리에서부터 종북프레임을 극복할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는 것이다. 그 아이디어를 전문가들이 다듬고 각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이를 정당의 대선후보들에게 전달해서 시민의 뜻을 선거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대선에서 종북 색깔공세를 하지 않을 것이며, 북풍도 활용하지 않고 평화통일에 대한 국가비전을 제시해서 국민들에게 표로서 심판 받을 것을 약속하라는 압력도 넣어야 한다. '종북 논쟁'이냐 '평화비전이냐',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를 대선후보들에게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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