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는 19일(현지시간) <LA타임스>가 사진을 보도하게 된 전말과 보도 이후 전개된 논란을 소개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LA타임스>의 이번 보도는 퓰리처상 수상 경력이 있는 해외 통신원 데이비드 주치노(60)가 낯선 이메일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메일을 보낸 82공수여단 소속 병사는 주치노가 아프간에서 작성한 기사들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며 자신이 미군의 규율과 안전, 질서를 해치고 있는 '몇 가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치노는 이후 두 달 동안 이 미군과 연락을 취했고, 3차례에 걸쳐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에게서 넘겨받은 18장의 사진 중 2장은 18일 지면과 인터넷을 통해 공개돼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최초 보도 후 24시간이 지난 19일 사진에 등장한 미군들의 행위가 "비인간적이고 도발적"이라며 "이 사진들은 외국 군대의 아프간 철군 계획을 가속화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도 이날 첫 반응으로 낸 성명에서 "미국인 침략군과 그들의 무지몽매한 노예들이 저지른 잔인하고도 비인간적인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미국인 침략자들이 그들의 아프간 노예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바로 그런 행위"라고 복수를 다짐했다.
▲ 18일(현지시간) 아프간 주둔 미군의 테러범 시신 모욕 사진을 공개한 <LA타임스> 인터넷 판 기사. |
<워싱턴포스트>는 <LA타임스>의 보도에 대한 평가가 독자들 사이에서도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는 사진에서 보인 끔직한 모습에 분노를 표했지만, 이러한 사진을 공개하는 것이 아프간에서 미군에 대한 보복행위를 불러올 수 있다는 백악관과 국방부의 주장에 동의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에 따라 사진을 제공한 익명의 미군에 대해 대한 비난과 옹호도 엇갈리고 있다.
주치노는 19일 <LA타임스>가 '옳은 결정'을 위해 몇 주 동안 회의를 열었고 국방부에게도 사전에 자문을 구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논의 끝에 아프간전 임무의 모든 측면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공개하는 것이 언론의 책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우리는 (과거) 병사들의 희생과 영웅심에 대한 기사를 적극적으로 썼다"며 "이번 보도는 (미군에 대한) 또 하나의 모습"이라고 성명했다.
주치노는 이러한 사진이 미군의 규율을 위반한다는 제보자를 믿고 있다며 또 이 제보자가 사진에 등장한 미군들이 무장단체의 테러로 전우를 잃은데 대해서도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치노는 국방부가 '이 사진이 아프간 주둔 미군의 위험을 더 높인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내 경험으론 반군들은 미군을 공격하기 위해 추가적인 동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아프간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고 미군은 이미 많은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에서는 올해에만 탈레반 시진 방뇨 사건, 코란 소각 사건, 민간인 학살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반미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1970년대 베트남전 당시 미군의 민간인 학살을 특종 보도해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2006년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 벌어진 이라크 포로 성학대 사건을 폭로했던 베테랑 기자 세이모어 허시는 "이 사진은 우리들에게 전쟁은 끔찍한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며 "이것이 언론이 할 일"이라고 <LA타임스>를 옹호했다.
허시는 "우리가 부시 행정부에 대해 가장 높은 수준의 보도준칙을 적용했다면, 우리는 (이라크전에 대해) 보다 더 회의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보고 애국자가 아니라거나 충성심이 없다고 하지 말라"며 "우리의 임무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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