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은 1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김 총장이 경쟁자였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을 제치고 차기 총재로 선택됐다고 밝혔다. 오콘조-이웨알라와 함께 총재직에 도전했던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전 콜롬비아 재무장관은 지난 13일 총재 선출과정이 정치적으로 이뤄진다며 사퇴해 최종 경선은 두 후보의 대결로 압축된 바 있다.
세계은행의 이번 선출 과정은 여러모로 '기록'을 남겼다. 우선 1946년 세계은행 출범 이후 처음으로 복수의 후보를 놓고 경쟁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세계은행은 공개적으로 후보의 이름을 공표하고 이사회 면접을 여는 등 '열린' 선출 절차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또 처음으로 세계은행 총재가 된 아시아계 인사가 됐다. 역대 총재 대다수가 관료 출신이거나 금융전문가였지만 김 차기 총재는 빈곤국 보건 개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이 때문에 경선 과정에서 미국 출신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후보를 지지하던 전통 경제지들이 제3세계 후보인 오콘조-이웨알라를 지지하고, 정치적 성향이 강했던 미국 출신 총재에 반감을 보이던 진보 진영이 김 총장의 개혁 의지에 기대를 갖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지도 했다.
▲ 세계은행 차기 총재로 선출된 김용 미 다트머스대 총장. ⓒAP=연합뉴스 |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경선에 대해 "개방적이고 투명한 절차가 이뤄진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비난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도 "김 총장이 전세계 지도자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은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아울러 다른 2명의 후보가 보여준 놀라운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각 회원국이 가진 지분에 따라 투표권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실제 선출 과정은 이사회에서 유일하게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다른 회원국을 설득해 지지를 얻는 방식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는 후보 선출에 관여한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세계은행 이사회에서 중국과 인도 등 주요 신흥국이 김 총장에게 손을 들어줬다고 전했다. 하지만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이 반대 의사를 보여 만장일치 선출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김용의 세계은행, 개혁의 방향은?
김 총장은 앞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상 유지보다는 기존 관행에 도전해 세계은행의 개혁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김 총장이 일부 개발도상국들의 '미국인 총재'에 대한 거부감과 기존 체제를 옹호하는 세력의 반발을 극복하고 개혁 과제를 실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중국이나 브라질처럼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다량의 현금을 쌓은 국가들이 빈곤국 개발 투자를 주도하고 있고, 세계은행의 핵심 역할이었던 구호사업 분야에서도 빌 게이츠 재단과 같은 민간단체의 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 총장이 단일 국가나 단일 사업에 매달릴 유인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전했다.
김용 총장이 후보로 지명된 후 출마 의사를 접었던 진보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세계은행은 국가 대 국가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보다 전략적이고 (국가별보다) 주제별로 접근하는 방식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세계은행의 독특함은 국가를 벗어나 이슈별, 영역별로 우선 순위를 두고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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