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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차기 총재에 김용 최종 선출…문제는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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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차기 총재에 김용 최종 선출…문제는 '개혁'

또 한 번의 '미국인 총재', 이번에는 다르다?

세계은행 차기 총재에 예상대로 미국이 지명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선출됐다. 올해 7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김 총장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전문성에 대한 의문과 '미국 주도의 세계은행'이라는 불만을 안고 세계은행을 개혁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세계은행은 1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김 총장이 경쟁자였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을 제치고 차기 총재로 선택됐다고 밝혔다. 오콘조-이웨알라와 함께 총재직에 도전했던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전 콜롬비아 재무장관은 지난 13일 총재 선출과정이 정치적으로 이뤄진다며 사퇴해 최종 경선은 두 후보의 대결로 압축된 바 있다.

세계은행의 이번 선출 과정은 여러모로 '기록'을 남겼다. 우선 1946년 세계은행 출범 이후 처음으로 복수의 후보를 놓고 경쟁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세계은행은 공개적으로 후보의 이름을 공표하고 이사회 면접을 여는 등 '열린' 선출 절차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또 처음으로 세계은행 총재가 된 아시아계 인사가 됐다. 역대 총재 대다수가 관료 출신이거나 금융전문가였지만 김 차기 총재는 빈곤국 보건 개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이 때문에 경선 과정에서 미국 출신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후보를 지지하던 전통 경제지들이 제3세계 후보인 오콘조-이웨알라를 지지하고, 정치적 성향이 강했던 미국 출신 총재에 반감을 보이던 진보 진영이 김 총장의 개혁 의지에 기대를 갖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지도 했다.

▲ 세계은행 차기 총재로 선출된 김용 미 다트머스대 총장. ⓒAP=연합뉴스
한편, 김 총장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총재직에 도전해 당선됐다는 점에서 세계은행 총재직의 '미국 독식' 현상이 또 한 번 증명됐다는 한계도 남았다.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총재 선출 결과를 듣고 김 총장에게 축하를 보내면서도 ""총재 선출 절차는 더 투명해져야 하고 (후보의) 공적 중심으로 가야 한다"면서 "다음번 총재를 같은 방식으로 뽑아서는 안된다"고 불만을 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경선에 대해 "개방적이고 투명한 절차가 이뤄진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비난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도 "김 총장이 전세계 지도자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은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아울러 다른 2명의 후보가 보여준 놀라운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각 회원국이 가진 지분에 따라 투표권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실제 선출 과정은 이사회에서 유일하게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다른 회원국을 설득해 지지를 얻는 방식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는 후보 선출에 관여한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세계은행 이사회에서 중국과 인도 등 주요 신흥국이 김 총장에게 손을 들어줬다고 전했다. 하지만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이 반대 의사를 보여 만장일치 선출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김용의 세계은행, 개혁의 방향은?

김 총장은 앞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상 유지보다는 기존 관행에 도전해 세계은행의 개혁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김 총장이 일부 개발도상국들의 '미국인 총재'에 대한 거부감과 기존 체제를 옹호하는 세력의 반발을 극복하고 개혁 과제를 실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중국이나 브라질처럼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다량의 현금을 쌓은 국가들이 빈곤국 개발 투자를 주도하고 있고, 세계은행의 핵심 역할이었던 구호사업 분야에서도 빌 게이츠 재단과 같은 민간단체의 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 총장이 단일 국가나 단일 사업에 매달릴 유인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전했다.

김용 총장이 후보로 지명된 후 출마 의사를 접었던 진보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세계은행은 국가 대 국가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보다 전략적이고 (국가별보다) 주제별로 접근하는 방식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세계은행의 독특함은 국가를 벗어나 이슈별, 영역별로 우선 순위를 두고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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