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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역대 최악의 '총기 난사' 공포의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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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역대 최악의 '총기 난사' 공포의 90분

용의자 옛 학우 상대로 무차별 총격…침착한 대처로 참사 피해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시이 있는 학생 100명 규모의 작은 신학대에서 2일(현지시간) 터진 총격 사건은 주(州) 역사상 대학에서 벌어진 최악의 총기 참사가 될 전망이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알려진 용의자 고원일(43) 씨의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7명이 사망한 이번 사건의 참상을 앞다퉈 전하고 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사건은 2일 오전 10시30분경 오클랜드 오이코스대 간호학과 강의실에서 벌어졌다. 3개월 전만 해도 이 학과의 학생이었던 고 씨는 이날 45구경 캘리버 권총을 들고 다시 강의실을 찾았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강의실 첫 줄에 앉아있던 여학생의 가슴을 겨두고 곧바로 총을 쐈다.

고 씨는 공포에 질린 학생들에게 "줄을 서라. 내가 너희를 모두 죽여버리겠다"라고 말하며 벽에 기대어 서게 한 뒤 무차별로 총격을 가했다. 학생들은 공포에 질려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총격을 받았던 학생 중 1명인 다윈더 쿠어는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총에 맞았다며 범인을 예전에 수업에서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 2일(현지시간) 총기난사 사고가 터진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소재 오이코스 신학대에서 한 피해자가 후송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고 씨의 범행 당시 이 건물에는 약 35명의 교직원과 학생이 수업 중이었다. 고 씨는 이 교실을 나간 뒤에도 건물 내 다른 교실에 들어가 재차 총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옆 강의실에서 다른 7명의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듣던 데첸 양돈은 총소리가 난후 재빨리 강의실 문을 걸어 잠그고 불을 꺼 참사를 비켜갔다. 고 씨는 문이 열리지 않자 4~5발의 총을 쐈지만 학생들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데첸 양돈의 남편 타시 웡촉은 <AP>에 자신의 부인이 "영웅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실에서 20명의 학생을 데리고 영어 수업을 진행하던 루카스 가르시아도 총소리가 나자 곧바로 "도망쳐"라고 소리치며 학생들과 함께 뒷문으로 빠져나가 주차장으로 도망쳤다.

경찰은 이날 10시33분 첫 신고를 접수하고 중무장한 특수기동대를 급파해 학교 안을 샅샅이 수색했다. 하지만 고 씨는 학교에서 벗어나 차를 타고 약 8km 떨어진 알라메다의 세이프웨이 쇼핑몰로 이동해 그 곳의 경비원에게 "내가 사람들을 쐈으니 경찰을 불러 달라"라고 말했다. 그는 신고를 받은 출동한 경찰의 체포에도 저항하지 않았다. 첫 총격이 발생한지 1시간30분이 지난 후였다.

총격을 받은 5명은 현장에서 즉사했고 부상당한 5명 중 2명은 인근 하일랜드 병원에 도착한 뒤 숨졌다. 경찰은 사망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용의자는 자신이 다니던 대학의 학생들을 노렸지만 특정 동기가 있었는지, 특정 인물을 타깃으로 삼았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고 씨의 이웃들은 그가 조용하고 착한 성격이었다고 증언해지만 학생들은 그가 재학 시절 다른 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고 씨는 또 지난해 동생 고수완 씨가 미 육군 하사로 복무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모친 김옥철 씨도 같은 해 한국으로 돌아와 세상을 뜨는 등 불행한 개인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사정도 어려워 캘리포니아주로 오기 전 살았던 동부의 버지니아주에서 1300달러(약 145만9000원)의 임대료를 내지 못해 아파트에서 퇴거당하고 체납 세금도 2만3000달러(약 2582만 원)에 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이 한국계 미국인에 의해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2007년 버지니아공대 총기참사를 일으킨 조승희와 같이 한인 사회에 부정적인 여론이 쏠릴 우려도 있다. 진 콴 오클랜드 시장은 "이 끔찍한 비극은 한인 사회에 오랫동안 질문을 던질 것"이라며 "우리는 이들을 끌어안고 도시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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